대청도 해병 할머니와 해병들의 사랑 이야기

by 배나온슈퍼맨 posted Nov 3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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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생을 해병대 장병들의 어미니와 할머니로 살아온 이선비 할머니 -
 
해병대가 대청도에 위치하기 시작한 1951년부터 지금까지 60여 년 동안 대청도 해병들과 끊임없이 사랑을 주고받으며 ‘해병 할머니’라는 별명과 함께 한 평생을 보낸 이가 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이선비(향년 87세, ’12. 11. 22.(목) 별세) 할머니로, 대청도 뿐 아니라 백령도에 근무한 적이 있는 해병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을 정도로 오랜 시간 수많은 해병들에게 사랑을 베풀어왔다.

1926년생인 이선비 할머니는 5살의 나이에 황해도 해주에서 월남한 후 14살 때 대청도로 시집와 줄곧 그곳에서 해병들과 함께 살아왔었다.

해병대가 대청도에 주둔하기 시작한 1951년경, 낮에는 엿장수와 고물장수를 하고, 밤에는 삯바느질을 하며 어렵게 생활해 오던   할머니는 어느 해병의 군복을 바느질해 준 것이 해병대와의 첫  인연이 되었다. 그대부터 할머니는 보이는 해병들 마다 손수 밥을 지어 먹였고, 찢어진 군복을 수선해 주었다. 심지어 전 부대원에게 똑같은 속옷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해병 할머니가 대청도 해변의 작은 마을에서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며 어렵게 생계를 꾸려나갈 당시에는 손자 같은 장병들의 편지를 대신 부쳐주거나 고민을 들어주었다. 또한 부대 지휘관들은 실무 적응이 미숙한 해병들을 할머니에게 보내 상담을 받도록 하였다. 이렇게 하면서 해병대 장병들은 자연스럽게 ‘해병 할머니’라고 부르게 되었다.

팔순이 넘어 기력이 없을 때에는 훈련이나 외출 등으로 집앞을  지나가는 해병들이 눈에 보이면 버선발로 나와, 과자 하나라도 꼭 쥐어주며 격려하고 다독거려 주었다.

이 할머니의 해병대 장병들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극진했던지 지난 1981년 할머니가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가 됐을 때에는 육지에  사는 아들이 함께 살 것을 간곡히 원했지만 할머니는 “해병대   장병들과 떨어져서는 하루도 못살 것 같다”라며 아들의 권유를   뿌리치기도 했다. 이러한 할머니의 극진한 해병대 사랑에 영향을 받아 아들 김형진씨도 해병 546기로 복무했다.

해병대 장병들은 이와 같은 할머니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할머니가 하기 힘든 도배나 페인트칠 등을 통해 할머니를 도왔고 ‘해병 할머니 집’이라는 간판을 직접 만들어 달아 주기도 했다. 또한  부대장으로부터 사병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전출이나 전역으로 대청도를 떠나게 되면 부대에서 신고를 마친 뒤에는 꼭 ‘해병 할머니’집을 방문해 감사의 마음을 드렸다.

이처럼 해병들과 할머니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지내던 중,   할머니가 고령으로 인해 거동이 불편해지자 장병들은 순번을 정해 돌아가며 하루에 한 번씩 할머니를 찾아뵙고 안부를 확인하고 집안 청소와 땔감마련 등 아들과 손자 노릇을 해줬다. 

하지만 이런 해병대 장병들의 극진한 보살핌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는 노환이 깊어져 2010년부터 인천의 한 요양원에서 지내다 그토록 아끼고 사랑하던 해병들을 두고 지난 11월 22일 작고하였다.

이 소식을 들은 해병대 장병들은 해병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 눈물  지었으며 “내가 죽거든 손자 같은 해병들의 손에 의해 묻히고 싶다.”는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평생을 함께해 온 해병대원들의 배웅  속에 안식의 잠에 들었다.

백령도 6여단에서 정보참모(1992년 2월 ~ 1993년 4월)와 작전참모(1998년 12월 ~ 2000년 12월) 그리고  여단장(2007년 5월 ~ 2008년 4월) 직책을 수행하며 해병 할머니와 인연이 깊었던 이호연 해병대사령관은 할머니의 별세 소식에 가슴 아파하며 “해병  할머니가 베풀어주신 사랑은 그 은혜를 입은 사람들에 의해서 성장하고 전파되어 영원히 살아있을 것이며, 베품과 섬김의 성숙된   사회를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다.” 라고 말했다.   

“재산목록 1호는 해병대 장병들과 찍은 사진이다.”라며 “남은  여생도 해병과 함께하는 영원한 해병이 되겠다.”라고 늘 웃음지어 주셨던 ‘해병 할머니’는 해병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이다.
또한 해병대는 할머니가 해병대로부터 받은 기념품과 표창장,   장병들과 찍은 사진 등 유품을 여단 역사관에 전시하여 할머니와 해병대 장병과의 사랑이야기를 길이 전하고 어른공경에 대한 장병 정신교육에 활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