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12 23:14
貧女吟(빈여음) - 난설헌 허초희
조회 수 2788
貧女吟(빈여음)
蘭雪軒 許楚姬(난설헌 허초희, 1563~1589)
手把金剪刀(수파금전도)
쇠로 된 가위를 손에 잡으면
夜寒十指直(야한십지직)
밤중 추위에 열 손가락이 곱는다
爲人作嫁衣(위인작가의)
남을 위해 시집 갈 옷을 지어 주지만
年年還獨宿(연년환독숙)
해가 거듭 바뀌어도 독수공방이라네
삯 바느질은 예로부터 주로 가난한 과부들의 호구지책이었다. 낮에는 밥 짓고 빨래하랴 밭 메고 길쌈도 하랴 허리가 휘도록 일하고, 바느질은 결국 밤에 해야만 했다. 말미를 길게 주지 않아 받아 놓은 날이 짧으니 밤을 세우기가 일수다. 추운 겨울, 차가운 방, 호롱불 아래에서 찬 기운에 얼어 곱은 손을 주무르고, 졸린 눈을 비비며 시집가는 새색시의 옷을 지을 때, 옛정은 또 얼마나 그리웠을까. 쏟아지는 졸음과 주체할 수 없는 정염을 쫓기 위해 바늘로 자기 허벅지를 찔러 가며, 고단한 삶을 이어 갔던 조선의 가난한 여인들에게 바치는 헌사다. 허 난설헌은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剪刀(전도):가위와 칼, 흔히 가위를 나타냄 *嫁(가):시집가다, 시집보내다.
한시연구가 이은영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이은영의 한시산책을 연재합니다. | 운영자 | 2011.02.20 | 52575 |
32 | 答朱元晦(답주원회) - 호헌 | 배나온슈퍼맨 | 2011.08.01 | 2713 |
31 | 絶句2(절구2) - 두보 | 배나온슈퍼맨 | 2012.08.25 | 3435 |
30 | 絶命詩 (절명시) - 매천 황현 | 운영자 | 2011.03.16 | 3399 |
29 | 訪金居士野居(방김거사야거) - 정도전 | 운영자 | 2011.06.10 | 4115 |
28 | 詠梅(영매) 매화를 읊다 - 정도전 | 운영자 | 2013.03.17 | 46010 |
» | 貧女吟(빈여음) - 난설헌 허초희 | 배나온슈퍼맨 | 2011.10.12 | 2788 |
26 | 辭人贈錦衾(사인증금금)비단옷을 사양하며 | 운영자 | 2013.03.17 | 45195 |
25 | 農夫(농부) - 차좌일 | 운영자 | 2012.11.11 | 6564 |
24 | 送僧之楓岳(송승지풍악) - 풍악에 가는 스님을 보내며 - 성석린 | 이은영 | 2011.03.26 | 4059 |
23 | 途中避雨有感도중피우유감길 - 가다 비를 피하며 | 배나온슈퍼맨 | 2012.11.13 | 43601 |
22 | 過古戰場(과고전장) 옛 전장을 지나며 - 서산대사 | 운영자 | 2013.01.03 | 43273 |
21 | 配所輓妻裳(배소만처상) - 추사 김정희 | 운영자 | 2011.06.10 | 4542 |
20 | 銷夏詩 (소하시) - 원매 | 운영자 | 2011.03.16 | 2580 |
19 | 閑山島(한산도) - 이순신 | 배나온슈퍼맨 | 2011.10.12 | 3269 |
18 | 除夜有懷(제야유회) 제야의 회포 | 운영자 | 2013.01.03 | 43274 |
17 | 陶山月夜詠梅(도산월야영매) 달밤에 매화를 읊다 = 이황 | 운영자 | 2013.03.17 | 46950 |
16 | 騎牛暮至(기우모지) - 석북 신광수 | 운영자 | 2011.05.13 | 2396 |
15 | 간음야점 (艱飮野店) | 운영자 | 2011.02.21 | 2989 |
14 | 간화(꽃을 보며) - 이색 | 배나온슈퍼맨 | 2012.11.12 | 43371 |
13 | 강설 (江雪) | 운영자 | 2011.02.21 | 2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