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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된 1개 중대가 연대 규모 적 무찌르다 / 국방일보  2011.02.15

짜빈동 전투의 승전을 보도한 당시의 신문기사(1967년 2월).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귀신 잡는 해병대' `신화를 남긴 해병대' 등 해병대와 관련된 표어(slogan) 한두 마디를 모르는 성인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해병대의 특성과 기질, 나아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우리나라의 안보상황을 잘 표현하고 있는 상징도 많지 않다. 대부분의 표어들이 6ㆍ25전쟁 등 위기상황에서 치열한 전투를 겪으면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신화를 남긴 해병대'라는 표어는 좀 더 특별한 사연을 갖고 있다. 바로 44년 전 오늘, 즉 1967년 2월 15일 아침 베트남의 짜빈동에서 한국해병대 제2여단 제11중대의 전투현장을 둘러본 외신기자들이 붙여준 애칭이기 때문이다.

 ▲ 베트남 파병 해병대의 주둔지역

 1965년 10월 9일 아침 베트남 중남부 깜란 항에 첫발을 내디뎠던 해병대 청룡부대( 당시 제2여단)는 즉각 항구 일대 평정작전에 돌입했다. 이어 그해 12월 말 미군의 요청에 따라 남베트남의 곡창지대 뚜이호아 평야지대를 평정했다. 그리고 66년 8월 세 번째의 주둔지역으로 이동했는데 그곳이 바로 짜빈동전투가 수행됐던 쭈라이(Chu Lai)지역이었다. 남베트남 제1군단의 책임지역이다. 이어 67년 12월 네 번째로 호이안(Hoi An)에 진출해 72년 철수할 때까지 주둔했다.

그중에서도 세 번째의 쭈라이지역은 어느 곳보다도 베트콩의 활동이 왕성한 지역이었다. 군사분계선과 근접해 있어 북베트남 정규군의 침투도 용이했다. 따라서 그곳의 베트콩과 북베트남군은 언제, 어느 곳이라도 청룡부대의 기지를 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67년 2월이 되면서 적의 기습공격 징후가 더욱 빈번해졌다. 그리고 2월 14일 밤, 증강된 연대급의 적이 짜빈동의 제11중대 기지를 향해 은밀히 접근하고 있었다.


베트남 파병 대한민국 해병대의 주둔지 및 부대이동


 ▲ 제1차 공격(2월 14일)

 짜빈동은 표고 30m 정도의 구릉에 20여 호의 주민이 거주하는 작은 마을이었다. 제11중대 기지는 마을 뒤 언덕에 둘레 800m 정도 계란 모양의 전면 방어진지로 구축돼 있었다. 2월 초 적의 기습 가능성이 증대되자 여단은 경계강화 지시를 내렸다. 제11중대는 주변지역 수색정찰을 계속하면서 기지 보강공사에 박차를 가했다. 주요화기 진지를 유개화하고 교통호와 개인호를 보강했다. 조명지뢰와 대인지뢰도 추가 매설하는 등 많은 부분을 보완하며 14일 밤을 맞았다.

 그날은 음력 1월 7일이었다. 따라서 초저녁엔 초승달이 떠 있었으나 22시쯤부터는 짙은 안개와 함께 가랑비까지 내려 지척을 분간할 수 없었다. 이어 23시 20분쯤 적 침투부대가 제3소대 전방 외곽 철조망을 파괴통으로 폭파시키면서 공격을 시작했다. 중대가 즉각 81㎜ 조명탄을 쏘아 올리자 1개 소대 규모의 적이 숲 속으로 도주하고 있었다. 중대의 화포가 작렬했다. 적은 산발적으로 대응했으나 아군의 화력이 집중되자 멀리 도주하고 말았다. 중대장은 적의 2차 공격에 대비해 병력의 2분의 1을 전투배치하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 덕분에 제11중대는 방어태세는 물론 상급부대의 화력지원태세 등을 재점검해 취약점을 사전에 보완할 수 있었다.

 ▲ 제2차 공격(2월 15일)

 중대는 적의 제1차 공격 후에도 전투준비를 갖추고 긴장한 채 밤을 새웠다. 머지않아 날이 밝을 것을 기대하며 긴장이 풀려갈 즈음인 4시 10분쯤, 초저녁에 적과 교전했던 제3소대 전방에서 은밀하게 접근하는 적을 발견했다. 중대장은 즉각 전원을 전투배치하고 적을 최대한 끌어들여 기습하도록 했다. 이어 조명탄을 띄우자 기지를 포위하고 있던 적이 집중적인 포격을 시작했다. 제11중대가 대응사격을 시작하면서 한동안 포격전이 계속됐다.

 적의 공격기세는 대단했다. 아군의 집중적인 포화 속에 주력을 제3소대 정면에 배치한 적은 외곽철조망을 연쇄적인 파괴통 폭파로 절단한 후 진지를 향해 쇄도했다. 설상가상으로 제1소대의 일부 진지도 돌파되기 시작했다. 1소대장 신원배 소위는 교통호 75m 전방의 바위를 이용해 아군진지에 사격을 퍼붓고 있는 적의 특화점을 자원한 특공대와 함께 직접 공격해 격파했다.

 중대는 가용병력을 끌어 모아 역습을 감행했지만, 중대 전체가 적에게 짓밟힐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 특히 주력이 투입된 제3소대 지역은 피아가 뒤섞여 거의 육박전 수준이었다. 그때 이학현 상병은 교통호에 진입한 적을 향해 수류탄을 폭파시켜 적과 함께 산화했다. 송용섭 일병은 기관총 사수가 전사하자 뒤이어 분투하다가 전사했다.

 그 시기에 중대장은 아군 피해를 무릅쓰고 진내사격을 요청했다. 그러나 상급부대는 중대장의 건의를 수용할 수 없었다. 다행히도 날이 밝으면서 중대의 역습이 성공하자 적도 더 이상 밀어붙이지 못했다. 장병들의 투혼에 힘입어 진내의 적을 모두 사살한 것은 7시 20분쯤이었다. 상황이 반전되자 기지외곽에서 저항하던 1개 중대 규모의 적도 전의를 상실한 듯 북서쪽으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여단은 지원화력으로 그들에게 집중포격을 가했다.

 한편 여단은 위기에 처한 제11중대를 증원하기 위해 5시 20분쯤부터 제6중대를 비상대기시켰다. 그러나 비와 안개로 인한 시계불량으로 헬기를 띄울 수 없었다. 결국 제6중대는 7시 30분에야 헬기로 기동해 주변 수색작전에 참가했다. 제6중대가 확인한 전과는 사살 243명, 포로 3명 등이었다. 그 외에도 상당수의 적이 사살됐거나 부상당한 것으로 추정됐다. 사살된 적 시체에는 북베트남군 제1연대 제90대대장 등 많은 수의 장교들이 포함돼 있었다.

베트남 당국에 의해 숲으로 복원동 짜빈동 기지의 최근 모습(2003년 1월)


 노획한 문서에는 “제11중대 기지를 격파한 후 해병여단 본부 및 포병대대 지역으로 전과를 확대한다”라고 기록돼 있었다. 한편 제11중대의 피해는 전사 15명과 부상 33명이었다.
고립된 1개 중대 규모가 연대규모의 적에게 치명타를 가한 제11중대의 쾌거는 외국언론에 의해 “신화를 남긴 해병대”라는 제목으로 보도됐으며, 국위를 선양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적들도 차후 한국군에 대한 공격을 자제하게 됐을 정도였다.

▲ 오늘의 해병대와 서해5도

 청룡부대가 베트남에서 철수한 다음해인 73년 10월, 해병대는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정부가 군의 경제성 제고 차원에서 해병대사령부를 해체했던 것이다. 그 후 상륙작전과 기동예비전력 운용의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정부는 87년 11월 해병대사령부를 재창설한 후 해병부대를 통합지휘하도록 했다. 그때부터 해병대는 ‘충성·명예·도전’을 3대 핵심가치로, ‘작지만 강한 해병대’를 대표적인 구호로 선정해 매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북한이 연평도 포격사건을 자행한 서해5도 지역의 해병대도 대치하고 있는 북한군 제4군단 병력의 10분의 1이 채 안된다. 그렇지만 우리의 해병대는 베트남 짜빈동에서 10배가 넘는 적의 집요한 공격을 육탄으로 격파했던 것처럼 북한군이 침공해 온다면 언제라도 ‘짜빈동 정신(Spirit of Trabinhdong)’을 발휘해 제2의 짜빈동전투를 재현해 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최용호 군사편찬연구소 책임연구원 ※ 편집=손병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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