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메뉴보기 검색열기
22대 전도봉
2011.01.16 22:15

정성 담긴 찌개 한 그릇

조회 수 718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첨부

전도봉.jpg

며칠 전 지방 출장길에 점심을 먹기 위해 어느 식당에 들렀을 때의 일이다. 메뉴판에 있는 찌개를 주문하고 고개를 들어보니 요즘은 좀체 보기 어려운 '손님은 왕이다'라는 문구가 벽에 걸려 있었다. 문구대로라면 임금님이 먹던 수라상이 나와야 하는데 주문하지도 않은 수라상이 나올 리는 만무했고,주문한 대로 보글보글 끓는 찌개와 윤기 흐르는 밥,정갈한 반찬이 나와 맛있게 먹은 적이 있다.

한때 많은 식당에 걸려있던 '손님은 왕이다'를 조금 고급스럽게 경영 용어로 바꾸어 말하면 '고객만족 경영'이 될 것이다. 어떤 회사에서는 고객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왕을 넘어서 '고객은 황제'라고 했는가 하면,세계적으로 유명한 한 일본 회사는 '고객은 신이다'라고 했다. 게다가 고객은 '항상 옳다,외국인이다,아내이다,최종 결재권자다'라는 말까지 있으며,이제는 고객이 만족하는 수준을 넘어서 고객감동,고객졸도 경영이라는 표현도 너무 많아 식상한 세상이 되었다.

고객만족에 대해 무엇이라고 부르든 고객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17년 전 제1해병사단장으로 부임했을 때 제일 고민했던 것이 국민에게 사랑받으면서 젊은이들이 오고 싶어하는 해병대를 만드는 일이었다.

그때만 해도 자식들이 해병대에 가겠다고 하면 부모들은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힘들다고 소문난 해병대에 자식을 보내고 싶지 않았던 데다 휴가 나와 술집에서 행패를 부리는 등 해병대의 이미지도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올바르고 모범적인 젊은이들로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지휘관서신 등을 통해 올바른 인간이 되기 위한 마음가짐과 행동에 대한 교육이었다. 장차 사회생활에 필요한 자격증도 취득할 수 있도록 외부 강사까지 부대 안으로 불러 각종 기술을 익히도록 했다.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휴가를 다녀온 해병들이 하나같이 싱글벙글했는데,이유인즉 이전에는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 되었다'는 칭찬을 들었다는 것이다. 군대에 가서 제대로 된 사람으로 거듭난 자식들을 본 부모들은 자연히 해병대를 좋아하게 됐고,진정한 해병으로 거듭난 젊은이들은 영원한 해병이 되어 해병대를 사랑하게 됐다.

지금도 해병대 지원율이 3 대 1에 이르고 인기 배우인 '차도남' 현빈씨도 해병대에 지원했다는 것을 보면 국민과 해병을 고객으로 설정하고 변화시킨 것은 잘한 일인 것 같다.

회사의 직원도 고객이고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손님도 모두 소중한 고객이다. 고객 스스로가 왕인지 모르더라도 그들의 기대와 상상을 넘어서는 재미있고 감동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자.진심을 다해 서비스를 제공해도 고객은 귀에 거슬리는 직언을 듣는 왕처럼 일시적으로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말뿐인 고객만족의 수라상보다는 정성을 다한 맛있는 찌개를 드려야 한다. 그래야 고객의 마음을 얻고 신뢰를 받을 수 있다.

전도봉 한전KDN 사장 ceo@kdn.com  [한국경제신문] 2011년 01월 16일(일) 오후 05:09





TAG •

  1. 바다의 사나이·영원한 해병 -9- 배고픈 사관생도

    세상에서 제일 서러운 것은 배고픈 것이라는 말이 있다. 물론 밥 사먹을 돈이 없어서 배고픈 것과 군대에서 배곯는 것은 다르다. 1970년대 이전에 군대생활을 한 사람이면 누구나 그 서러움을 경험했을 것이다. 나라...
    Date2011.01.28 Category6대 공정식 Views4565
    Read More
  2. 바다의 사나이·영원한 해병 -8- 해사 교가탄생 일화

    교가가 있어야겠다. 사관생도들을 하나로 묶어 세울 멋진 노래가 있어야 하겠다.손원일 제독의 바통을 받아 제2대 해군사관학교 교장에 취임한 김일병 중위는 생도들에게 애교심을 불어 넣어 줄 교가의 필요성을 절...
    Date2011.01.28 Category6대 공정식 Views4402
    Read More
  3. 바다의 사나이·영원한 해병-7-해군장교 임관

    우리 1기생은 구축함 실습 중 임관돼 임관기념 사진이 없다. 졸업식도 2기생 입교식 날 더부살이처럼 가졌다. 60년이 넘은 해군사관학교 역사상 이런 일은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럴 만한 사유가 있었기 ...
    Date2011.01.28 Category6대 공정식 Views4887
    Read More
  4. 바다의 사나이·영원한 해병-6-구축함 실습시절

    구축함 실습생활에서 잊혀지지 않을 부끄러운 일은 배멀미에 시달린 기억이다. 바다 사나이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그 정도를 이겨내지 못하고 그 난리를 쳤으니,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뜨겁다. 그러나 어쩌랴. 익숙하...
    Date2011.01.28 Category6대 공정식 Views4287
    Read More
  5. 바다의 사나이·영원한 해병-5-해사시절

    초창기 해군사관학교 교과목은 지금의 이학사 과정에 비춰도 크게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국어·영어·국사·대수·물리 같은 교양 공통과목에, 군사·통신·항해·기관&...
    Date2011.01.28 Category6대 공정식 Views4585
    Read More
  6. 바다의 사나이·영원한 해병-4-열악했던 해사시절

    창고를 개조한 낡고 좁은 교실, 옷도 신발도 모자도 모두 일본이 남기고 간 것을 활용하는 초라한 사관학교였다. 그러나 가르치고 배우는 열성만은 대단했다. 1946년 6월 15일 해방병단이 조선해안경비대로 바뀌고, ...
    Date2011.01.28 Category6대 공정식 Views5228
    Read More
  7. 바다의 사나이·영원한 해병-3-해군사관학교 시절

    이해를 돕기 위해 ‘해방병단’이니 ‘해군병학교’니 하는 낯선 명칭에 대해 간단히 언급해 둬야 하겠다. 해방병단이란 해군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손원일 제독이 광복 후 주머니를 털어 만든 ...
    Date2011.01.28 Category6대 공정식 Views5382
    Read More
  8. 바다의 사나이·영원한 해병-2-해군과의 인연

    내가 해군과 연을 맺게 된 것은 순전히 지역적 영향이다. 군항도시 진해 가까운 곳에서 학교를 다닌 탓에 자연히 해군에 관심을 갖게 됐다. 나는 1925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났으며, 마산 공립상업학교를 나왔다. 마...
    Date2011.01.28 Category6대 공정식 Views4716
    Read More
  9. 바다의 사나이·영원한 해병 공정식- 프롤로그

    ◇ 공정식 장군은 ▲1925년 9월 3일 경남 출생 ▲1948년 해군 경주함 함장 ▲1952년 해병대 제3 전투단장 ▲1957년 한미 해병 연합상륙 여단장 ▲1964∼1966년 제6대 해병대 사령관 ▲1967년 제7대 국회의원 ▲1994년 성...
    Date2011.01.28 Category6대 공정식 Views5176
    Read More
  10. 정성 담긴 찌개 한 그릇

    며칠 전 지방 출장길에 점심을 먹기 위해 어느 식당에 들렀을 때의 일이다. 메뉴판에 있는 찌개를 주문하고 고개를 들어보니 요즘은 좀체 보기 어려운 '손님은 왕이다'라는 문구가 벽에 걸려 있었다. 문구대...
    Date2011.01.16 Category22대 전도봉 Views7182
    Read More
  11. 해병대 신형전투복입은 유낙준사령관 사진들

    해병대가 고유의 신형 디지털 전투복을 제작해 오는 9월 초부터 신병들부터 초도 보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보도에는 62년만이라고 하는데 이전에 해병대는 덕헌터나 큰무늬위장복이 있었으니 62년만은 아니라고 봅...
    Date2011.01.10 Category30대 유낙준 Views17314
    Read More
  12. 1994년 6여단장 이취임식 - 이상무사령관

    1994년 12월 24일 이갑진, 김명환 6여단장 이.취임식장의 이상무 해병대사령관님의 모습입니다. - 해병대 역대사령관을 지내신 분들이 함께 보이는군요.
    Date2011.01.01 Category21대 이상무 Views13786
    Read More
  13. [대한민국 제1호] 6·25때 '귀신 잡는 해병' 이끈 신현준 중령

    1949년 4월 15일 경남 진해의 덕산 비행장에서는 해병대 창설식이 거행됐다. 해군에서 편입된 장교 26명과 하사관(현 부사관) 54명, 해군에 갓 들어와 해병대를 지원한 300명의 사병이 전부였다. 2개 대대로 출범한 ...
    Date2010.12.28 Category1대 신현준 Views8622
    Read More
  14. 이갑진 전 해병대사령관 - 서북도서 전략증강방안

    서북도서 전력증강 방안-“현지 정보력 강화·정밀타격능력 보유 무기 배치를” 한국해양전략연구소(KIMS)와 해병대전략연구소(RIMS)가 9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
    Date2010.12.10 Category23대 이갑진 Views7655
    Read More
  15. 1989년 연평부대를 방문한 최갑진사령관님

    1989년 6월 23일 연평부대를 방문한 제18대 최갑진 해병대사령관님 사진 해병닷컴 김명환사령관 블로그
    Date2010.12.06 Category18대 최갑진 Views1218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15 Next
/ 15
CLOSE

SEARCH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