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형제 모두 해병대 보낸‘용감한 어머니’ 정영순 씨

by 운영자 posted May 19,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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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형제 모두 해병대 보낸‘용감한 어머니’ 정영순 씨 / 국방일보 2013.5.20

 

아들 삼형제를 해병대에 보낸 어머니 정영순 씨와 큰아들 박현민(맨 오른쪽), 셋째 현종 상병이 자택 인근 공원을 산책하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아들을 군대에 보낸 어머니라면 누구나 거치는 통과의례가 있다. 이별의 슬픔을 그럭저럭 정리했을 때쯤 집으로 날아오는 소포 꾸러미가 그것이다. 훈련소에 들어가기 전 아들이 입었던 옷가지와 그 위에 놓인 편지 한 장은 왈칵 눈물을 쏟게 한다. 이 같은 과정을 세 번이나 거친 어머니가 있다. 아들 삼형제를 해병대에 보낸 ‘용감한 어머니’ 정영순(50) 씨가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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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삼형제를 해병대에 보낸 어머니 정영순 씨와 큰아들 박현민(맨 오른쪽), 셋째 현종 상병이 자택인근 공원을 산책하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전역한 큰아들, 군대 봉급 모아 생활비 지원·대학 등록금 마련 복무 중인 쌍둥이도 의젓해져… “성장시켜 준 해병대에 감사”

 

● 해병대 입대는 탁월한 선택

 “처음엔 반대를 많이 했죠. 하지만 한층 성숙해지고, 늠름한 모습으로 첫 휴가를 나온 아들을 보고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걸 인정했죠.”

 충북 진천군 진천읍에 거주하는 정씨는 3남1녀를 두고 있다. 큰아들 박현민(23) 씨는 지난해 12월 해병대2사단 포병대대를 전역한 후 충북도립대학교 기계자동차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다.

 둘째·셋째는 쌍둥이다. 둘째 찬종(20) 일병은 해병대 상륙지원단에서 병기병으로, 셋째 현종(20) 상병은 큰형이 근무했던 해병대2사단 포병대대에서 K-55 자주포 요원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큰형과는 5개월 동안 한솥밥을 먹었다.

 어머니 정씨는 세 아들이 해병대를 지원하리라고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남들처럼 평범한 군 생활을 원했던 것이다.

 “아들을 군대에 보낸 엄마라면 다 똑같겠지만 현민이가 입대한 후에는 걱정이 태산이었어요. 훈련은 힘들지 않은지, 아픈 데는 없는지, 밥은 잘 먹는지, 동료와는 잘 어울리는지…. 왜 고생을 자청하는지 이해할 수 없더군요.”

 그러나 정씨의 불안한 마음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마냥 어린애로만 여겼던 큰아들이 몸도 마음도 튼튼해진 멋진 사나이로 휴가를 나오자 근심걱정이 눈녹듯 사라진 것이다.

 “큰아들이 해병대를 전역하더니 군대에서 받은 봉급을 모아 생활비로 내놓고, 대학 등록금을 스스로 마련하는 등 몰라보게 의젓해졌어요. 쌍둥이도 마찬가지고요. 해병대 삼형제는 그 어떤 금은보화보다 더 값진 아들입니다. 이렇게 성장시켜 준 해병대에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 효심·형제애·가족애 충만

 맏형의 긍정적인 변화는 나비효과처럼 쌍둥이 형제에게도 일어났다. 쌍둥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주저없이 해병대를 지원했다. 어머니도 흔쾌히 수락했다. 이 과정에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넉넉지 못한 가정형편에 4남매를 대학에 보낼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삼형제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보다 서로를 먼저 생각할 정도로 우애가 깊었어요. 큰형의 전역일이 다가오자 쌍둥이들이 군대를 가겠다고 하더군요. 등록금 부담을 줄여 큰형이 복학하도록 배려한 것이죠. 해병대라는 힘들고 어려운 과정 속에서 현명함과 의지력을 길러 돌아오겠다며 오히려 저를 위로했어요. 전역 후 취업과 학업을 병행하겠다는 말이 비수처럼 심장을 찔렀어요.”

 셋째 현종 상병은 입대 전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진로를 고민 중이다. 그는 레크리에이션 강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타인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활달한 성격과 궁합이 잘 맞는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부대 행정관 정만호 상사에게 이 같은 상황을 털어놨고, 구체적인 계획과 추진 방향을 함께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정씨는 최근 연이은 북한의 도발위협에 대해서도 속내를 털어놨다. 어머니로서 걱정은 되지만 나라의 부름을 받고 군 복무 중인 쌍둥이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걱정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죠. 그렇다고 도망치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세 아들이 해병대라서 그런지 저 역시 반은 해병대원인 것 같아요. 군 생활 중인 두 아들이 무적해병, 귀신 잡는 해병이라는 명성에 걸맞도록 국가에 충성을 다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전역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큰형에 이어 현종 상병을 지휘하고 있는 해병대2사단 박국흠(중령) 포병대대장은 “어떤 일이든 솔선수범하며 후임들을 챙기던 박현민 예비역 병장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며 “현종 상병도 형을 본받아 모범적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렇게 훌륭한 형제들을 해병대에 보내주신 어머님께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현종 상병을 포함한 모든 병사들이 건강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윤병노 기자 < trylover@dema.mil.kr >
사진 < 정의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