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에서 찾은 내 안의 대한민국

by 배나온슈퍼맨 posted Apr 07,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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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시스】함상환 기자 = 태국 영주권을 보유했지만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해병대에 입대한 대원이 있어 장병NISI20120406_0006156785_web.jpg 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해병대 청룡부대에서 근무하는 이보빈(1124기·23) 병장이 바로 그 주인공.

아버지의 태국 관광사업으로 태국의 수도 방콕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 병장은 한국에 다시 입국해 장기간 머무르지 않는 이상 군 복무를 할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환경학으로 유명한 미국 동부 보먼트주(Vermont)의 명문대 미들베리(Middlebury)대학에서 환경공학과 경제학을 복수 전공하며 4년 전액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우수한 인재인 이 병장은 대학 졸업 후 미국에 취직해 미국 영주권을 취득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병장은 대학교 2학년 1학기를 마치자 학업을 중단하고 대한민국으로 돌아오는 선택을 했다. 대학에서 한국 유학생 친구들과 대화할수록 외모와 쓰는 언어는 같지만 '내가 과연 한국인이 맞나' 라는 의문이 점점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확인하가 위해 이 병장은 한국 남자라면 누구나 간다는 군대, 그것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멋진 군대인 해병대를 찾아 낯선 조국 대한민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처음에는 해병대에서의 군 생활이 생각했던 것만큼 쉽지 않았다. 입대 초기 서툰 한국어와 오랜 외국생활에서 온 문화적 차이로 어려움도 겪었지만 타고난 성실함을 바탕으로 이 병장은 금방 해병대의 일원으로, 대한민국의 일원으로 녹아들었다.

다음달 26일 제대를 앞둔 이 병장은 유창한 영어와 태국어 실력으로 그 동안 선·후임들에게 영어를 가르쳐 주는 것은 물론 올해 1~3월에는 태국에서 실시한 코브라골드 훈련에 참가해 통역병으로 활약하는 등 지금은 간부와 대원들 사이에서도 칭찬받는 모범 해병으로 불리고 있다.

전역 후 다시 학교에 복학할 예정인 이 병장은 해병대를 통해 배운 한국인의 자부심과 끈기를 바탕으로 석유를 대신할 저렴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개발하고 싶다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학업에 매진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 토요일 외할머니의 100순 생신을 맡아 휴가를 다녀온 이 병장은 부대 복귀 후 곧바로 부대 상륙기습훈련에 참가해 전역 전 마지막 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 병장은 "해병대에서의 군 생활은 앞으로 있을 외국 생활에서 나 자신이 대한민국의 일원이라는 것을 잊지 않게 해 줄 힘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얼마 남지 않은 군 생활 전역할 때까지 최선을 다해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습니다"며 그 동안의 감회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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