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총기난사사건 당일 범행 재구성 - 지난달부터 “휴가때 죽이자” 모의
사건 당일 범행 재구성 … 초소 총기탈취 시도했으나 계획 바꿔
<내일신문 홍장기기자>강화도 해병대원 4명 총기살해는 사전에 모의한 계획적인 사건인 동시에 당일 역할을 나눠 실행에 옮긴 조직적인 범행으로 드러났다. 사고자인 김 모 상병과 정 모 이병은 상관과 동료 병사를 살해한 뒤 초소를 폭파하고 탈영하려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지난달 해안초소 근무중 정 이병이 "나를 괴롭히는 김 모 병장과 신 모 상병(1생활관), 김 모 상병(2생활관)을 죽이고 탈영하고 싶다"고 하자 김 상병이 "권 모 일병(2생활관)을 죽이고 싶다. 휴가(7월 26일 예정)때 죽이자"고 모의했다.
다음은 총기사건 당일인 지난 4일 오전 시간대별로 사고자인 김 상병과 정 이병의 행적을 재구성한 것이다.
4~7시 : 김 상병 자살충동
김 상병은 오전 4시 기상해 상황실에서 탄약고로 옮기는 탄통작업과 청소를 한 뒤,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생활관에서 개인시간을 가지면서 선임병 구타, 인격모독, 후임병들의 반말 등을 생각했다.
오전 7시경 식당으로 이동해 음악방송을 보던 중, 권 모 일병 등이 웃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고 평소 기수열외 등 왕따를 당하는 자신의 처지와 비교돼 자살충동을 느꼈다.
7시30분쯤 : 음주후 폭행시도
김 상병은 혼자 창고에서 전날 구입한 소주 1병을 안주 없이 마신 후 권 모 일병을 폭행하기 위해 2생활관으로 갔다가 자고있는 권 일병을 보고 밖으로 나왔다.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야간근무조 오전 취침시간이었으나 김 상병은 자지않고 개인시간을 가졌다.
10시45분 : 살해모의
김 상병은 정 이병을 체력단련장 옆 창고로 불러내 "권 일병을 죽이고 싶다"고 말하자, 정 이병이 "그러지 마십시오. 죽여서 어떻게 할 것입니까"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정 이병은 평소 선임병에게 괴롭힘과 무시당한 것을 생각하고 "권 일병도 죽이고 소초원들도 다 죽이고 나서 탈영하자"고 제의, 김 상병이 "지금 죽이자"고 동의했다. 두사람은 창고 밖으로 함께 이동했다.
11시15분 : 총기탈취시도
두 사람은 공중전화 부스 옆에서 '고가초소 근무자를 제압하여 실탄이 들어있는 총기를 탈취하자'고 모의하다가 실패 가능성이 있어 포기하고 체력단련장으로 이동했다.
11시20~35분 : 총기 절취
체력단련장에서 총기보관함에 있는 총기와 간이 탄약고에 있는 실탄을 절취하기로 모의한 후, 잠금장치가 돼있지 않은 총기보관함에서 구 모 일병의 K-2소총을 절취했다.
또 예비생활관에서 탄통 열쇠를 훔치고, 간이탄약고에 있는 상근예비역 김 모 일병의 탄통 1개를 절취했다.
11시35~40분 : 역할분담
두 사람은 소총과 탄통을 휴대하고 공중전화 부스 옆으로 이동했다. 김 상병은 탄통 개방후 실탄 탄알집 1개를 삽탄하고, 탄알집 1개를 체육복 주머니에 휴대했다.
현장 감식결과, 공중전화 부스 옆 탄통에서 탄알집 3개가 발견됐으며, 탄통에는 수류탄 1발과 실탄 탄알집 5개가 보관돼 있었다.
김 상병은 정 이병에게 수류탄 1발을 주고 고가초소 근무자에게 투척하라고 지시했다.
11시40~50분 : 4명 살해
김 상병이 소총에 실탄을 장전하던 중 내부 순찰을 위해 공중전화 옆으로 다가오는 상황병 이 모 상병을 보고 총격을 가했다.
이때 정 이병은 수류탄을 들고 고가초소로 이동하다가 총성을 듣고 공중전화 부스로 이동, 이 상병이 총을 맞고 신음하는 것을 확인하고 고가초소 근무자에게 보고했다.
다시 김 상병은 2생활관으로 들어가 좌측 첫번째 침상에서 자고있던 권 일병에게 3발을 발사하고, 우측 첫번째 침상의 박 모 상병에게 총격을 가했다.
우측 두번째 침상에서 취침중이던 권 모 이병을 향해 쏠 때, 권 이병이 김 상병을 밖으로 밀어내고 출입문과 창문을 닫고 잠갔다. 밀려난 김 상병은 부소초장실 입구에서 이 모 하사를 쏴 숨지게 했다.
11시50~56분 : 수류탄 폭발
김 상병은 소초장과 2생활관 복도에서 조우해 "소초장님 죄송합니다"라고 말한 뒤 도주했다.
김 상병은 중앙통로에서 정 이병을 만나 수류탄을 투척하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수류탄을 건네받아 체력단련실 옆 창고에서 수류탄 폭발로 파편상을 입었다.
홍장기 기자 hjk30@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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