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어진 소위 해병대 군수단 재정참모실.jpg

박어진 소위 해병대 군수단 재정참모실

 

 

지난 3월 해병소위로 임관하면서 바로 실무에 투입됐다. 초급 군사반 교육 중인 동기들은 내게 실무는 어떤지 물어보곤 한다. 내가 후반기 교육에 앞서 졸업·임관과 동시에 실무로 가면서 걱정이 있었듯, 동기들도 막연한 두려움이 있을 것이다. 항상 동기들에게 아직 업무능력은 많이 부족하지만, 부대에서 만난 모든 전우가 따뜻하게 대해 줘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고 답한다.

 

해병대 군수단에서 받는 관심과 사랑은 정말이지 과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크다. 사무실에서 함께 근무하는 전우들 또한 처음이라 익숙하지 않은 업무를 친절히 알려 준다. 모르는 것투성이라 하루에도 수십 번씩 질문을 던지지만, 매번 성심성의껏 가르쳐 주고 도와줌에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낀다.

 

한편으론 임관 전 해병대에서의 군 생활과 실무를 걱정했던 내가 조금은 부끄러웠다. 그럼에도 아직 재정업무는커녕 유선전화를 당겨 받는 법도 몰라 당황하는 ‘뉴비(Newbie·풋내기)’다. 이렇게 서툴고 부족한 나에게 어떤 가치가 있어 모두 존중해 주는 걸까? 문득 나의 가치가 과대평가받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과 걱정이 들었고, 작은 것이라도 베풀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나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의 답이 필요했다.

 

그러던 중 최근 재정업무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재무제표’가 떠올랐다. 재무제표는 일정한 시점의 재무적 상태를 나타낸다. 현재 소위라는 시점에서 나의 가치를 평가하기에 제격이었다. 정부회계에서 재무제표는 차변(계정의 왼쪽)에 자산을 기입하고 대변(계정의 오른쪽)에는 부채와 순자산을 기입해 차변의 합계와 대변의 합계가 같도록 하는 복식부기(이중기록·계산이 되도록 하는 형식) 방식을 사용한다. 차변과 대변의 합은 항상 같아야만 한다.

 

현재 느끼는 소위 박어진의 차변 ‘자산’은 상당히 고평가이고, 대변에 있는 현재 내가 가진 업무적 능력이나 해병대에 대한 기여도 같은 ‘순자산’은 0에 가깝다. 이러한 차변과 대변의 오차는 부채가 된다. 부채는 미래에 상환해야 할 의무다.

 

앞으로 내 능력을 부지런히 쌓아 해병대에 헌신하며, 훗날 해병대 성장과 발전에 기여해야 할 의무가 있다. 재정업무를 하다 보면 빚도 자산이라는 말을 듣곤 한다. 짧은 기간 받은 관심과 사랑은 마음의 빚이 됐고, 앞으로 수십 년에 걸쳐 대한민국 해병대와 전우들에게 베풀어야 할 의무가 됐다. 아직은 이 무거운 의무가 나의 자산이라는 사실이 여전히 낯설고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주저하거나 위축되지 않을 것이다. 늘 자신감 있는 언행으로 나의 순자산이 될 역량을 키워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이다. 그리고 향후 만나게 될 지금의 나와 같은 ‘뉴비’들에게도, 그들이 해병대 발전에 일조하도록 관심과 사랑을 돌려주겠다. <국방일보 병영의창 2022.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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