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석 병장 해병대2사단 상륙장갑차대대.jpg

오은석 병장 해병대2사단 상륙장갑차대대

 

 

해병대에 입대하기 전 나는 170㎝에 46㎏으로 매우 왜소한 체격이었다. 이로 인해 초등학교 입학 이후 12년의 학창시절동안 ‘멸치’로 불렸다.

 

별명 때문에 위축된 나는 운동은 시도조차 해보지 않고, 공부에만 열중했다. 입시에서는 운도 따라줘 서울대학교에 진학했다.

 

그것으로 내 자존감이 회복되고, 성인이 돼서는 음주 가무에 빠져들었다. 그러는 사이 몸은 점점 나약해졌다.

 

문제는 군대였다. 친구들이 하나 둘 현역으로 군대를 갔고, 가족들도 대한민국 남자라면 당연히 현역 복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병무청 신체검사에서 저체중이라는 이유로 보충역으로 분류됐다. ‘멸치’라고 불리던 학창시절이 떠올랐다. 자존감이 또다시 낮아졌다. 내 일생을 따라다닌 이 꼬리표를 떼어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깜깜했다.

 

그러던 중 지인의 해병대 수료식에 참석하게 됐다. 그곳에서 해병들의 건장한 체격과 우렁찬 목소리, 제병 지휘에 맞춰 한 몸처럼 움직이는 모습과 함께 내 눈에 들어온 것은 ‘해병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문구였다. 그 문구는 “나도 저 해병들처럼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했다.

 

그날 이후로 내 인생은 조금씩 변해갔다. 태어나 처음으로 운동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 것이다. 하지만 20년 동안 사용하지 않은 나의 근육과 단련되지 않은 근 세포들은 철봉에 매달려 있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고, 팔굽혀펴기를 할 때면 얼마 못 가 배밀이 운동이 되기 일쑤였다.

 

그럴 때마다 ‘해병은 만들어진다’는 말을 곱씹으며 운동을 지속했고, 근육 증가를 위해 하루 여섯 끼를 먹었다. 마침내 4개월의 노력 끝에 6㎏의 체중 증량을 이뤄냈다. 그리고 2021년 1월 25일, 해병대 교육훈련단에 입소하면서 해병이 되기 위한 첫 관문을 통과했다.

 

수료식을 마치고 해병이 된 나는 2사단 상륙장갑차대대로 배치받았다. 이후 ‘해병대답게’라는 구호 아래 진정한 해병이 되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사단과 대대 차원에서도 체력 증진을 위한 여건을 보장해줬다. 그중에서도 더쎈(The SSen) 해병 프로젝트와 사단 기초체력 최우수부대 선발전은 큰 동기부여가 됐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나는 과거 철봉에 매달려 있는 것조차 힘겨워하던 모습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턱걸이 30회 이상, 3㎞ 뜀걸음은 10~11분 사이로 주파하고 있다. 그리고 병장이 된 지금은 과거 선임들처럼 후임들과 함께 달리며 전우애를 다지고, 건강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내가 해냈으니 당신도 할 수 있다. 어떤 선택을 하든 해병대다운 모습으로 도전하길 바란다. <국방일보 병영의창 2022.06.07>



  1. 서북도서 작전성공! 군사보안 절대사수! - 해병대6여단 고현석 중사

    고현석 중사 해병대6여단 군인의 직무수행에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바로 ‘군사보안’이다. 군사보안은 작전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다. 보안에 대한 위기의식은 나날이 커져만 간다. 지금 이 순간...
    Date2022.11.23 Views33190
    Read More
  2.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 해병대 교육훈련단 김현서 하사

    김현서 하사 해병대 교육훈련단 우리는 가끔 언론을 통해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여러 범죄를 마주한다. 그럴 때마다 분노와 슬픔을 느끼지만, 이내 일상으로 돌아온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범죄들이 나와는 거리가 ...
    Date2022.11.17 Views33689
    Read More
  3. 힐링콘서트로 힐링 - 해병대 연평부대 이정재 중령

    이정재 중령 해병대 연평부대 인천 연안부두에서 서해 뱃길로 110㎞, 북한과의 최근접 거리는 1.5㎞, 정전협정 이후 민간인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 북한군과의 포격전이 발발했던 곳. 이곳은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해...
    Date2022.11.14 Views32107
    Read More
  4. 연평도를 화(花)하게 - 해병대 연평부대 서우성 상병

    서우성 상병 해병대 연평부대 나는 대한민국 서북도서를 지키는 해병대 연평부대에 근무하고 있다. 지난달 우리 연평부대와 지역사회가 협력해 인성 함양 프로그램의 하나로 꽃꽂이 수업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주...
    Date2022.11.14 Views36901
    Read More
  5. 한 방향으로 나아갈 때 - 해병대2사단 배종인 병장

    배종인 병장 해병대2사단 포1대대 군에 입대하면서 20년 넘게 ‘나’라는 기준에서 서로 다른 경험을 쌓아 온 사람들이 모여 ‘우리’ 또는 ‘전우’라는 이름으로 일상을 공유하며 생활하고 있다. 그 일상 속에서 우리는 ...
    Date2022.10.20 Views33421
    Read More
  6. 국민과 함께하는 해병대 - 해병대 군수단 장현섭 중사

    장현섭 중사 해병대 군수단 “적에게는 사자처럼 용맹하고 국민에게는 양처럼 선하라.” 1949년 4월 15일 대한민국 해병대가 창설될 당시 신현준 초대사령관이 강조한 말이다. 우리는 창설 이념을 계승해 현재는 ‘국민...
    Date2022.10.12 Views34665
    Read More
  7. 바람과 부름과 방랑 - 해병대2사단 이병훈 대위(진)

    이병훈 대위(진) 해병대2사단 박쥐대대 바다 대신 땅 위에서 고무보트(IBS)를 둥둥 떠다니게 하면, 줄줄이 이어 가는 그 모습이 마치 청룡처럼 보인다. 우리 머리 위로 얹어진 고무보트를 보고 있자면 각자의 꿈을 싣...
    Date2022.10.07 Views34953
    Read More
  8. 해병대와 지뢰제거작전 - 해병대 군수단 정현도 하사

    정현도 하사 해병대 군수단 상륙지원대대 누구나 한 번쯤은 ‘귀신 잡는 해병’ ‘빨간 명찰’ ‘팔각모’를 들어봤을 것이다. 입대 전까지 나에게 해병대 이미지는 강하지만 부드러운, 부드럽지만 강한 이미지였다. 친형과...
    Date2022.09.29 Views33219
    Read More
  9. 제주 해병 3·4기 호국관 개관을 기념하며 - 해병대9여단 김기한 원사

    김기한 원사 해병대9여단 9월 1일은 제주 해병대의 날이다. 이날은 제주 해병 3·4기생들이 6·25전쟁 당시 위기에 놓인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해 인천 앞바다로 출정한 날이다. 해병대는 지난 2001년부터 매년 해병혼...
    Date2022.09.05 Views32610
    Read More
  10. 특등사수의 다음 도전은? - 해병대1사단 이태균 상병

    이태균 상병. 해병대1사단 31대대 나는 청소년기 중국 유학길에 올라 학창 시절을 보냈다. 낯선 땅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며 외롭고 힘든 날도 많았다. 이러한 기억 때문인지 해병대의 끈끈한 전우애가 매력적으로 다...
    Date2022.08.30 Views30188
    Read More
  11. [국방일보 진중문고+] 새벽 5시, 나를 찾아가는 시간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를 읽고 김동준 병장 해병대6여단 본부대 김유진 지음 토네이도 펴냄 나는 여단 주임원사 운전병이다. 나의 하루는 남들보다 조금 이른 새벽 5시에 시작된다. 기상 후 과업을 준...
    Date2022.08.30 Views27562
    Read More
  12. 특등사수의 다음 도전은? - 해병대1사단 이태균 상병

    해병대1사단 이태균 상병 나는 청소년기 중국 유학길에 올라 학창 시절을 보냈다. 낯선 땅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며 외롭고 힘든 날도 많았다. 이러한 기억 때문인지 해병대의 끈끈한 전우애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
    Date2022.08.07 Views33446
    Read More
  13. KCTC 훈련 참가 의미 - 이영진중령 해병대2사단

    이영진 중령 해병대2사단 [국방일보 2022.08.02 국방광장] KCTC 훈련은 매년 해병대 1사단에서 1개 보병대대가 참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해병대 2사단이 경계작전과 교육훈련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부대운...
    Date2022.08.03 Views30513
    Read More
  14. 말의 결을 달리하자 - 해병대1사단 임동희 병장

    임동희 병장 해병대1사단 포병여단 [국방일보 병여의창 2022.07.20] 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사람의 마음을 바꿀 수 있다. 정유재란 때인 노량해전 당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마라”는...
    Date2022.07.24 Views28310
    Read More
  15. 소대 전술훈련을 마치고 - 해병대1사단 임혜련 중위

    임혜련 중위 해병대1사단 2여단 [국방일보 병영의창 2022.07.22] 우리 소대는 4박5일간 부대 인근 산악 및 야외훈련장에서 소대 전술훈련을 실시했다. 소부대 전투기술 숙달을 위한 이번 훈련은 내가 소대장 직책을 ...
    Date2022.07.22 Views2758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7 Next
/ 37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