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사령부 안성민 대위(진).jpg

안성민 대위(진). 해병대사령부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던 보통의 봄날. 우연히 터미널에서 해병대 전투복을 입고 지나가는 한 소위를 홀린 듯이 쳐다봤던 18세의 나는 무작정 해병대 장교를 동경하게 됐다. 이후 4년의 대학생활을 거쳐 2020년 6월 해병소위로 임관했다.

 

해병대를 선망했기에 누구보다 절실했고, 그렇기에 보수교육이 끝난 후 두 개의 상장과 메달을 갖고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 부모님께서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하시는 모습을 보니 석 달의 보수교육 동안 밤 10시 소등 이후 모포 속에 몸을 숨기고, 입에 랜턴을 물고, 혹여 순찰 온 당직사령께 들킬까 숨죽여 공부했던 지독한 날들을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실무부대로 전입 후 귀감이 되는 중대장과 간부들을 만나 뜻깊은 소대장 생활했다. 사실 전입 온 순간부터 내딛고 싶은 다음 단계가 있었다. ‘전속부관’이라는 직책이었다. 대학생 때 멋있다고 생각했던 모 선배가 사단장님 전속부관이었기에 막연히 나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단순하지만 분명한 이유였다.

 

‘전속부관’은 곧 비서다. 지휘관이 사소한 잡무로부터 벗어나 본연의 임무에 집중해 능률을 높일 수 있도록 보좌하는 것이다. 성실성·희생정신·예의는 부관의 기본이며, 지시한 것을 신속 정확히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는 직책이다.

 

내 절실한 바람 덕이었을까. 2021년 6월 사단장님 전속부관이 됐다. 사단장님의 작전지도 및 출장 일정을 함께하며, 내 계급에서는 엄두를 못낼 많은 것들을 경험했다. 작전지도와 출장으로 시간에 쫓겨 살았지만 내가 원했기에 감사했다.

 

1년 후 사단장님은 해병대사령부 부사령관으로 자리를 옮기셨고, 함께 가자는 제안에 더없이 기쁜 마음으로 동행했다.

 

사령부로 온 나는 더 바빠졌다. 일주일에 2~3일은 출장 일정을 수행해야 했으며, 복귀하면 밀려있는 업무와 외로이 남겨진 20건이 넘는 부재중 전화가 정신을 아찔하게 했다. 일이 바빠진 만큼 더 중요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다.

 

마치 뒤에서 누가 쫓아오듯 급하게 보낸 1년 10개월이 흘렀고, 내가 모시는 장군은 제37대 해병대사령관이 됐다. 내 진급보다 더 기쁜 순간이었고,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누구보다 축하해드리고 싶었다. 당시 악수를 건네시며 고생 많았고, 고맙다는 그 한마디가 내 부관 인생의 희로애락을 떠올리게 했다.

 

사랑하는 해병대라는 조직이 발전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확인하는 소중한 시간이었고, 호인(好人)을 모실 수 있어서 영광스러웠다. 내가 만난 해병대 식구들은 모두 친절했고, 이 조직에 오래 남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해줬다.

 

시원섭섭하지만 이제는 한 사람을 위한 참모가 아닌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호시우보(虎示牛步·호랑이같이 예리하고 무섭게 사물을 보고 소같이 신중하게 행동한다)’의 자세로 성큼성큼 발전할 것이다.<국방일보 병영의창 기고 2023.01.19

 



  1. 해병대 부사관을 향한 나의 여정

    이서원 하사 해병대교육훈련단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KAAV)를 운용하는 해상돌격 주력 부대이자 상륙작전의 선봉대 역할을 하는 상륙장갑차부대 부사관이다. 해병대 부사관 기준으로 25세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입대...
    Date2025.04.23 Views15998
    Read More
  2. 해병대전략연구소 RIMS 저널 제41호 발간

    해병대전략연구소 RIMS 저널 제41호 발간 해병대전략연구소 RIMS 저널 제41호가 발간되었습니다. RIMS저널 제41호에는 해병대전략연구소 임원진 한국국가전략연구원 국제회의 참석 등 RIMS동정, 해병 탄생의 요람을 ...
    Date2025.03.30 Views36806
    Read More
  3. 대한민국 해병대가 자랑스러운 이유

    김주호 중위 해병대2사단 상승여단 해병대를 선택한 사람은 각자 사연과 의미가 있다. 나 역시 누구 못지않게 해병대와 특별하고 끈끈한 인연을 자랑한다. 그것은 바로 2대(代) 해병대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점...
    Date2025.03.26 Views39850
    Read More
  4. 해병대에서의 내일이 더 기대되는 이유

    손석희 상병 해병대2사단 해포여단 해병대는 인생의 도전이자 전환점이 됐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해병대는 그저 생소한 군대에 불과했다. 입대를 고민하던 무렵 언론에 보도된 해병대의 빨간명찰, 팔각모, 끈...
    Date2025.03.26 Views39830
    Read More
  5. 해병대전략연구소 RIMS 저널 제40호 발간

    해병대전략연구소 RIMS 저널 제40호 발간 해병대전략연구소 RIMS 저널 제40호가 발간되었습니다. RIMS저널 제40호는 RIMS동정, 주요인사 신년사, 을사년! 해병대 도약을 위한 새 출발, 시사논평, 2025년 해병대 3대 ...
    Date2025.01.17 Views99793
    Read More
  6. 해병대전략연구소 전략논단 제35호 발간

    해병대전략연구소(RIMS) 전략논단 제35호가 발간되었습니다. 해병대전략연구소 전략논단 및 연구소에서 발간하는 모든 간행물은 회원 및 후원회원들에게 배부하고 있습니다.
    Date2024.12.30 Views110097
    Read More
  7.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신호탄

    강명석 중위(진) 해병대6여단 2023년 12월 아라비아해 한가운데 떠 있었다. 사관생도 4학년, 해병대 장교가 되기로 결심한 뒤 마지막 관문인 순항훈련만을 남겨 두고 있었다. 임관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라 과연 어...
    Date2024.12.16 Views115365
    Read More
  8. 나를 바꾸는 건강한 힘, 해병대

    고영현 이병 해병대교육훈련단 아버지가 미국에서 공부하실 때 거기서 태어나 의도치 않게 복수국적을 갖게 됐다. 미국에서의 기억은 거의 없다. 아버지의 공부가 마무리돼 우리 가족이 한국으로 돌아온 건 내가 두살...
    Date2024.12.13 Views116883
    Read More
  9. 불굴의 의지로 나아가는 김황태, 그리고 해병대 정신

    조직 혁신과 발전을 위한 동력을 찾아서 ① 역경을 딛고 일어선 전우들의 울림 해병대전략연구소 림스저널 제39호 칼럼 해병대전략연구소 림스저널 https://krims.tistory.com
    Date2024.11.11 Views144938
    Read More
  10. 할아버지·아버지 길을 따라 해병대로 - 김선우

    김선우 이병 해병대 교육훈련단 나는 3대 해병이다. 존경하는 할아버지와 사랑하는 아버지, 이분들이 전역 후 지금까지 소속감·자부심을 갖고 있는 ‘해병대’라는 아우라 속에서 성장한 나까지. 어쩌면 해병대에 입대...
    Date2024.10.20 Views141706
    Read More
  11. 내 고향 포항, 해병대 - 박민우 소위 해병대교육훈련단 상륙전교육대대

    박민우 소위 해병대교육훈련단 상륙전교육대대 “포항의 승리를 위해 해병대 장병 여러분의 힘찬 응원이 필요합니다!” 프로축구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가 홈 구장 포항스틸야드에서 치러지는 날이면 들을 수 있는 장...
    Date2024.09.24 Views158121
    Read More
  12. 자부심 있는 선택, 해병대 - 권로빈준 이병 해병대 교육훈련단

    권로빈준 이병 해병대 교육훈련단 나는 한국인 부모님 사이에 캐나다 밴쿠버에서 태어난 복수국적자다. 2개의 국적을 지닌 데 대해 ‘인생에서 다양한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 정도로 여겼지 ‘국가’ ‘입대’와 같이 무...
    Date2024.09.24 Views152828
    Read More
  13. 평생 잊지 못할 해병대교육훈련단 - 고우진 하사 해병대교육훈련단

    고우진 하사 해병대교육훈련단 나는 입대하기 전부터 6·25전쟁 동안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하며 신생 국가 대한민국을 지켜낸 해병대에 관심이 많았다. 해병대의 숱한 전투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며 나는 해병대라는 조...
    Date2024.08.27 Views175858
    Read More
  14. 마침내 이룬 ‘해병대 부사관’의 꿈

    조민흠 하사 해병대교육훈련단 학창 시절 교정에는 베트남전쟁 ‘해풍작전’ 중 적의 수류탄을 자기 몸으로 덮어 부하들을 구하고 전사하신 해병대 청룡부대의 고(故) 이인호 소령 동상이 있었다. 그렇게 막연한 궁금증...
    Date2024.08.23 Views168285
    Read More
  15. 해병대의 이름으로 단결했고 더욱 강해졌다

    김원빈 하사 해병대2사단 선봉여단 어떤 상황에서 우리는 군복 입은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할까?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중 수고에 격려를 보내주시는 어르신의 한마디, 본인 모르게 식사비를 계산하고 가시는 예비역 ...
    Date2024.08.23 Views16045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7 Next
/ 37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