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채 칼럼] 사랑을 가장한 덫, 감정을 훔치는 범죄 ‘로맨스 스캠’

by 관리자 posted Feb 04, 202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캄보디아 120억원 ‘로맨스 스캠(Romance scam)’ 부부가 구속됐다. 이들 부부는 2024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100여 명을 상대로 돈을 뜯어낸 뒤 가상화폐나 상품권 매매 등을 통해 현금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중에는 장애인이나 중소기업 사장, 주부, 노인 등도 있다. 

사랑은 사람을 믿게 만든다. 누군가에게 선택받고 이해받고 있다는 감정은 경계를 허물고 마음을 열게 한다. 바로 그 지점을 노리는 범죄가 있다. 온라인에서 친밀감을 쌓아 금전을 편취하는 ‘로맨스 스캠’이다. 최근 이들 부부의 범죄 실체가 들어나면서 다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로맨스 스캠은 단순한 금융사기가 아니다. 보이스피싱이 공포와 조급함을 자극한다면 로맨스 스캠은 신뢰와 애정을 이용한다. 범죄자들은 SNS나 채팅 앱을 통해 접근해 피해자의 관심사와 감정을 세심하게 파악한다. 공감과 위로를 반복하며 관계를 쌓아 상대를 ‘특별한 존재’로 느끼게 만든다. 그 과정은 매우 자연스러워 의심하기 어렵다.

문제는 범죄의 목적이 단순히 돈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정 시간이 흐른 뒤 범죄자는 생활비, 병원비, 세금, 투자금 등 다양한 명목으로 도움을 요청한다. 피해자는 사랑하는 사람을 돕는다는 마음으로 송금을 결정한다. 이미 심리적 덫에 깊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돈을 잃는 것보다 더 큰 상처는 자신이 믿었던 감정 자체가 거짓이었다는 사실이다.

로맨스 스캠의 잔인함은 피해 이후에도 이어진다. 많은 피해자들은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쉽게 인정하지 못한다. 사랑을 믿은 선택이 곧 자신의 판단이었기 때문이다. ‘왜 속았을까’라는 자책과 부끄러움은 신고를 망설이게 하고 침묵은 또 다른 피해를 낳는다. 이 범죄가 반복되는 이유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술까지 범죄에 활용되고 있다. 가짜 신분증과 프로필, 영상 합성, 자동 번역 시스템을 이용해 국적과 언어의 장벽마저 허문다. 사랑의 말은 더 정교해졌지만 그 안에는 진심이 없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범죄의 수법 또한 교묘해지고 있다.

이제 로맨스 스캠을 개인의 부주의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이는 명백한 사회적 범죄다. 플랫폼 기업과 금융기관은 이상 거래와 의심스러운 소통 패턴을 감지하는 시스템 강화가 필요하다. 국가와 지자체는 피해자에 대한 심리·법률 지원을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시선이 아니라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태도다.

불안한 세상 속에서도 사랑은 여전히 소중하다. 그러나 사랑의 언어를 빌려 다가오는 거짓이 존재한다는 사실 역시 외면해서는 안 된다. 달콤한 고백 앞에서 잠시 멈춰 묻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 관계는 ‘나의 마음을 향한 것인지? 아니면 나의 지갑을 향한 것인지?’ 조금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출처 : SDG뉴스 [정순채 칼럼] 사랑을 가장한 덫, 감정을 훔치는 범죄 ‘로맨스 스캠’ 

https://www.sdg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49462

 





Articles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