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채 칼럼] 보병 없는 무인전쟁. 드론 정찰, 로봇 돌격

by 관리자 posted Apr 23,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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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채 서울과기대 겸임교수

 

보병 없는 전쟁은 더 이상 미래의 가능성이 아니다. 이미 현실이 된 변화다. 드론이 전장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로봇이 인간 대신 위험 지역으로 투입된다. 전투는 점점 원격화되고, 인간은 전장의 중심에서 서서히 밀려나고 있다. 총을 든 병사 대신 화면을 통해 상황을 통제하는 지휘자가 전쟁을 수행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러한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다. 우크라이나의 드론과 로봇이 빼앗긴 일부 영토를 회복했다는 보도이다. 이제 드론은 전쟁의 보조 수단이 아니다. 전장의 눈이자 손이며, 때로는 핵심 타격 수단이다. 값싸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무인기는 하늘을 촘촘히 메우며 전장을 ‘투명한 공간’으로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은폐와 기습이 승패를 좌우했다. 이제는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가 전략의 핵심이 되고 있다. 정보의 양이 아니라 판단의 질이 전쟁의 양상을 바꾸고 있다.

 

지상에서도 변화는 분명하다. 로봇은 이동과 보급을 넘어 전투 임무까지 수행하기 시작했다. 인간 병사의 노출이 줄어들수록 생존성은 높아진다. 그러나 여기에는 분명한 역설이 존재한다. 

 

전쟁에서의 인명 손실이 줄어들수록 전쟁을 결심하는 정치적 부담 역시 낮아진다. 전쟁이 덜 위험한 선택지로 인식되는 순간에 무력 사용의 문턱은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 기술의 진보가 반드시 평화를 보장하지 않는 이유다.

 

그렇다고 보병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 전쟁은 단순한 파괴가 아니라 통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영토를 점령하고 질서를 유지하며, 민간인을 보호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특히 복잡한 도시 환경에서는 알고리즘이 모든 상황을 대신 판단할 수 없다. 누군가는 지상에 남아 책임을 져야 하며, 전쟁의 결과를 감당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책임의 공백이다. 자율 무기가 치명적 결정을 내렸을 때 ‘그 결과를 누가 감당하는가?’이다. 알고리즘의 오류인가? 그것을 설계한 개발자의 문제인가? 아니면 사용을 승인한 국가의 책임인가?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이를 규율할 윤리적·법적 기준은 여전히 부족하다. 국제 규범은 이 변화를 뒤쫓고 있을 뿐이며, 전장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전장은 더욱 무인화될 것이다. 인간은 점점 전투원이 아니라 의사결정자로 이동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이 있다. 전쟁에서 사라져서는 안 되는 것은 보병이 아니라 책임이다. 기술이 전쟁을 비인간화할수록 이를 통제할 인간의 기준은 더욱 엄격해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더 정교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같은 비극을 반복하게 될 뿐이다.

 

정순채 서울과기대 겸임교수/법무법인 린 전문위원 

SDG뉴스(http://www.sdg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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