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채 칼럼] '보이스피싱' 당했다면 망설이지 마세요 - 아시아타임즈

"설마 내가 당하겠어?"라는 생각은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많이 갖고 있다. 바로 그 생각 때문에 피해자가 된다. 보이스피싱은 더 이상 특정 계층만 노리는 범죄가 아니다. 직장인과 대학생, 금융 지식이 많은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검찰과 경찰, 금융기관을 사칭하는 것은 기본이고,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가족의 목소리까지 복제하며 피해자를 속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속았느냐가 아니다. 속은 뒤 얼마나 빨리 움직이느냐가 피해 규모를 결정한다.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창피함이나 당황스러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조금 있다 신고해야지", "상황을 먼저 정리해 봐야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범죄자들은 이미 피해금을 다른 계좌로 빼돌리고 있다. 망설이는 시간은 피해 회복 가능성을 급격히 낮춘다.
돈을 보냈다면 가장 먼저 112에 신고하고 계좌 지급정지를 요청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가족에게 먼저 전화하거나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시간을 허비한다. 하지만 범죄 조직은 그런 여유를 주지 않는다. 피해금이 입금되는 즉시 여러 계좌로 분산시키고 현금화한다. 10분, 30분, 1시간의 차이가 돈을 되찾을 수 있느냐를 결정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고민이 아니라 행동이다.
최근 보이스피싱은 단순히 돈만 빼앗는 범죄가 아니다. 스마트폰을 장악해 개인정보를 탈취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문자메시지 링크를 누르게 하거나 특정 앱 설치를 유도한 뒤 휴대폰 전체를 범죄자의 손에 넘기게 만든다. "링크만 눌렀는데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가장 위험하다.
수상한 링크를 눌렀거나 앱 설치를 유도받았다면 즉시 휴대폰을 비행기 모드로 전환하거나 전원을 꺼야 한다. 악성 앱은 문자메시지와 인증번호, 계좌 정보, 통화 내역은 물론 금융앱 정보까지 노릴 수 있다. 보안 사고에서 늦은 대응은 대응이 아니다. 즉시 차단하는 것이 최선이다.
진짜 무서운 것은 송금 피해보다 개인정보 유출이다. 주민등록번호와 휴대전화 번호, 계좌 정보가 범죄자 손에 들어갔다면 피해는 이제부터 시작일 수 있다. 본인도 모르게 대출이 실행되며, 계좌가 개설되고, 신용카드가 발급될 수 있다. 피해자의 이름으로 또 다른 금융범죄가 발생할 수도 있다.
개인정보가 노출됐다면 명의도용 방지 서비스 신청, 계좌 조회, 인증서 폐기 및 재발급, 비밀번호 변경 등의 조치를 반드시 해야 한다. 귀찮다고 미루는 순간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검찰도 경찰도 절대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아직 많은 사람들이 속고 있다. "당신 명의 계좌가 범죄에 이용됐습니다." "안전한 계좌로 자금을 옮겨야 합니다." "수사 협조를 위해 현금을 인출해야 합니다."라는 말이 나오면 사기라고 생각해야 한다. 상대방이 누구라고 말하든 돈을 보내라고 하면 의심하여 거부해야 한다.
최근에는 AI를 이용한 가족 사칭 범죄도 급증하고 있다. 딸 등 가족 목소리를 실제와 거의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조작해 송금을 요구한다. "엄마, 나 사고 났어." "아빠, 급하게 돈이 필요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누구라도 흔들릴 수 있다. 하지만 바로 송금하는 순간 피해자가 된다. 반드시 전화를 끊고 직접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사람의 돈보다 사람의 심리를 노린다. 공포와 불안, 죄책감과 조급함을 자극해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다. 보이스피싱 예방의 핵심은 금융 지식이 아니라 원칙이다. 전화로 돈 이야기가 나오면 '끊어라'. 링크를 보내면 '누르지 마라'. 앱 설치를 요구하면 '거절하라'. 의심되면 '직접 확인하라'. 이 네 가지만 기억해도 대부분의 피해는 막을 수 있다.
보이스피싱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가장 위험한 생각은 "나는 안 당한다"는 자신감이다. 보이스피싱은 속은 사람이 어리석어서 당하는 범죄가 아니다. 누구나 당할 수 있는 범죄다. 의심되면 망설이지 말고 즉시 신고해야 한다. 신고가 빠를수록 피해를 줄일 가능성은 높아진다. 112는 망설이는 사람보다 행동하는 사람을 더 많이 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