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스캠 피해가 감소했다는 소식이 반갑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5월 투자리딩방 사기, 로맨스스캠, 팀미션 사기, 노쇼사기 등 신종 스캠 피해액은 687억 원으로 전월 대비 32.5% 감소했다. 발생 건수도 당연히 줄었다. SNS 범죄계정 차단, 사기 앱 삭제, 의심 전화번호 탐지 등 경찰과 관계기관의 집중 대응이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박수를 치며 안도할 상황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성과에 대한 자축이 아니라 냉정한 현실 인식이다. 피해액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한 달 동안 687억 원이 범죄자들의 주머니로 흘러 들어갔다. 하루 평균 22억 원이 넘는 돈이 사라진 셈이다.
더 심각한 것은 신종 스캠이 이미 우리 사회의 구조적 범죄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범죄자들은 더 이상 어설픈 전화를 걸지 않는다. SNS에서 전문가 행세와 연인을 가장하며, 유명 기업의 직원처럼 접근한다. 가짜 투자 플랫폼을 만들고 정교한 애플리케이션을 배포하며, 피해자의 심리와 행동 패턴까지 분석한다. 범죄 수법은 첨단화되는데 일반인의 경계심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투자리딩방 사기는 여전히 전체 피해액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사기 사건이 아니다. 한탕주의와 투기 심리를 악용한 범죄 산업이다. 높은 수익을 약속하여 접근하며, 조작된 수익 인증과 가짜 전문가를 내세워 피해자를 끌어들인다.
문제는 이런 범죄가 오랫동안 반복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범죄자들의 수법이 교묘한 것도 이유지만 플랫폼 사업자들의 책임 있는 관리와 감독이 충분했는지에 대한 질문도 피할 수 없다.
팀미션 사기와 로맨스스캠 역시 마찬가지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는 ‘쉽게 돈 버는 부업’을 제시하며,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에게는 ‘진심 어린 관계’를 가장한다. 이들은 돈만 노리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불안과 욕망, 외로움과 희망까지 범죄의 도구로 활용한다. 신종 스캠은 단순한 재산범죄가 아니라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리는 악성 범죄다.
정부와 수사기관의 대응도 갈 길이 멀다. 범죄가 발생한 뒤 계정을 차단하고 앱을 삭제하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범죄조직은 새로운 계정을 만들고 새로운 앱을 배포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후 대응이 아니라 사전 차단이다.
금융권의 이상거래탐지시스템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며, 플랫폼 기업의 책임 강화도 필요하다. 범죄 수익을 신속하게 동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해외에 근거지를 둔 조직에 대해서는 국제 공조를 통한 강력한 추적과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투자 제안, 지나치게 조건이 좋은 부업 광고, 온라인에서 갑자기 시작된 친밀한 관계는 의심해야 한다. 세상에 위험 없이 높은 수익을 안겨주는 투자는 없으며, 노력 없이 큰돈을 벌게 해주는 일자리도 없다. 범죄자들은 기술을 이용하지만 결국 인간의 욕망을 노린다.
신종 스캠 피해 감소는 분명 의미 있는 성과다. 하지만 그것은 승리가 아니라 잠시 얻어낸 전과에 불과하다. 범죄는 멈추지 않는다. 수법은 더 교묘해지고 조직은 더 국제화될 것이다. 지금 성과에 취해 경계를 늦춘다면 감소세는 언제든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수 있다.
687억 원이라는 숫자는 결코 작은 수치가 아니다. 피해가 줄었다는 사실보다 아직도 수백억 원이 범죄자들에게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신종 스캠과의 싸움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정부와 기업, 시민 모두가 경각심을 늦추는 순간 범죄는 다시 우리의 일상 속으로 파고들 것이다.
SDG뉴스 =정순채 서울과기대 겸임교수/법무법인 린 전문위원
https://www.sdg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5019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