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채 칼럼] AI 시대, 피싱은 사람의 신뢰를 해킹한다

정순채 서울과기대 겸임교수/법무법인 린 전문위원
스마트폰과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일상이 된 시대다. 금융거래와 쇼핑, 행정서비스는 물론 업무와 학습까지 디지털 기술이 담당하고 있다. 기술은 우리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그만큼 범죄도 빠르게 진화했다. 그중 가장 위협적인 범죄가 피싱이다. 이제 피싱은 단순한 금융사기가 아니라 첨단기술과 인간의 심리를 교묘하게 결합한 지능형 범죄로 변모했다.
과거의 피싱은 어색한 말투와 허술한 문장 때문에 비교적 쉽게 구별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금융기관과 수사기관, 택배회사, 가족과 지인까지 정교하게 사칭한다. 생성형 AI의 발전으로 실제 사람의 목소리를 모방하거나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는 기술까지 범죄에 악용됐다. 이런 환경은 일반인이 진위를 판단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주변에서 실제 발생한 사례는 이러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한 자영업자는 거래하던 은행 직원을 사칭한 전화를 받았다. 사기범은 정부 지원 저금리 대출로 전환할 수 있다며 기존 대출을 먼저 상환해야 한다고 유인했다. 피해자는 실제 은행명과 직원 이름까지 알고 있어 의심하지 못했다. 결국 현금을 전달하는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했다. 범죄자는 금융 시스템을 해킹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신뢰를 해킹한 것이다.
또 다른 사례는 취업 사기를 이용한 피싱이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채용이 늘어난 시기에 한 청년은 온라인 면접만으로 회사에 입사했다. 건물을 촬영하고 거래 대금을 전달하는 업무를 수행하던 중 수천만 원의 현금을 전달받게 됐다.
이를 수상히 여긴 친구의 조언으로 은행에 확인한 결과 자신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 수거책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즉시 경찰에 신고해 더 큰 피해를 막았고, 재판에서도 범죄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취업 사기에 속았다는 점이 인정돼 무죄를 선고받았다. 만약 조금만 늦었다면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범죄 피의자가 될 수도 있었던 아찔한 사례였다.
오늘날 피싱은 문자와 전화에만 머물지 않는다. 정상 홈페이지와 구별하기 어려운 가짜 사이트를 제작하거나 QR코드를 변조해 악성 애플리케이션 설치를 유도한다. 메신저를 통해 가족과 지인을 사칭한다. 여기에 원격제어 프로그램 설치를 요구하거나 개인정보와 금융정보 입력을 유도하는 방식까지 더해지면서 범죄는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AI 기술의 발전은 이러한 공격을 더욱 자연스럽고 치밀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범죄를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화려한 보안기술보다 '확인하는 습관'이다. 문자나 메신저의 링크는 무심코 클릭하지 말고 공식 홈페이지에 직접 접속해 확인해야 한다.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은 전화로 비밀번호나 계좌이체를 요구하지 않으며, 원격제어 프로그램 설치를 요구하지도 않는다.
가족이나 지인이 급하게 돈을 보내 달라고 하면 반드시 기존에 알고 있던 연락처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 취업 과정에서도 회사 방문 없이 고수익을 약속하거나 현금 전달을 업무로 지시한다면 범죄 가능성을 먼저 의심해야 한다.
피싱 범죄는 개인의 재산만 노리는 것이 아니다. 사회를 지탱하는 신뢰를 무너뜨리며, 선량한 시민을 범죄에 이용한다. 디지털 사회의 안전까지 위협하기에 개인의 주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와 금융권은 AI 기반 탐지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통신사와 플랫폼 기업은 사칭 계정과 악성 링크를 신속히 차단해야 한다. 학교와 지역사회에서도 디지털 범죄 예방 교육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AI는 인류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기술이다. 그 기술이 범죄자의 손에 들어가면 위험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가장 강력한 보안은 최신 프로그램이 아니라 한 번 더 의심하고 한 번 더 확인하는 시민의식이다. 피싱은 사람의 돈보다 먼저 사람의 믿음을 노린다. AI 시대일수록 신뢰는 확인을 통해 지켜야 하며, 작은 경계심이 나와 가족, 우리 사회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패가 될 것이다.,정순채 서울과기대 겸임교수/법무법인 린 전문위원> 출처 : SDG뉴스 http://www.sdgnews.net
[정순채 칼럼] AI 시대, 피싱은 사람의 신뢰를 해킹한다
스마트폰과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일상이 된 시대다. 금융거래와 쇼핑, 행정서비스는 물론 업무와 학습까지 디지털 기술이 담당하고 있다. 기술은 우리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그만큼 범죄도 빠르게 진화했다. 그중 가장 위협적인 범죄가 피싱이다. 이제 피싱은 단순한 금융사기가 아니라 첨단기술과 인간의 심리를 교묘하게 결합한 지능형 범죄로 변모했다.과거의 피싱은 어색한 말투와 허술한 문장 때문에 비교적 쉽게 구별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금융기관과 수사기관, 택배회사, 가족과 지인까지 정교하게 사칭한다. 생성형 AI의 발전으로 실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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