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채 칼럼] 심리조종까지 진화한 '투자리딩방' 사기

정순채 서울과기대 겸임교수/법무법인 린 전문위원
2023년 9월 통계 집계 이후 불법 투자리딩방 사기로 확인된 피해액은 1조 4951억 원에 달한다. 이는 신고와 수사가 이뤄진 사건만 집계한 수치다.
신고를 포기했거나 피해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사례까지 감안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훨씬 클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대응은 여전히 "투자에 유의하라", "고수익을 보장하면 의심하라"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에게 경각심만 요구하는 사이 범죄는 더 정교해지며, 피해는 반복되고 있다.
지금의 투자리딩방 사기는 과거 전화금융사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유튜브에서 유명 경제전문가를 사칭하며, 카카오톡과 텔레그램, 네이버 밴드 등을 통해 투자자를 끌어들인다. 자산운용사 대표와 금융기관 관계자를 가장하며, 허위 투자 실적과 수익 인증을 조직적으로 올린다. 초기에는 실제 수익금을 출금하게 해 피해자의 의심을 지운다. 탐욕을 자극하는 수준을 넘어 신뢰를 설계하고 심리를 조종하는 범죄로 진화한 것이다.
그런데도 사건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피해자를 향해 "왜 그런 말을 믿었느냐"라는 질문이 돌아온다. 그러나 진짜 질문은 따로 있다. 허위 투자 광고와 사칭 계정이 수개월 동안 플랫폼에서 버젓이 활동할 수 있었는가? 거액의 자금이 여러 계좌를 거쳐 해외로 빠져나가는데도 금융 시스템은 실시간으로 차단하지 못하는가? 해외에 서버와 계좌를 둔 범죄조직은 여전히 국내 수사망을 비웃듯 활동하고 있는가?
2024년 말 70대 여성이 유명 전문가를 믿고 3억 3800만 원을 송금한 사건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피해자는 실제 수익금을 출금하는 경험까지 하며 정상적인 투자라고 믿게 됐고, 결국 평생 모은 자산을 잃었다. 하지만 사건은 수사 종결이 되지 않아 관리미제로 남았고 범인은 자취를 감췄다. 피해자는 삶의 기반을 잃었지만 국가가 돌려준 것은 사건번호뿐이었다.
정부는 검거 인원이 증가했다고 설명한다. 물론 의미 있는 성과다. 그러나 피해자에게 더 절실한 것은 검거 통계가 아니라 피해 회복이다. 범죄수익은 이미 해외로 빠져나가고 계좌는 비워진 뒤이며, 국제 공조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검거 실적은 늘어도 피해 회복은 제자리라면 국민이 체감하는 정의는 실현됐다고 보기 어렵다.
플랫폼 기업도 책임을 비껴갈 수 없다. 투자사기의 상당수는 유튜브와 메신저, SNS에서 시작된다. 허위 투자 광고와 사칭 계정이 수많은 이용자에게 노출되는 동안 플랫폼은 신고가 접수된 이후에야 대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범죄의 유입 통로를 사실상 방치하면서 사회적 책임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금융당국도 근본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금융 인프라를 갖췄다고 하지만 사기 자금은 불과 몇 분 만에 여러 계좌를 거쳐 해외로 빠져나간다. 범죄는 실시간으로 움직이는데 대응은 사후 절차에 머물러 있다.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다.
앞으로 투자사기는 더욱 교묘해질 가능성이 높다. 인공지능 기술은 유명인의 얼굴과 목소리까지 자연스럽게 복제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허위 투자 권유는 더욱 정교해질 것이며, 개인의 주의만으로는 막기 어려운 범죄가 될 것이다.
이제는 "국민이 더 조심해야 한다"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플랫폼은 사전 차단 책임을, 금융당국은 신속한 계좌 동결과 범죄수익 환수 체계를 갖춰야 한다. 정부는 해외 범죄조직과의 상시 국제 공조 시스템을 요구해야 한다. 투자사기는 더 이상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국가의 대응 역량을 시험하는 조직범죄다.
1조 5000억 원에 가까운 피해액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국민의 신뢰가 얼마나 무너졌으며, 국가의 보호망에 얼마나 큰 빈틈이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경고다. 더 늦기 전에 대응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정비해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피해자는 또 다른 평범한 국민이 될 수밖에 없다.
SDG뉴스 =정순채 서울과기대 겸임교수/법무법인 린 전문위원
출처 : SDG뉴스(http://www.sdgnews.net)
[정순채 칼럼] 심리조종까지 진화한 '투자리딩방' 사기
2023년 9월 통계 집계 이후 불법 투자리딩방 사기로 확인된 피해액은 1조 4951억 원에 달한다. 이는 신고와 수사가 이뤄진 사건만 집계한 수치다. 신고를 포기했거나 피해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사례까지 감안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훨씬 클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대응은 여전히 "투자에 유의하라", "고수익을 보장하면 의심하라"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에게 경각심만 요구하는 사이 범죄는 더 정교해지며, 피해는 반복되고 있다.지금의 투자리딩방 사기는 과거 전화금융사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유튜브에서 유명 경제전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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