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채 칼럼] 대학가 개인정보 유출, 남의 일이 아니다

정순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겸임교수. 경희사이버·서울디지털대학교 객원교수. 법무법인 린 자문위원
대학은 지식과 인재를 키우는 공간이지만 동시에 방대한 개인정보가 모이는 정보창고이다. 학생의 이름과 학번, 연락처, 주소는 물론 성적, 등록금, 장학금, 병역, 상담·취업 정보까지 다양한 개인정보가 학사·행정 시스템에 저장된다. 문제는 이 정보가 한 번 유출되면 단순한 정보 노출에 그치지 않는다. 유출 대상자 사칭, 스미싱, 금융사기, 스토킹 등 다양한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사례는 대학도 개인정보 유출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2025년 국정감사 자료 등에 따르면 2017년 이후 국내 대학에서 신고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100건을 넘었다. 통계적으로 수백만 명의 개인정보가 피해 대상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킹뿐 아니라 시스템 오류, 관리 부주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파일의 오류 전송 등도 사고 원인이 됐다.
대학의 개인정보는 여러 정보가 결합된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 이름과 전화번호에 학적 정보, 생년월일, 주소 등이 더해지면 특정인을 쉽게 알아낼 수 있다. 여기에 장학금이나 등록금 정보까지 악용되면 학교를 사칭한 피싱이나 금융사기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대학의 책임은 무겁다. 개인정보 보호는 정보보안 부서만의 업무가 아니다. 모든 교직원과 조교가 개인정보를 다루는 과정에서 기본적인 보호 수칙을 지켜야 한다. 업무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 접근하도록 권한을 세분화하고, 담당자가 바뀌면 접근 권한을 즉시 변경하거나 회수해야 한다. 시스템 보안 업데이트와 개인정보 암호화, 접속기록 관리, 안전한 백업도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사람의 실수도 경계해야 한다. 이메일 오발송이나 개인정보가 포함된 문서의 잘못된 게시만으로도 대규모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교직원과 조교를 대상으로 한 정기적인 개인정보 보호 교육과 실제 사고를 가정한 훈련이 필요하다.
학생들의 주의도 중요하다. 학교를 사칭해 장학금, 등록금 환급, 학사 안내 등을 미끼로 개인정보나 인증번호를 요구하는 문자와 이메일에 응해서는 안된다. 학교 공식 홈페이지나 담당 부서를 통해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는 이를 악용한 스미싱과 보이스피싱 가능성에도 주의해야 한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더욱 투명해야 한다. 대학은 유출 사실을 인지하면 피해 규모와 원인을 신속하게 확인하고 법령에 따른 신고와 통지를 진행해야 한다. 사고를 숨기거나 통지를 늦추는 것은 피해자의 대응 기회를 빼앗고 대학에 대한 신뢰까지 무너뜨릴 수 있다.
개인정보는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다. 그 안에는 학생 한 사람의 학업과 생활, 경제활동과 사생활이 담겨 있다. 대학이 개인정보를 지키는 일은 학생의 권리와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이제 대학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정보를 보유하고 있느냐가 아니다. 그 정보를 얼마나 안전하고 책임 있게 관리하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개인정보 유출은 '남의 대학에서 일어나는 사고'가 아니다. 오늘이라도 대학 구성원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현실이다. 대학의 개인정보 보호는 사고가 발생한 뒤가 아니라 발생하기 전에 시작해야 한다. <아시아타임즈 2026.0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