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채 칼럼] 한 번의 클릭으로 재산과 정보를 빼앗기는 ‘피싱’

정순채 경희사이버대 객원교수/법무법인 린 전문위원
“엄마, 나 휴대폰이 고장 났어. 이 번호로 연락해.” “검찰입니다. 당신 명의의 계좌가 범죄에 연루됐습니다.” “택배 주소가 잘못됐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세요.”
이제 이런 메시지를 무심코 넘길 때가 아니다. 피싱 범죄가 일상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범죄자들은 이메일과 문자, 전화는 물론 메신저와 SNS까지 동원해 우리의 개인정보와 금융정보를 노린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딥페이크 기술까지 악용하면서 범죄 수법이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피싱의 무서움은 피해자가 스스로 범죄의 문을 열게 만든다는 데 있다. 공격자는 단순히 보안 시스템을 뚫는 데만 의존하지 않는다. 사람의 불안과 호기심, 신뢰를 노린다. “지금 당장 확인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라는 식으로 판단할 시간을 빼앗는다. 가족이나 지인의 이름을 이용해 도움을 요청하거나 금융기관과 수사기관을 사칭해 겁을 주기도 한다.
대표적인 수법이 보이스피싱과 스미싱이다. 보이스피싱은 금융기관이나 수사기관 등을 사칭해 개인정보를 요구하거나 돈을 송금하도록 압박한다. 스미싱은 문자메시지에 악성 링크를 넣어 가짜 사이트로 유도하거나 악성 앱 설치를 유도한다. 특정 기업이나 개인을 정밀하게 노리는 스피어 피싱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문제는 범죄자들이 우리의 정보를 이미 상당 부분 알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름과 전화번호, 직장, 가족관계 등 공개된 정보를 조합하면 그럴듯한 거짓말을 만들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AI 기술까지 더해지면서 가족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등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공격도 가능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은 “나는 안 속는다”고 자신한다. 바로 이 방심이 가장 위험하다. 피싱은 어리석은 사람을 골라서 공격하는 범죄가 아니다. 누구든 순간적으로 당황하거나 급한 상황에 놓이면 판단력이 흔들릴 수 있다. 범죄자는 바로 그 짧은 순간을 노린다.
예방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급한 연락일수록 즉시 행동하지 않는 것이다. 문자나 이메일에 포함된 링크를 함부로 누르지 말아야 한다.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을 사칭한 연락은 공식 홈페이지나 대표전화 등을 통해 직접 확인해야 한다. 가족이나 지인이 “돈을 보내달라”라고 요청하는 메시지는 믿어서는 안 된다. 반드시 다른 전화번호나 대면 방식으로 본인을 확인해야 한다.
기업과 기관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이중 인증을 활성화하고 이메일 인증 기술과 보안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임직원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보안교육과 모의 피싱 훈련도 실시해야 한다. 한 번의 실수가 개인뿐 아니라 기업 전체의 정보와 자산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보안 기술도 사람의 방심까지 막아주지는 못한다. 최후의 방어선은 사용자 자신이다. 피싱 범죄와의 싸움에서 가장 위험한 말은 “설마 내가 당하겠어”이다. 의심하고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급할수록 멈춰야 한다.
클릭하기 전에 한 번만 더 생각하자. 그 몇 초의 의심이 재산을 지키고, 개인정보를 지키며, 때로는 한 사람의 삶을 지키는 결정적인 방패가 된다.
SDG뉴스 =정순채 경희사이버대 객원교수/ 법무법인 린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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