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병 ATT 이야기

by 운영자 posted Jul 2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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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소가 뒷걸음질 치다 쥐를 잡는다고 신출내기 중위 중대장이 중대 ATT에 일등을 한 이야기다.

포병 전술훈련이 ATT (Artillery Training Test) 다. 포병부대가 자기들이 쌓은 실력을 총 동원하여 부대간 대항전을 벌려 우열을 가리는 전술 테스트다. 대대간 전술 테스트는 대대 ATT라 하고 중대간 전술 테스트는 중대 ATT라고 한다. 중대나 대대나 자기들이 쌓은 실력을 총 평가하는 포병 테스트이기 때문에 지휘관들은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테스트에 대비한다. 진급 평가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ATT가 있다하면 부대가 총 비상이다. 

보병에서 말하는 TTT (Tactical Training Test) 와 비견되는 말이다.

 

내가 PY도에서 포항 제1상륙사단 포병 5대대 11중대 중대장으로 발령을 받고 보니 바로 중대 ATT가 있다고 부산을 떨고 있는 중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ATT가 걸린담. PY도에서 고물 대포만 만지다 105미리 포를 처음 보았는데 포병 테스트를 한다니 기가 막히고 아예 테스트는 포기 상태다.

105미리 대포도 처음 보았는데 중대장 주도로 전술훈련에 참가하라니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지금은 105미리 대포도 고물포가 되었지만 당시는 신형 포로서 해병대 화력의 중심이다. 육군포병학교라도 갔다 왔으면 전술훈련이라고 흉내래도 낼 수 있겠지만 포병학교 근처에도 못가 봤는데 긴급박열을 어떻게 할 수 있겠나, 나를 중대장으로 맞은 중대원들이 불쌍하게 느껴진다.

 

백령도에서 동기생들이 월남 차출되어 간다고 송별파티만 해주다 맨 마지막으로 남은 나는 송별파티 해줄 동기생이 없어 혼자 C빽을 들고 포항 사단으로 온 것이다. 68년 봄 중위를 달고 사단에 오니 동기생들은 거의 다 월남으로 전출되어갔고 특과병과 몇 명 남아 있었다. 포병대대에서는 중대장 발령을 내야 하는데 대위가 없고 중위는 나 혼자라 울며 겨자 먹기로 중대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초급장교인 당시의 나는 소위 중위는 소대장, 대위는 중대장, 중령은 대대장, 대령은 연대장, 소장은 사단장이라는 공식이 입력되어 있었다. 중위가 중대장이라니 좀 어설프지만 곧 월남으로 전출될 것이라 별로 신경을 안 썼는데 중대 ATT가 걸린 것이다.

 

당시 5대대장은 고참소령인 고소령이라 중령진급의 분수령인 이번 중대ATT가 매우 중요한 기로점이다. 

포병 11연대에 집합하여 대대장들이 제비뽑기를 하여 각 중대별로 테스트할 순위가 정해졌다. 다행히 우리중대는 순위가 늦게 되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중대장 주관으로 이루어지는 중대 ATT는 양포에서 1박2일간 전술테스트가 이루어진다.

나는 대대장실에 들어가서 대대장에게 나는 이런 ATT를 한번도 해본 적이 없으니 다른 중대 ATT할 때 나를 참관시켜달라고 요청하였다. 대대장도 한심한지 나를 보고 예상 했지만 벌레 씹은 표정이다.

대대의 다른 두 중대장은 둘 다 해군사관학교 출신에다 고참 대위라 진급에 혈안이 되어 중대ATT에서 한번 빛내 보려는 야심에 가득 차 있었다.

 

각오를 한 나는 대대 작전회의에서 대대장이 하는 말은 무조건 메모하고 중대에 와서는 간부회의에서 대대장이 하는 말을 그대로 읊퍼 대는 것이다. 포술용어나 포차용어를 들은 대로 을퍼 대는데 처음 접하는 용어라 틀리게 말해도 선임하사가 용케도 잘 알아듣는다.

이 선임하사가 대대에서 제일선임이고 능력이 있는 선임하사고 계급도 상사다. 각 포분대는 선임하사 주관대로 일사분란하게 잘 움직여 나간다.

포분대장 들도 고참하사관이 많아 분대장이 한마디 하면 분대원들이 꼼작 못하고 기압들은 해병대의 모습이 나온다. 특히 중앙 포인 삼포 넷포의 분대장은 하사관들의 제왕노릇을 하고 있다. 식사 때도 상좌에서 후배하사관이 부식을 더 갖다 바친다.

중대 사격 통제반인 FDC를 맡은 전포대장은 부산대를 나온 ROTC 소위인데 인품이 좋고 머리도 좋은데 나같이 경력이 없다. 전포대장도 T/O가 중위인데 소위로 채워진 것이다. 똑똑한 고참해병이 있어 FDC팀은 자체적으로 밤늦게까지 공부하며 열심이다.

그 유명한 해병학교 35기 출신인 내가 중대장이라고 멀거니 앉아만 있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중대를 총괄지휘하며 포분대장의 집합요령과 중대장의 작명을 듣고 헤어질 때의 질서요령을 주지시키고 훈련을 시켰다. 기본적으로 기압이 들어있는 부대라 훈련의 효과가 즉시 나타난다.

 

중대가 포 박열이 끝나고 포분대장과 FDC하사가 모여 중대장한테 작전명령을 받을 때 분대장들이 모이는 행태가 나태하게 보였다. 보병 식으로 ‘집합’ 하면 분대장들이 불난 듯이 뛰어오고 ‘헷처’ 하면 콩 튀긴 듯 튀어 포분대로 복귀하게 하는 것이다. 백령도에서 중대 TTT 통제관을 하며 보병중대인 백령중대 분대장들이 하는 것을 눈여겨봤던 것이다. 포항 사단의 각 포병중대는 이런 행동을 취하는 중대는 하나도 없었다.

 

대대장한테서 연락이 왔다. 언제 몇 중대가 ATT하는데 내가 참관할 수 있게 협조를 받았다는 것이다. 자기중대 비밀을 상대선수에게 노출하는 바보가 어데 있겠는가. 내가 원체 포병전술에 백치이니 불쌍해서 허락을 했던 모양이다.

타중대 ATT하는데 1박2일간 쫓아다니며 참관하여 보니 이건 장난이 아니다. 시험 중대장이 하는 행동을 하나도 노치지 않고 신경을 바짝 세워 지켜보았다. 부대배치하고 부대원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포박열 하는데 이것이 군대로구나 하고 군대의 참맛을 보는 것 같았다. 특히 긴급 박열 할 때의 초를 다투는 병사들의 움직임은 군대 훈련을 지나서 예술작품이다. 긴급박열 할 때의 모습을 보니, 상륙작전시 여명의 상륙 D 아워를 기다리기 위하여 LST함선에서 내린 수륙양용 LVT가 원형을 그리다 좌우 학 날개를 펼치며 일제히 해안으로 상륙하는 상륙전을 보는 것 보다 더 멋있다.

 

자 이제 내 차례다. 이틀 동안 ATT하는 것도 보았겠다, 중대원들에게는 바짝 긴장시켜 기압들은 부대로서의 면모를 유지하고, 분대장들의 지휘계통을 점검하고, 선임하사에겐 대원 총괄책임을 부여하였다. 전포대장의 FDC는 포탄이 날라 갈 때의 바람의 방향을 계산할 수 있는 VE계산까지 할 수 있는 실력을 배양하였다. 측지반의 좌표계산과 통신반의 유선 설치, 포를 견인하는 운전병의 타임 첵크시의 정지하는 훈련 등 나름대로 열심히 훈련하여 테스트에 임하게 되었다.

중대장이 지휘통신차를 타고 6문의 105미리 포를 견인한 포차를 끌고 포항에서 양포로 출발하는데 포탄 차까지 10여대가 움직이니 지휘관으로서의 긍지가 느껴진다.

대대장은 부대에서 환송하며 제발 꼴지만 하지 말았으면 하고 빌었을 것이다. 대대원들이 모두 나와서 두줄로 서서 테스트 잘 받고 오라고 환송을 하는 것이다.

 

통제관이 나타나고 테스트는 시작 되었다. 통제관의 시나리오는 날아오고 부대는 배치하고 포 위장망은 열심히 치고 이동하며 숙영까지 진지 점령 훈련이 별 탈 없이 잘 진행되었다. 보급과 주게는 대대에서 후송하여 열심히 훈련만 하면 되었다. 하룻밤 숙영하며 아침 부대배식까지 해결하고 나니 ATT의 꽃인 긴급박열의 순간이 왔다. 각 부대의 점수는 이 긴급박열에서 결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긴급 박열이란 포 부대가 이동할 때 급박하게 포사격 명령을 받은 상황에서, 이동하는 포부대가 진지 구축을 하여 얼마나 빨리 포 사격을 하여 적을 제압할 수 있느냐 하는 사격준비로서 급속전개라고 한다. 포차로 견인하여 달리는 상황에서 사격명령이 떨어지면 사격하기 위한 포 박열이 쉬운 것이 아니다.

중대장 지휘차가 맨 앞에서고 부대의 맨 뒤에 오는 FDC 닷지차량을 중대장 뒤에 쫓아오게 하였다. 그 뒤에는 6문의 포를 견인한 포차가 당당하게 엔진소리를 드높이며 쫓아오고 있었다.

통제관으로부터 시나리오가 무전기를 타고 날아온다.

 


OP로부터 사격임무

좌표 000000

접근하는 보병 일개 중대.

조정

 

나는 긴급사격명령이라고 하달하고 5만분의 1지도에서 좌표를 얼른 찾아 위치를 확인하고 급속전개를 하기 위하여 지휘차를 쏜살같이 달리기 시작하니 전포대장 쓰리쿼터가 쫓아온다. 포차들은 천천히 대열을 정돈하여 후속명령을 기다리며 쫓아오고 있다.

짚차로 달리다 개괄지에 포를 박열할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하고는 지휘 차에서 내리니, 전포대장 차에서 뛰어내린 대원들이 나만 주시한다.

FDC장소를 정해주고 좌표를 넘겨주고는 진지 중앙에서 W자 형태로 손가락으로 가르치며 하나 둘 삼 넷 오 여섯 하고 각포 진지를 지정해 주었다. 각포 번호를 쓴 삼각형 팻말을 든 대원들이 각포 지정한데로 뛰어가서 삼각형 꼬리가 포 사격방향으로 꽃아 각포의 위치를 확정지었다.

지뢰 탐지 반은 각포 진지를 뛰어다니며 탐지하고 측지반은 방향틀을 잡고 고지로 뛴다. 고지에 있는 지표석에서 부터 포진지까지의 측량을 하여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사격에 오차가 없어야 한다. 통신반은 각포간에 삐삐선을 까느라고 여념이 없다.

내가 정신없이 소리 지르며 지시하는데 뒤따르던 포차가 나타났다. 각포에서 온 팻말을 꽃은 대원들이 전포대에서 계산한 사격제원을 들고 자기포로 뛰어가서 운전석 옆에 앉은 분대장에게 건네준다. 분대장들은 벌써 뛰어내려 내 근처에 까지 왔다.

이때 진지 중앙에 서 있는 나에게 모든 시선이 집중된다. 중대원뿐만 아니라 통제관들도 세밀 분석에 들어가는 것이다.

 

나는 두 손을 버쩍 들고 각 포차가 오는 것을 전체적으로 유도하기 시작하였다. 각포 차가 지그재그로 W자에 맞는 거리를 유지하게 하며 유도하였다. 각포 진지에 거의 다 왔을 때 주먹을 불끈 쥐고 포차 운전병에게 “정지” 하니 포차가 정차함과 동시에 분대원들의 날렵한 행동은 훈련 받은 대로 나타난다. 콩 튀듯 일사불란한 대원들의 행동은 정말로 칭찬해주고 싶다. 이때서부터 3분안에 기준포 발사가 이루어져 Op에서 목표물의 탄착점이 확인되어 오차 내에 들어가야 한다.

3분 안에 사격한다는 것은 보통 훈련으로는 어림도 없는 촉박한 시간이다. 포차를 유도하다가 어느 한 차라도 차가 정지 한다던지 시동이 꺼지면 정지한 그때부터 타임체크가 들어가기 때문에 자기포 진지에 다 올 (㐚) 때까지 포차 유도를 잘 해야 한다.

포차가 정지하자마자 위장망과 공구를 포차에서 집어던진 대원들은 포차에 견인된 핀도르크에서 포를 분해하여 땅에 떨어진 포 가신을 가위 벌리듯 벌리는데 그 무거운 쇳덩어리를 석가래 다루듯 한다. 포가 언제 박열된지도 모를 정도로 민첩하게 움직인다.

분대장은 방향틀에 이미 편각 사각을 장입하여

‘사격준비 끝’

“기준포 발사”

Op로부터, ‘탄착점 확인 좌로 100 더하기 50’

중대 효력사로 들어갈 만큼 명중을 한 것이다.

 

기준포 발사할 때 다른 포도 이미 발사준비가 다된 상태이니 혹독한 훈련의 보람이 나타나기 시작을 한 것이다.

포의 위장망을 치고 분대원들이 부산하게 움직인 덕분으로 긴급박열이 아니라 정상적인 포진지로 변하고 있었다.

고정된 포대에서 근무하는 대원은 상륙부대의 이동진지의 고달품을 모른다.

신기한 것은 내가 남의중대 ATT하는 곳에 가서 참관을 하고 중대장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심 있게 보기만 하였는데, 막상 내가 ATT에 임하니 외우지도 않은 말과 행동을 잃어버리지도 않고 똑같이 하는 것이다. 급하니까 외우지 않아도 머리에 다 입력이 되는 모양이다.

 

기초적인 진지 구축이 끝나고 중대장이 작전명령을 하달하는 시간이다.

“분대장 집합”

내 한마디에 분대장들이 100미터 경주하듯 뛰어서 먼지를 내며 집합하니 통제단도 놀란 모양이다. 이미 긴급 박열이 끝난 시점이라 포부대는 여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데 분대장들의 집합하는 행동을 보면 기압들은 부대라고 한번에 알아 볼수가 있다.

“해산” 하니

작명을 받고 헤어질 때도 분대장들이 뛰어서 원대 복귀하니 통제단에서 훈련이 잘된 부대로구나 하고 느끼는 것 같다.

여기서 부터는 중대장의 진지 구축임무는 끝나고 행정업무로 복귀하고 포 사격은 전포대장에게 위임하는 것이다. 육군은 포병 중대장을 포대장이라고 부른다.

 

‘중대 사격임무’

하면 모든 대원이 ‘중대 사격임무’ 하고 복창하고 각포가 하나 둘 삼 넷 오 여섯 하고 여섯포가 ‘사격 준비끝’  하면 ‘발사‘ 하는 것이다. 포 사격할 때는 복창이 의무다.

사각 0000

편각 000

장약  0호

중대 하나발 효력사.

 

모두 복창을 하고 중대포가 동시에 사격을 하면 장관이다.

훈련이 잘된 부대는 포 6문이 한방을 쏘는 것 같이 소리가 나는데 미숙한 부대는 따당하고 소리에 차이가 난다. 각포의 방아쇠 당기는 속도가 틀리는 것이다.

이때는 즉시 사수전사 임무교대. 한문이 쏘는 것 같은 소리가 나게 하는 것도 하루 이틀 훈련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훈련된 부대는 포사고가 나서 “포 뒤로 모여” 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는다.

1박 2일의 ATT가 끝나고 부대에 복귀하여 장비를 풀고 포상에 포를 배치하고 고생한 전 부대원을 부대 목욕탕으로 직행 시켰다.

나는 ATT를 무사히 끝냈다는 안도감 외엔 다른 생각을 할 이유가 없었다.

 

모든 ATT가 끝나고 평가회를 하는데 최종 평가에서 우리중대가 1등이란다. 3등 4등도 우리 대대다. 대대장은 입이 함박만 하게 되었다. 버린 자식으로 알았던 내가 1등을 하니 감회가 어릴 거다.

전 연대가 사단 연병장에 집합하여 중대장인 내가 1등상을 받았다.

 

ATT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내가 1등을 한 것은 선하 이하 분대장들이 잘 따라 주었고 부대 자체가 이미 기압이 들어가 있던 부대라 내가 무임승차하여 1등을 한 것이다. 1등의 영예는 우리 대원에게 바치며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

얼마 후에 대대장은 진급되고 나는 월남에 파병되기 위하여 월남특수교육대에 입소하였다.

 

◆ 해간35기 권오찬님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