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포격 현장수기 - 군종과장 하승원대위

by 관리자 posted Dec 14, 201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 군종과장(목사) 대위 하승원

 

 

 

군종과장 대위 하승원.jpg

하승원 대위(사진 왼쪽)

 

굉음이 울리고 눈앞에서 포탄이 떨어졌다. 마을에서 연기가 올라왔고, 시선이 닿는 곳곳에 탄흔이 보였다. 급히 올라간 의무실은 이미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아이들(병사들 지칭)이 누워있었다. 복도에는 아이들이 흘린 피가 흐르고 있었고, 응급실 안쪽에는 서서히 숨이 멎어가는 아이가 있었다. 피로 얼룩진 손을 잡고 기도를 해주었지만, 아이의 숨은 돌아오지 않았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들, 곧이어 추위와 불안함에 쌓여있는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기도 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도 지혈이 되지 않아 피가 계속해서 흘러도, 오히려 나를 보며 웃어주는 해병의 모습에 얼마나 내 자신이 무능력한지 깨달았다. 두 명의 전사자. 그 중에 한 명은 연평도에 와 처음으로 상담과 기도를 해주었던, 매주 인사하며 장난치고 함께 예배드리던 아이였고, 한 명은 내 눈앞에서 숨을 멈추었다.

 

군종장교. 군인이며 종교인인, 그러나 종교인과 군인의 사이에서 끊임없이 혼란스러워 하는 존재. 포격사건이 있은 후, 쉬지 않고 아이들을 만나고, 위문품을 전달하고 무언가를 하지만, 정말 제가 이들에게 힘이 되는 지, 알 수 없었다. 21명 중 1명이 죽고 5명이 다쳤던 정비소대에 처음 찾아갔을 때, 그들의 눈을 보며 나는 말문이 막혔다.

 

힘내자는 말을 횡설수설 하듯이 하고 나오는데, 그들의 눈빛이 잊혀지질 않는다. 마음이 너무 아파 다시 올라갔다. "내가 기도해줘도 될까?" 조심스레 기도하고 눈을 떴을 때, 눈물을 흘리는 한 해병을 봤다.

 

아직도 귀에 포탄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아이들의 눈빛이 잊혀지지 않고 눈만 감으면 의무실 찬 바닥에 누워서 웃으며 저를 바라보던 해병의 얼굴이 떠오른다. 나는 솔직히 이 곳 연평도가 처음 겪는 군대다. 그래서 잘 모르는 것도 많고, 눈치도 없고, 군이 어떤 지 잘 모른다. 할 말 안 할 말이 어떤 것인지 조차, 잘 모르는 난 너무나 부족한 사람이다.

 

이번 일이 터지고 나서 군종장교의 역할을 생각했다. 나는 우리 부대원들이 다치지 않길 바라고, 그들이 마음이 다치질 않길 바라고 몸이 건강하길 바란다. 이를 위해 기도하고 만나고 이야기하고 들어주고 용기를 주고 위로를 주고 싶고, 그렇게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번 일을 통해서 군종장교 또한 군인이라는 사실을 크게 느꼈다. 전쟁이 일어난다면, 군종장교 또한 부대와 생사고락을 같이 해야 한다는 것과, 이를 위해서 훈련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