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01 09:38
夏日卽事(하일즉사) -이규보
조회 수 4503
夏日卽事(하일즉사) - 李奎報(이규보, 1168~1241)
輕衫小簟臥風欞 (경삼소점와풍령)
홑적삼으로 대자리 시원한 마루에 누웠더니
夢斷啼鶯三兩聲(몽단제앵삼량성)
두세 번 꾀꼬리 울어울어 단꿈을 깨운다
密葉翳花春後在(밀엽예화춘후재)
무성한 잎에 가려진 꽃은 봄이 갔어도 피어 있고
薄雲漏日雨中明(박운루일우중명)
옅은 구름 뚫는 햇살은 빗속에서도 밝다
여름 날 오후, 바람이 잘 통하는 대청마루 바닥에 조그만 대자리를 깔고 모시 홑적삼 바람으로 누워 낮잠을 즐긴다. 얼마나 적적한 곳이었으면 꾀꼬리 두세 번 우는 소리에 낮잠을 깼을까. 이 시의 전반부는 초야에 묻혀 사는 한가로운 삶을 묘사했다. 그러나 이 시인은 단순히 한가로운 삶을 즐기고 있는 것이 아니다. 무성한 나뭇잎에 가려진 응달 속에서 늦게 핀 꽃으로 자신의 처지를 표현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 구름 낀 하늘에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지만 햇살이 구름을 뚫고 밝게 비치듯이 희망을 간직하고 있다. 조선조 후기, 문인 申緯(신위)는 후반 두 구절을 密葉翳花雲漏日(밀엽예화운루일)로 압축하여 차용하기도 했다. *簟(점 ) ; 대자리 *欞(령) ; 난간, 완자 창살 * 三兩聲(삼량성) ; 석 三, 두 兩, 소리聲, 즉 두세 마디소리 *翳(예) ; 깃으로 만든 양산, 가리다, 숨다.
한시연구가 이은영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이은영의 한시산책을 연재합니다. | 운영자 | 2011.02.20 | 52746 |
52 | 칠석 - 김정희 | 배나온슈퍼맨 | 2012.11.12 | 6785 |
51 | (도자)기와장이 - 매요신 | 배나온슈퍼맨 | 2012.11.12 | 6891 |
50 | 樂道吟(낙도음)도 닦는 즐거움 - 이자현 | 배나온슈퍼맨 | 2012.11.12 | 7281 |
49 | 杯山(배산) 술잔 같은 산 - 전겸익 | 운영자 | 2012.11.11 | 6632 |
48 | 憤怨(분원)분하고 원통하니 - 거인 | 운영자 | 2012.11.11 | 6591 |
47 | 擣衣詞(도의사), 다듬이질 - 김삼의당 | 운영자 | 2012.11.11 | 6693 |
46 | 秋思(추사) 가을날 님 그리워 - 매창 | 운영자 | 2012.11.11 | 6966 |
45 | 農夫(농부) - 차좌일 | 운영자 | 2012.11.11 | 6564 |
44 | 入宋船上(입송선상) 송나라 가는 배에서 - 최사제 | 운영자 | 2012.11.11 | 6480 |
43 | 甘露寺(감로사) - 김부식 | 운영자 | 2012.11.11 | 6865 |
42 | 畵鶴(화학) 그림속의 학 - 이달 | 운영자 | 2012.11.11 | 1530 |
41 | 偶吟(우음) - 양팽손 | 배나온슈퍼맨 | 2012.08.25 | 1965 |
40 | 絶句2(절구2) - 두보 | 배나온슈퍼맨 | 2012.08.25 | 3435 |
39 | 示子芳(시자방) - 임억령 | 배나온슈퍼맨 | 2012.08.25 | 2874 |
38 | 閑山島(한산도) - 이순신 | 배나온슈퍼맨 | 2011.10.12 | 3269 |
37 | 貧女吟(빈여음) - 난설헌 허초희 | 배나온슈퍼맨 | 2011.10.12 | 2788 |
36 | 田家詞(전가사) - 강위 | 배나온슈퍼맨 | 2011.10.12 | 1446 |
35 | 곡강 2 - 두보 | 배나온슈퍼맨 | 2011.09.06 | 3892 |
34 | 곡강 1 - 두보 | 배나온슈퍼맨 | 2011.09.06 | 5070 |
33 | 고열 - 백거이 | 배나온슈퍼맨 | 2011.09.06 | 247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