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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2 16:17

선택과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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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준 상병 해병대1사단 3연대 전지중대 


42.195㎞의 마라톤. 언젠가 반드시 뛰고 싶다. 이렇게 자발적인 내 선택과 달리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같은 사람이 같은 거리를 뛰고 같은 고통을 느낀다. 자발적으로 선택해 준비했을 때는 인생에서 빛나는 순간이 되고, 억지로 했을 때는 괴로운 경험이 된다.

고통은 필연이지만 괴로움은 선택이다. 달리면서 ‘너무 힘들어서 못 달리겠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힘든 것’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순간을 견딜지 말지는 달리는 나 자신에게 달렸다. 쓰라린 기분을 느낄지, 솟구치는 기운을 느낄지. 둘 사이의 경계를 가르는 건 ‘이것은 나의 선택이니 내 책임이다’라는 마음가짐이다.

우리는 자유롭게 살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학교·직업·사랑도 자유롭게 선택하고 결혼 여부도 자유롭게 결정하는 등 원하는 대로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배웠다. 그런데 정말 자신이 자유롭게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까? 대부분 부모님이 원하는, 학교가 원하는, 사회가 원하는, 한마디로 대다수가 추구하는 길을 걸으며 살아왔다. 괜히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했다가 실패자로 낙인찍히면 어쩌나 두려워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세상에는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일이 있고, 보기 싫은 사람과도 보면서 생활해야만 하는 경우가 있다. 일터에 갈 때 즐겁고 재밌으면 입장료를 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입장료를 내는 대신 월급을 받는다. 그 책임의 결과로 우리는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한다.

대인관계도 마찬가지다. 보기 싫은 사람이 있는데 그에게 맞춰줘야 하는 상황이 되면 누구나 스스로 비굴하고 초라하게 느낀다. 여기서 지금 내가 절대 중요하지 않은 사람에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쓸 필요는 없다. 그 사람 때문에 화가 나고 그 사람을 볼 때마다 불편해하며 나의 에너지를 다 써버리기엔 인생이 너무 아깝다. 그 사람을 탓하고만 있으면 문제가 더 꼬일 뿐이다. 설령 그 사람 때문일지라도 문제의 원인을 확인하는 데 치중하지 말고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를 생각해야 한다. 부모님도, 가족도, 배우자도 그 누구도 해결해주지 못한다. 그러므로 남 탓하기 전에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사실부터 받아들여야 한다.

왜냐하면 내가 선택한 것이고 그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남의 역사가 아닌 내 역사를 써 나갈 수 있고, 남의 인생이 아닌 내 인생을 살 수 있다.

자신의 역사를 써 나간다는 것, 그것은 내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간다는 뜻이다. 누가 나를 함부로 대하고 나를 좌지우지하려고 해도 휘둘리지 않고 나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며 살아간다는 의미다. 하기 싫은 일과 하고 싶은 일, 그에 대한 나의 선택과 책임. 그 경계를 현명하게 조율하며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짜 인생이 아닐까. <국방일보 병영의창 2019년 1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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