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감독 : 테렌스 영(Terence Young)
o 제작 : One Way Production o 배급 : MGM
o 배역 : 맥아더 장군(Laurence Olivier), 바바라 핼스워스(Jacqueline Bisset), 프랭크 핼스워스 소령(Ben Gazzara), 한국인 예비신랑 박씨(남궁원), 사이토상(미후네 도시로), 예비신부 미라(Lydia Lei), 오거스트 핸더슨 하사(Richard Roundtree), 이낙훈, 양광남, 이일웅 등 출연
o 상영시간 : 원작 140분, 개봉 105분
o 색상 : 컬러 o 제작연도 : 1982년 　

오늘(9월 15일)은 6·25전쟁의 흐름을 유엔군에 결정적으로 유리하게 바꾼 인천상륙작전이 시작된 지 꼭 60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런 뜻 깊은 날을 맞아 할리우드가 제작한 ‘오! 인천(Inchon, 1982)’이란 영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6·25전쟁 종군취재로 여성 최초의 퓰리처상 수상자가 된 마거리트 히긴스는 그녀의 저술 ‘War in Korea(한국어판 : 자유를 위한 희생)’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시작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1950년 5월 30일 실시된 한국 총선은 반만년 한국 역사상 최초로 실시된 국회의원 선거였다. 이 선거는 1947년 1월의 폴란드 선거가 공산당 후보에게 기표했는지 투표용지를 참관인에게 펼쳐보이도록 강요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질서정연한 비밀투표였다.”

　히긴스가 한국 최초의 총선일자를 미군정하에서 실시된 1948년 5월 10일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수립 후에 실시된 1950년 5월 30일로 본 것이 흥미롭다. 그런데 이런 역사적인 총선이 실시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북한의 남침으로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가 풍전등화와 같이 되자 히긴스는 자유세계가 한국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장 힘든 작전 성공적 수행

　히긴스는 6·25전쟁 발발 이틀 후부터 6개월간 미군과 함께 전장을 누비며 생생한 뉴스를 세계에 전했다. 그녀가 1950년 9월 15일, 인천발로 뉴욕 헤럴드 트리뷴지에 송고한 ‘전원 하선, 진격’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역사상 가장 힘든 상륙작전 중의 하나가 성공적으로 수행됐다. 중무장한 미 해병대원들이 수면 위로 12피트미터나 우뚝 솟은 방파제를 넘어 오늘 새벽 인천해안을 장악했다.”

　히긴스는 인천상륙작전 체험을 ‘War in Korea’에 상세히 기록해 놓았다. 그녀의 말을 빌리면, 맥아더는 미국이 지상군 파병을 결정할 때, 벌써 미군의 강점인 공군력과 해군력을 이용한 상륙작전을 결심했으며, 유엔군 창설 5일 후부터 작전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또 인천상륙작전은 개시 몇 주 전 이미 기자들에게 알려졌기 때문에 도쿄기자클럽에서는 ‘누구나 다 아는 작전’으로 통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작전은 대성공이었고 상륙작전이 시작된 지 2주가 채 안 돼 유엔군은 적에게 빼앗겼던 수도 서울을 탈환하고 38선 이북으로 진격할 수 있었다. 이 역사적인 상륙작전은 국내외에서 수많은 책과 영화로 다뤄졌다. 이들 중에서 좋든 나쁘든 할리우드 영화계와 미국 사회를 가장 떠들썩하게 했던 영화가 있다.

　‘Inchon(오! 인천, 1982).’ 바로 문제의 영화 제목이다.

　이 영화는 기획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물 3편을 감독했던 테렌스 영(Terence Young·1915~1994)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남자주연배우로는 20세기 최고의 영국배우의 하나인 로렌스 올리비에(Laurence Olivier·1907~1989), 여자주연배우로는 ‘에어포트(Airport, 1970)’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재클린 비셋(Jacqueline Bisset·1944~)이 캐스팅됐다.

제작기간 5년 긴 시간 공들여

　또 베트남 전쟁의 미 특수부대 이야기를 담은 ‘The Green Berets(그린베레)’라는 베스트셀러를 집필해서 영화로도 히트하게 만든 로빈 무어(Robin Moore·1925~2008)가 시나리오를 쓰고, 음악은 제리 골드스미스(Jerry Goldsmith·1929~2004)가 맡았다. 골드스미스는 ‘빠삐용 (Papillon·1973년)’ ‘맥아더(MacArthur· 1977)’ ‘원초적 본능(Basic Instinct· 1992)’ 등의 영화음악으로 명성을 날렸던 인물이다

　게다가 ‘오! 인천’은 제작비로 4600만 달러가 투입됐다. 6·25전쟁 영화로는 가장 많은 비용을 투자한 것이 아닌가 한다. 제작기간 또한 5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 작품이다.

　이렇게 방대한 작품이 제작된 것은 통일교의 문선명(文鮮明·1920~) 총재와 일본 사업가 사카구치 마츠사부로의 재정지원이 있어서 가능했다. ‘오! 인천’은 1982년 9월 17일, 미국에서 개봉됐으나 흥행에는 실패했다. 총 540만 달러의 흥행수입을 기록했다 하니 제작비의 10분의 1일 정도밖에 건지지 못했다는 얘기다.

　‘오! 인천’은 흥행에 실패한 것은 물론 비평가들로부터 시나리오가 함량 미달이다, 캐스팅이 잘못됐다 등 따가운 혹평을 받았다. 그러나 개봉 7개월 전에 이 영화를 관람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흡족해했다고 한다. 참고로 이 작품은 최근 미국에서 DVD로 출시됐다.

　‘오! 인천’은 북한군의 기습으로 6·25전쟁이 시작될 때, 38선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살던 바바라 핼스워스(Jacqueline Bisset 분)가 지미(이낙원)의 골동품상에서 쇼핑을 하고 있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남침 소식을 들은 바바라는 기사가 운전하는 리무진을 타고 서울로 향한다.

　한편 바바라의 남편인 미 해병대 프랭크 핼스워스(Ben Gazarra) 소령은 인천에서 여자 친구 임양(Karen Kahn)과 그녀 아버지(미후네 도시로)에게 빨리 남쪽으로 피란하라고 충고한다. 프랭크는 바바라와 이혼하고 임양과 살겠다고도 말하지만, 임양의 아버지는 반대한다.

　지프를 타고 후퇴하던 프랭크와 핸더슨 하사는 미라(Lydia Lei)를 서울역에서 기다리는 그녀의 약혼자 박씨(남궁원)에게 데려다주며, 서로 떨어져 바바라를 찾는다. 핸더슨이 바바라를 만나며, 그녀에게 권총을 준다. 바바라는 한강에서 기사가 죽자 손수 운전하면서 한국 고아 5명을 태워주며, 북한군을 총으로 사살하기도 한다.

　한강 인도교가 폭파되면서 바바라는 죽을 고비를 넘기고, 미라와 박씨도 다리를 사이에 두고 이별하게 된다. 박씨는 북한군에 강제 징집되지만 그들에게 협력하지 않고 나중에 프랭크와 핸더슨에 의해 구출돼 프랭크를 돕는다.

상륙작전에 북한군 공황상태

　맥아더(Laurence Olivier)는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크로마이트 작전(Operation Chromite)’, 즉 인천상륙작전을 결심한다. 맥아더의 참모들은 인천항에 이르는 등대가 파괴되면 작전을 철회한다는 조건하에서 상륙작전에 동의한다.

　프랭크는 바바라를 만나 화해하며 하룻밤을 지낸다. 프랭크는 맥아더로부터 등댓불을 밝히라는 명령을 받고 박씨·핸더슨과 함께 터키군을 인솔해 등대로 가며, 임양과 그녀 아버지의 도움을 받는다.

　마침내 상륙작전이 감행되고, 미 해병대와 육군이 포와 전투기의 엄호를 받으며 해안으로 상륙한다. 북한군은 공황상태에 빠져 도주한다. 수 시간 내에 인천이 유엔군의 수중에 들어온다. 등댓불을 재점화한 박씨는 전사하며, 프랭크의 여자 친구인 임양도 사망한다.

　바바라는 중앙청에서 서울수복기념행사에 참가한다. 이 행사에서 이승만 대통령과 맥아더 장군이 포옹하며, 맥아더가 주기도문을 낭송하면서 영화가 종료된다. <이현표 전 주미한국대사관 문화홍보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