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순간(The Decisive Moment)’은 많은 사진사들이 카메라에 담기를 원하는 궁극의 경지이다.
프랑스의 세계적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y Cartier-Bresson)은 인물 또는 장면의 행동과 순간적 미가 가장 극대화된 찰나를 사진에 담는 것을‘ 결정적 순간’을 찍는다고 표현했다.
실제 그의 사진 속 결정적 순간의 미학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지금도 수많은 사진가들이‘ 결정적 순간’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온갖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언론사를 통해 공개된 한 장의 사진.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젊은 해병들의 모습이 생생히 담긴 이 한 장의 사진은 국내는 물론 주요 외신을 통해 보도되었다. 적의 포탄에 화염과 연기가 가득하고 파편이 박힌 포상의 모습은 생생하면서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그 화염을 뒤로 하고 대응사격을 위해 목숨을 걸고 K-9에 올라탄 우리 장병들의 모습은 ‘진정한 군인’의 모습 바로 그것이었다.
결정적 순간. 이 사진의 순간은 그래서 결정적이다. 단순히 불이 붙은 포상이었다면 사진은 그저 그런 사진이었을 것이다. 또는 우리 장병들의 모습만 있었다면 역시 사진은 그저 그런 사진이었을 것이다. 이 사진이 ‘결정적 순간’ 인 이유는 적의 포탄에 의한 화염과 함께 목숨을 걸고 싸우는 우리 장병들의 모습이 아우러져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정적 순간은 때로는 우연에 의해, 때로는 의도적인 기다림 끝에 나온다. 연평도에서의 이 사진은 포탄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목숨을 걸고 찍은 사진이기에 그 가치가 더 크다. 연평부대의 정훈장교인 이성홍 대위는 포 7중대의 훈련을 촬영하는 중이었다. 순간, 갑자기 떨어지기 시작한 적의 포탄. 몸을 숨겨야 하는 상황에서 이성홍대위는 본능적으로 카메라를 들었다. 그렇게 목숨을 걸고 사진에 담은 이 ‘결정적 순간’은 그렇게 전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였다.
하지만 결정적 순간이 이처럼 거창하기 만한 것은 아니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이 결정적 순간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의 사진에 사람들이 열광한 것은 무심코 지나칠 수 있었던 평범한 일상 속의 결정적 순간을 담아냈기 때문이다.
우리 해병대에서도 이러한 결정적 순간을 담은 사진들을 찾기 위해 매년 진중창작 공모전을 열고 있다. 훈련 사진에서부터 평범한 일상 속의 결정적 순간들까지, 지난 한 해 해병대의 결정적 순간을 담은 사진을 공개한다. <해병대지 3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