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평화 깬 도발에 우린 이겼고, 또 이기리라  / 국방일보 2011.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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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연평부대 K-9 자주포가 지난해 11월 23일 북한의 포격도발 직전 해상 목표물을 향해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국방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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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영토가, 대한민국 국민이 피격된 지 1년이 흘렀다. 우리 군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을 계기로 서북도서를 중심으로 한 전력증강을 통해 작전태세를 보완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1년을 맞아 포격 순간과 해병대 연평부대 장병들의 신속한 대응사격 등 그날의 상황을 재구성한다.

 ▲연평부대원들의 투철한 군인정신

 2010년 11월 23일 아침 7시. 연평부대장은 평소와 다름없이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집무실로 향했다. 이날은 해상사격훈련과 대대전술훈련평가(ATT) 사격이 예정돼 있었다. 시계(視界)는 충분히 확보됐고 풍속도 적당해 성공적인 사격훈련을 직감했다.

 오후 1시 30분. 155㎜ K-9 자주포 원거리 사격이 시작됐다. 표적은 연평도 서방 4.5㎞ 지점의 해상이었다. 낙탄된 K-9 자주포의 탄착점은 대부분 50m였다. 북방한계선(NLL) 밖으로는 단 한 발도 지향하지 않았다.

 오후 2시 30분. 마감탄이 탄착되는 것을 확인하면서 수십 발의 실사격 훈련이 종료됐다. 그런데 3분쯤 지났을까? 작전과장의 다급한 보고가 올라왔다. “영상감시장비 모니터에 적이 사격하는 듯한 영상이 포착됐습니다.”

 연평부대장은 어떤 종류의 화기가, 어느 지점에서, 어느 방향으로 향하는지 분석해 나갔다. 하지만 화면상으로는 정확한 판단이 서지 않았다. 몇 초의 시간이 흐른 뒤 ‘꽝’ 하는 굉음이 귓전을 때렸다. 적의 기습사격이 분명했다.

 연평부대장은 지휘통제실을 안정시키고 곧바로 결심에 들어갔다. 상급부대에 현 상황을 보고하고 대응사격 허가를 요청했다.

 오후 2시 34분. 해상사격훈련을 마친 김정수(대위) 포7중대장은 지축을 울리는 파열음에 깜짝 놀라 포상으로 뛰쳐 나갔다. 주둔지에 4발의 포탄이 떨어져 K-9 자주포 2문이 화염에 휩싸이고 있었다. 사격훈련 때 사용한 폐장약이 연소되면서 포 내부에 매캐한 연기와 불꽃이 진동했다. 포반장 이영주 하사는 “가스”를 외치고 포반원들에게 방독면 착용을 지시했다.

 장비 이상 유무를 확인한 결과 표적지시기(전시기)가 작동 불능이었다. 특히 포상의 불길은 생각보다 심했다. 탄약 및 장약에 불길이 옮길 수 있어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화재진압에 돌입했다. 포반원들은 침착하게, 누구 하나 겁먹지 않고 불길을 잡아 나갔다. 임준영 상병은 철모가 불에 탄지도 모르고 임무수행에 여념이 없었다.

 또 다른 포의 사수 정병문 병장. 전역을 2주 앞두고 있던 그는 폭발음에 귀가 먹먹해졌다. 정신마저 혼미해져 갈 때 파편을 맞아 머리에 피를 흘리면서도 손짓으로 대응사격을 지시하는 포반장 김영복 하사를 발견했다. 그때 청각이 회복되면서 ‘치지직’ 하는 무전 소리가 들렸다. 무전에서는 “피해현황 보고하라. 곧 사격명령 내릴 테니 사격 준비하라”는 중대장의 무섭도록 침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두려움 제로, 승리 자신감 충만

 행정관과 포술·정비담당관에게 피해현황을 보고받은 김 중대장은 연기의 색깔과 냄새를 감안할 때 화학탄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어 방독면 해제를 지시했다. 그리고 얼마 후 부대장의 사격명령이 하달됐다.

 중대원들은 차분하면서도 대담하게 사격절차를 진행했다. 포반장 이준형 하사와 사수 원수호 병장, 부사수 조정민 상병, 장전수 신병철 일병, 조종수 이승영 상병 등 ○포는 한 몸이 돼 전광석화처럼 움직였다. ○포도 마찬가지였다. 2문의 K-9 자주포가 “사격준비 끝”을 외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장비가 일부 손상돼 임무가 불가능했던 자주포도 수동 사격으로 전환, “사격준비 끝”을 보고했다.

 오후 2시 47분. “사격해”라는 연평부대장의 단호한 외침과 함께 K-9 자주포가 기 계획된 적 해안포 진지를 향해 불을 뿜었다. 김 중대장은 해병대 정신을 불사른 중대원들에 대한 고마움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그리고 우리는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확인했다.

 사격을 하는 도중 통신이 두절돼 복구조를 투입했다. 언제 어디서 포탄이 날아올지 모르는 상황. 절체절명의 순간에서도 통신병 전명준 상병은 포탄과 화염을 뚫고 포반의 유선을 개통시켜 화염에 휩싸인 ○포 장병들을 포 밖으로 유도했다.

 의무실 주변에도 11발의 포탄이 떨어졌다. 의무부사관 이재선 하사와 전입 3개월이던 의무병 강병욱 이병은 대피해야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피 흘리는 전우를 살려야 했기 때문이다. 군종목사 하승원 대위는 피로 얼룩진 부상자의 손을 잡고 기도했다. 또 포탄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본부중대 인사병 백종협 병장과 화재진압에 몸을 던졌다.

 오후 3시 12분. 적의 포격도발이 재개됐다. 대포병 레`'이더가 탄도를 잡아 적 발사 진지를 포착했다. 연평부대장은 피가 솟구치는 흥분을 느꼈다. 화력참모와 포7중대장에게 탐지된 적 발사진지로 ○○발을 사격하라고 명령했다. 포7중대는 적 개머리 포진지에 대응사격을 가했다. 피아 간 화력전투가 몇 분 동안 지속됐다. 예하 부대와의 유선통신이 두절돼 무선 지휘를 하면서 10여 분이 흘렀다. 적의 포성이 멈춘 듯 폭음이 들리지 않았다. 오후 3시 41분. 숨 가쁘게 전개된 북한의 포격도발과 아군의 대응사격이 종료됐다.

 이날 북한은 무려 170여 발의 포탄을 쏟아부었다. 연평부대는 고(故)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이상 추서계급)이 전사하고 16명의 장병이 중경상을 입었다. 또 민간인 2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을 당했다.

 북한의 계획적이고 의도적인 기습 포격에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부대장을 비롯한 연평부대원 모두가 실전 같은 교육훈련으로 전투력을 다진 가운데 투철한 군인정신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연평도는 현재 정부의 피해복구와 적극적인 주민 지원으로 안정을 되찾고 있다. 특히 해병대 연평부대원들은 적이 재도발하면 철저히 응징하겠다는 각오 아래 오늘도 전술전기 확보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국방일보 윤병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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