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 연평도! / 조선일보 사외칼럼

 

연평도 포격은 정보 부족한데다 전투 의지 없어서 우리가 당한 것…
北 다시 도발하면 함정과 전투기로 즉각 응징해야… 국론 분열은 안돼

2012112002792_0.jpg  
윤 연 前 해군작전사령관
1941년 12월 7일 일본 연합 함대의 항공모함 탑재기들은 미국 태평양함대 기지인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했다. 일본 대본영의 전쟁 지휘부는 태평양함대가 심각한 타격을 받으면 복구하는 데 2년 정도 걸릴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그것은 일본의 오판이었다. 새로 부임한 니미츠 태평양함대 사령관과 해군 장병은 6개월 만에 기지를 복구했다. 그러면서 미국인들은 '리멤버 펄 하버!(진주만을 기억하라)'를 외치며 단결해 일본과 벌인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2010년 11월 23일 북한은 대낮에 포탄 170발을 연평도에 쏟아부었다. 졸지에 포격을 당한 연평도는 해병대원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이 전사하였으며 민간인 2명이 사망하고 많은 부상자가 생겼다. 가옥도 많이 파괴됐다. 연평도는 섬 전체가 불타고 주민들은 연평도를 탈출하는 엑소더스의 현장이 되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은 6·25전쟁 이후 우리 영토에 북한이 포를 쏜 첫 사건이었다. 연평도 포격 8개월 전 우리는 천안함 폭침으로 국가 안보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대책을 강구하는 등 개선책에 고심하고 있었다. 천안함 폭침 이후 우리 군은 적(敵)이 대한민국의 풀 한 포기 물 한 방울이라도 건드리면 용서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적이 도발하면 백배 천배 응징하겠다고 호언했다. 그러나 적이 연평도를 포격할 때 현장의 해병대 포대 요원들만 안간힘을 썼을 뿐 군은 침묵했다. 긴급 출격한 공군 전투기는 적의 포진지를 구경만 하고 돌아와야 했다. 확전을 두려워한 지휘부가 공격 명령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연평도 포격은 합동성이나 교전 규칙이 잘못되어 발생한 것이 아니다. 북에 대한 사전 정보가 부족했고 공격을 받고도 응징하려는 전투 의지가 없어서 당한 것이다. 아무리 연평도에 우수한 화력과 장비가 준비되었다 해도 섬에서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해안포 수천 발과 미사일을 갖추고 있는 북한 본토에 연평도에서 대응하는 것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전력이 획기적으로 증강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연평도에 배치된 화력은 초전 대응을 하는 데 효력이 있을 뿐이다. 이제라도 적이 연평도를 다시 도발하면 주변 해역의 해군 함정과 공군 전투기로 즉각적인 응징을 해야 한다. 그래야 저들은 재도발을 못 한다.

북한은 휴전협정 후 지금까지 NLL을 무력화하려고 수상·수중·공중을 이용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왔다. 수상으로 NLL을 무력화하려 한 것이 제1·2 연평해전이고, 수중으로 무력화하려 한 것이 천안함 어뢰 공격이었으며, NLL을 넘어 공중으로 포를 날린 것이 연평도 포격이었다. 적은 NLL을 무력화하려고 모든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은 NLL이 영토선이니 아니니 싸우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군의 통수권자가 돼야 할 대선 후보들마저 NLL을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 미국 국민은 '리멤버 펄 하버'를 외치며 국론을 집결하였는데 우리는 '리멤버 연평도'는커녕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

서해의 백령도와 연평도는 하늘이 우리에게 준 천혜의 섬이다. 서해를 지키는 불침(不沈)전함과 같다. 북한에는 목에 걸린 가시다. 백령도와 연평도가 없으면 NLL도 지킬 수 없고 서울과 경기도는 순식간에 적에게 내주게 된다. 혹자는 서해에 남북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해서 평화를 정착시키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북한이 NLL을 인정한 후에야 가능한 일이다. 북이 NLL을 인정하고 상호 신뢰가 쌓이면 실행할 수 있다. 연평도 피격 2주년을 맞아 우리는 국론을 재결집해야 한다. '리멤버 연평도!(연평도를 기억하라)'의 구호 아래 다시는 이 땅과 바다가 적의 도발로 더럽히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1. <르포> 北 포격도발 1년… 연평도를 가다

    각종 시설 새로 교체… 상흔 일부 간직 K-9·벌컨포 배치 등 전력 대폭 강화 / 국방일보 지금도 남아 있는 북한의 기습포격 피해 현장. 연평도 포격전 전승기념관(위). 7중대 포상(아래) 해병대 연평부대 장병들이 가상...
    Date2011.11.21 Views2320
    Read More
  2. 해병 1000명 증강… 방어작전서 도발지 응징 거점으로

    서북도서 전력 어떻게 바꿨나 / 서울신문 “단 한 뼘의 영토, 풀 한 포기도 내줄 수 없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1주년(23일)을 앞두고 김관진 국방장관이 18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1주년에 즈음하여’라는 제목의...
    Date2011.11.19 Views3262
    Read More
  3. 공부의 신이 말하는 수능 공략법

    구본석 일병 / 해병대6여단 마라톤을 포함한 모든 육상 경기를 보면 기본적으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막판 스퍼트다. 각 선수는 자기 페이스를 조절하기 위해서 처음부터 필사적으로 달리지 않는다....
    Date2011.11.10 Views2712
    Read More
  4. No Image

    [스크랩] 해병대 여러분께 드리는 글

    저는 현역 육군 대위(포병)으로서 현재 일본에서 유학중인 사람입니다. 현역인 관계로 성명과 소속을 밝히지 못 한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한동안 떠들석했던 특수전 계시판이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간것 처럼 느껴지...
    Date2011.11.07 Views2726
    Read More
  5. 해군·해병대, 상륙 기동헬기 운용권 갈등

    입체적 상륙작전에 꼭 필요, 2016년까지 40대 도입 예정… 해군 "한대도 넘길 수 없다" <조선일보 유용원기자> 해병대사령부가 모체(母體)가 된 서방사 창설의 가장 큰 취지 중 하나는 지난해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Date2011.11.01 Views2715
    Read More
  6. 소중한 인연 그리고 해병대 

    병영문화 혁신의 생활화·신념화 해병대교육훈련단 장병 소감문 / 국방일보 2011.10.25 김영삼병장 사람이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군대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이름도 얼굴도 처음 보는 사람들이 모여 동...
    Date2011.10.24 Views3714
    Read More
  7. 해병대 지휘관리 개선 법안 시행 - 보도자료

    - 해군 소위가 해병소위로 임관, 해병대 사령관 명의의 전역증 발급 - 합동참모회의에 해병대 관련 사항 심의 시 해병대사령관도 구성원으로 투표권 행사 - 해병대 복무기록 정본, 38년 만에 해병대사령부로 이관 ❍ ...
    Date2011.10.14 Views3443
    Read More
  8. 헬기타고 백령도 해병대 국감장에 가보니....

    해병대사령관, 해군본부 국감 배석하다 단독국감받아 뿌듯 해병대 인사ㆍ예산 독립 강화 속 “아직은 갈 길 멀다”목소리 천안함 46용사가 심청이처럼 부활해 남북화합의 연꽃이 된다면… 4일 오전 백령도 해병대 제6여...
    Date2011.10.05 Views3220
    Read More
  9. 강한 국군 그리고 더 큰 대한민국

    김상민 이병 해병대2사단 포병연대 빨간 날만이 특별한 날처럼 여겨지는 요즘 검은 날이지만 나에겐 특별한 10월의 첫째 날을 생각해본다. 2011년 10월 1일은 건군 제63주년 대한민국 국군의 날로 6·25전쟁 당시 전쟁...
    Date2011.09.29 Views1630
    Read More
  10.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나?

    해병대가 6·25전쟁, 월남전 등 수많은 전투에서 얻은 명성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창설 이후 60년 동안 수없이 많은 역경에서도 오늘이 있기까지 우리 선배들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천안...
    Date2011.09.22 Views3384
    Read More
  11. 땅 속 깊은곳 잠들어 있는 영웅들을 찾아서

    그때의 젊은 병사는 오늘 시신이 되어 돌아왔다. 지금까지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차가운 땅 속에서 불편한 자세로 누워 있었던 그 젊은병사. 그의 시신은 이 나라가 물이 흐르듯 그렇게 유지되어온 나라가 아니라고 ...
    Date2011.09.22 Views2763
    Read More
  12. 해병대 병영문화 개선과 해외파병

    한동기 해병대 중령 / 국방대학교 PKO센터 요즘처럼 해병대가 대중 매체에 자주 오르내린 적은 베트남전에서 ‘신화(神話)를 남긴 해병’의 전공을 세운 이후로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좋은 일로 그래야 할 텐데, 그렇...
    Date2011.09.14 Views3045
    Read More
  13. 해병대 전문작가 김환기에게 듣는 스타 현빈, 해병 김태평

    지난해 말 연평도 포격 사건을 시작으로 총기 난사 사건, 그리고 현빈의 해병대 입대까지. 근래만큼 해병대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던 적이 없는 것 같다. 3년 동안 포항과 김포, 서해 5도를 돌며 해병대를 취재해온 ...
    Date2011.09.02 Views3458
    Read More
  14. 국민기대 부응하는 병영문화 - 공정식

    공정식 전해병대사령관님께서 국방저널 9월회에 특별기고한 글입니다. 국방저털 전자북에서 캡춰하였습니다.
    Date2011.09.01 Views2583
    Read More
  15. No Image

    인천상륙작전의 강의안 - 김현기

    인천상륙작전의 강의안 / 해병대전략연구소 김현기 序 論 1. 연구 배경 ▲ 전장에서의 기습효과의 중요성 ㅇ 전장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주도권 확보에 결정적으로 기여 ㅇ 기습의 파급효과 - 물리적 효과, 심리적 ...
    Date2011.09.01 Views469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36 Next
/ 36
메뉴닫기
닫기

마이페이지

로그인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