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지 37호 / 글 김태현 사진 김태현
미국 애리조나주의 모뉴먼트 밸리에 도착손등의 피부가 태양에 그을려 벗겨졌다.
22살의 늦은 나이에 입대한 해병대.
그곳에서 얻은 도전정신과 끈기는 내 여행인생의 든든한 밑거름이 되어 주었다.
전역 이후 본격적인 여행에 나서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스쿠터 여행. 대한민국 해안가 2,000km를 오토바이로 달린 박 5일간의 여행.
자신감이 붙자 해외로 눈을 돌렸다. 자전거로하루에100km씩 달려 오사카와 도쿄를 복하는 1,500km 여행은 자전거로 세계일
주를 해보자는 꿈을 갖게 했다.
그 시작은 미국부터 파타고니아까지 아메리카 대륙 14,000km를 자전거로 종단하는 행이었다.
사진 위 : 시골길 캠핑을 하는 나를 마을 주민이 발견하여 자기 집으로 가서 자자고 권했다.
사진 아래 : 지평선 끝까지 소금만이 보이는 볼리비아의 소금사막
아메리카 대륙의 자연은 한국과 비교할 수 을 만큼 다양하고 광활했다.
미국 LA 도심을 벗어나며 지났던 팜 스프링 사막에서는 낮에 45도에 육박하는 더위에 달려야 했는데, 해가 지면 온도가 무섭게 영하로 떨어져 저녁부터는 추위에 떨어야 했다. 선크림을 미처 바르지 않았던 귓등이 태양에 타서 빨갛게 부어오르다가 고름이 나오기도 했다. 200km의 거리를 이동하는 동안 마을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어 항상 식수를 잔뜩 싣고 다녀야 했다.
미국의 텍사스에서는 컴퓨터 부품들까지 갉아 먹어버린다는 크레이지 라즈베리 불개미와 빈대에게 온몸을 물렸다. 가려운 것은 참을 수 있었지만, 개미에게 물린 발등에서 고름이 나오다 세균이 감염되어 심하게 부어 올랐다.
한 쪽 발을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이 아닐까하는 걱정이 들기도 할 정도였다.
멕시코에서는 부패한 악질 경찰에게 돈을 빼앗기기도 했다. 5달러의 작은 돈이었지만 경찰이 여행자의 지갑에서 돈을 빼앗아 가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대사관에 전화를 해서 경찰을 신고하려 했지만 멕시코에는 부패한 경찰을 신고할 제도가 없다는 말을 듣고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100달러 정도면 권총을 구해 합법적으로 소지할 수 있는 과테말라에서는 밤마다 들리는 총소리에 가슴을 졸이며 여행을 계속했다.
권총을 방어할 아무런 수단도 없이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데, 허리에 권총을 차고 있는 사람들이 내 근처로 다가올 것 같은 낌새가 조금이라도 느껴지면 온 힘을 다해 페달을 빏아 안전한 곳으로 도망치곤 했다.
파나마에서 콜롬비아로 향할 때는 화물선의 짐칸을 이용했다. 짐칸에 지붕이 없어 잠잘 때조차 빗물이 새어 들어오는 열악한 환경. 바퀴벌레가 가득한 부엌에서 요리된 음식을 먹어야 했는데 한 여행자는 씻지도 못한 채 비위생적인 음식을 먹다가 결국은 배탈이 나서 오랫동안 고생을 해야 했다.
남아메리카에서는 해발 4,000m가 넘는 인데스산맥을 몇 번이나 넘나들며 소화가 되지 않고 감기 몸살에 걸린 듯한 두통이 계속되는 고산병에 시달렸다. 해발 0m에서 4000m까지 올라가려면 3일 동안 오르막길을 올라가야 하고, 4,000m에서 0m로 내려오
는 데는 하루 종일 내리막길을 내려와야 한다. 고지대와 저지대를 넘나들면서 고산병증상을 반복적으로 겪다보면 피로가 쌓이는데 해발 4,000m의 내리막길을 내려오던 도중 작은 구덩이를 밟으면서 넘어지는 바람에 자갈바닥에 뒹군 적이 있었다. 무릎에 타박상을 입어 다리를 움직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불굴의 정신력으로 몸을 가다듬고 여행을 이어 나갔다.
이런 극악의 상황에서도 해병대의 ‘도전정신’으로 세상의 수도 중 가장 높은 해발에 위치한 볼리비아의 라파즈에서 해발 6,088m의 만년설이 뒤덮인 설산 와이나포토시 봉우리의 트렉킹에 성공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자전거 여행을 하면 사방 360도를 모두 둘러봐도 지평선만 보이며 세찬 바람이 부는 사막의 길을 따라가다 오지에서 텐트를 설치해 캠핑을 해야 하는 낳들이 많았다. 마을을 떠날 때마다 10L가 넘는 물을 싣고 다니며 버너를 꺼내어 식사를 만들어먹어야 했다. 하루 종일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타는 날은 젖은 텐트, 젖은 침낭속에 들어가서 잠을 자기도 하며, 기능성 옷을 빨지 못한 채 오래 입고 있어야 할 때가 많다.
관광객들만을 노리는 노련한 소매치기들이 카메라와 노트북을 훔쳐가기도 했고, 여행 중 한국에 계신 할머니가 돌아가셨지만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지 못해 지구반대편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여행을 하면 많은 부분에서 감동을 하게된다.
대자연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들. 자연 속에서 순수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들. 여행지에서 만나는 새로운
여행자들과의 만남. 나는 630일간 아메리카대륙 15개국, 25,000km를 여행하며 내 이야기를 블로그에 업데이트 했다. 하나씩 쓰던 여행기가 모이기 시작하면서 인기를 얻어 파워블로그에 선정되었고 얼마 전 여행기를 모은 책을 출간했다.
사람은 쓴 것 없이는 단 것을 느끼지 못하는 습성이 있는 것 같다. 나는 해병이 되는 쓴 과정을 겪은 후에 더욱 성숙해진 내 모습을 보며 만족감을 느꼈고, 이런 경험 덕분에 편한 관광이 아닌 힘든 여행을 스스로 선택하여 더욱 보람 있는 젊은 시절의 추억들을 많이 만들 수 있었다.
뱀은 물을 먹어 독을 만들고, 사탕수수는 물을 먹어 설탕을 만든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설탕이 되어 열정과 도전이 가득한 많은 잚은이들이 해병대에 지원할 수 있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작지만 강한 해병대! 젊은이여 해병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