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전투대기 소대장을 마치고

by 운영자 posted Jan 1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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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혜중위.jpg

박지혜 중위(진)
해병대2사단


2016년 6월 사관후보생 120기로 임관, 10월에 보병 초군반 157기 과정까지 모두 마치고, 11월 중순 해병대2사단 소대장 직책을 맡게 됐다. 이제는 소대장 후보생이 아닌 현실의 소대장이 된 것이다.

후보생 시절 우리 소대의 한은택 소대장님이 해준 말이 기억난다. “지금 후보생 시절이 군생활에서 가장 힘든 시기라고 생각하겠지만, 임관 후 책임감의 무게를 느껴보면 지금이 가장 좋았던 시절이라고 느낄 것이다.” ‘책임감의 무게’란 어떤 것일까?

소대장 직책을 맡고 바로 한 달 뒤 나는 5분전투대기 소대장으로서 임무를 수행하게 됐다. ‘5분’은 비상경보 접수 후 출동하기까지의 소요 시간이다. ‘대기’는 인원이 즉각 출동할 수 있도록 건제를 유지한 가운데 규정된 군장과 복장을 갖추고, 최근거리에 임무 수행에 필요한 차량·탄약·장비·물자 등을 즉각 출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는 것을 말한다.

5분전투대기 소대에게 고정된 상황이나 확실함은 없다. 우리가 당면하는 상황은 늘 변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5분전투대기 소대에게 불확실성과 우연적 요소는 항상 따라다닐 수밖에 없고, 경험이 없는 리더는 이러한 불확실성과 우연적 요소에 부딪혀 넘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5분전투대기 소대장은 상황에 따른 부대 지휘와 행동 요령을 구체적으로 숙달하고 있어야 한다.

나는 초급장교로서 경험이 부족하다. 그래서 매일 불확실성과 우연적 요소에 부딪혀 넘어지고 처음으로 리더로서의 좌절도 맛보았다. 그렇지만 하루하루 경험을 쌓아가면서 상황에 대처하는 지혜를 조금씩 배우고, 실수를 하나씩 줄여나갈 수 있게 됐다. 또한 리더십은 계급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경험적 요소에서 나오는 것이고, 나의 팔로어들인 소대원들과 몸으로 부딪히고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함으로써 간격을 좁히고 하나가 되도록 만드는 것임을 알게 됐다.

5분전투대기 소대장을 하는 동안 5분이라는 제한된 시간은 우리 소대를 더욱 단결시켜 주었고, 2주 동안 전투복과 전투화를 벗지 못하면서 소대장으로서 내 책임감의 무게는 ‘지금 당장 전쟁이 일어나면 소대원들을 이끌고 함께 투입될 수 있는가’에 관한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전쟁에서 2등에게 보상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나는 결정적 작전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해병대 장교가 되기 위해 한 명의 군인이자 전투원으로서 과감하게 위험과 불확실성 그리고 우연적 요소와 끊임없이 부딪칠 것이다.<국방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