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메뉴보기 검색열기

 

이병훈 대위(진) 해병대2사단 박쥐대대.jpg

이병훈 대위(진) 해병대2사단 박쥐대대

 

 

바다 대신 땅 위에서 고무보트(IBS)를 둥둥 떠다니게 하면, 줄줄이 이어 가는 그 모습이 마치 청룡처럼 보인다. 우리 머리 위로 얹어진 고무보트를 보고 있자면 각자의 꿈을 싣고 가는 모습 같다. 각자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는 군가처럼 뜨겁다.

 

우리 박쥐대대 장병들은 최근 상륙기습훈련에 참가했다. 쉴새 없이 울려 퍼지는 호각소리에 맞춰 머리에 고무보트를 이고 몇 시간을 행군하다 함께 보트를 이고 있는 전우 모습을 바라보았다.

 

앞에서 넓은 어깨와 두꺼운 하체로 성큼성큼 나아가는 전우와 옆에서 이를 꽉 깨물고 눈을 부라리며 오기로 버티는 전우. 각자의 모습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이 시간을 이겨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전우들과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영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교관의 “10분간 쉬어!”라는 구령이 들렸다. 우리는 더 잘하지 못한 아쉬움과 후회를 잠시 접어두고, 시원한 물을 나눠 마시며 다음에는 단결해 더 잘하자고 무언의 약속을 했다.

 

고무보트를 들고 염하강을 향해 빠르게 진수할 때는 마치 푹신한 침대 위에 몸을 던지듯이 보트를 던지고, 동시에 내 몸도 함께 뛰어들었다. 뜨거운 뙤약볕 위에서도 시리도록 차가운 강물은 잠시나마 육체적인 피로를 잊게 했다.

 

진수 후 숨돌릴 틈도 없이 바로 패들링(Paddling)이 이어졌다. 팀장의 목소리에 모두가 복명복창하며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했다. 기계 속 톱니바퀴 하나가 어그러지기 시작하면, 기계 전체가 망가지는 것처럼 팀원 한 명이 삐끗하면 보트는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기 십상이다.

 

우리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서로를 생각하며 영차영차, 신속하면서도 정확하게 패들링을 했고 무사히 다시 접안할 수 있었다.

 

훈련을 모두 마치고 다시 염하강을 바라보았을 때, 패들링으로 인해 생긴 방랑하는 물길을 돌아보며 ‘절대로 지치지 말자’ ‘힘들어도 멈추지 말자’ ‘다시 뛰어 보자’라고 다짐했다. 수료하는 자리에서 우리는 사기가 충전돼 개인의 노력과 공동체의 소중함, 해병대 존재 의미를 체감했다. 우리가 함께 땀 흘리며 견딘 아름다운 시간이 해병대를 더욱 해병대답게 만들 것이다.

 

“하나, 둘, 셋, 넷! 하나, 둘, 셋, 넷!” 하고 함께 나아갔던 순간은 우리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서 언젠가 다시 한 번 머릿속에 피어오를 것이다.

 

이번 상륙기습기초훈련을 위해 주인의식을 갖고 정성을 다해준 교관님들과 안전하고 내실 있는 훈련을 위해 애쓰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행복하고 힘이 나는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신 청룡부대 영웅들을 위해 언제나 기도하며, 더욱 해병대다운 모습으로 충성할 것을 맹세한다. <국방일보 병영의창 2022.10.06 인터넷>






  1. This is Marine Corps! - 윤성탁 대위 국방일보 병영의창 기고

    윤성탁 대위 해병대6여단 본부대 최근 진행된 ‘해병대다운 리더십 회복과 정체성 함양’ 강연에서 해병대의 정체성과 본질, 응집력을 이해하면서 우리 군이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명확히 인식하게 됐다. 해병대 마크엔...
    Date2023.11.23 Views129147
    Read More
  2. 해병대에서 만난 세 번째 부모님 - 류희수 이병 해병대 교육훈련단

    류희수 이병 해병대 교육훈련단 올해 스물한살인 나는 사회에서 막내인 경우가 다수였지만, 해병대 입대 후에는 아니었다. 이곳 교육훈련단에서는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 더 많았다. 나를 비롯한 동기들은 아직 어리고...
    Date2023.09.23 Views159643
    Read More
  3. 결전태세 확립을 위한 자세와 다짐 - 해병대1사단 홍규석 소령

    홍규석 소령. 해병대1사단 킹콩여단 [국방일보 병영의창 2023.03.08] 나는 보병여단 수송대장 임무를 수행 중이다. 지난 2021년 수송대 창설부대장으로서 해병대 전력화 장비인 차륜형 장갑차 1개 중대를 지휘하고 있...
    Date2023.03.09 Views231671
    Read More
  4. 진지한 태도가 ‘1만 시간의 법칙’ 만든다 - 해병대2사단 김정우 병장

    김정우 병장 해병대2사단 백호여단 최근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포함해 여러 차례 무력도발을 자행했다. 이처럼 혼란스러운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내가 생각하는 우리 해병대 전우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태도는 ...
    Date2023.01.27 Views71118
    Read More
  5. 1년 10개월, 부관의 소회 - 해병대사령부 안성민 대위(진)

    안성민 대위(진). 해병대사령부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던 보통의 봄날. 우연히 터미널에서 해병대 전투복을 입고 지나가는 한 소위를 홀린 듯이 쳐다봤던 18세의 나는 무작정 해병대 장교를 동경하게 됐다. 이후 4년의...
    Date2023.01.19 Views46619
    Read More
  6. 소통과 팀워크로 이룬 최정예소대 - 해병대1사단 서우현 중위(진)

    서우현 중위(진) 해병대1사단 킹콩여단 ‘대회’는 학창시절이나 지금이나 언제나 설렌다. 부대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사단 최정예 소대 선발 경연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우리 소대가 지금까지 갈고 닦...
    Date2023.01.13 Views28527
    Read More
  7. 찬란할 수험생들의 미래를 응원하며 - 해병대1사단 2여단 허용호 중위(진)

    해병대1사단 2여단 허용호 중위(진) “수능 성적표 냄새가 나는 날이다.” 수학능력시험(수능)을 본 지도 6년이 지났지만, 친구들과 나는 12월이 되면 이런 말을 주고받곤 했다. 지난 9일은 수능 성적 발표일이었다. 대...
    Date2022.12.19 Views30005
    Read More
  8.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 해병대 교육훈련단 김현서 하사

    김현서 하사 해병대 교육훈련단 우리는 가끔 언론을 통해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여러 범죄를 마주한다. 그럴 때마다 분노와 슬픔을 느끼지만, 이내 일상으로 돌아온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범죄들이 나와는 거리가 ...
    Date2022.11.17 Views33435
    Read More
  9. 한 방향으로 나아갈 때 - 해병대2사단 배종인 병장

    배종인 병장 해병대2사단 포1대대 군에 입대하면서 20년 넘게 ‘나’라는 기준에서 서로 다른 경험을 쌓아 온 사람들이 모여 ‘우리’ 또는 ‘전우’라는 이름으로 일상을 공유하며 생활하고 있다. 그 일상 속에서 우리는 ...
    Date2022.10.20 Views33283
    Read More
  10. 바람과 부름과 방랑 - 해병대2사단 이병훈 대위(진)

    이병훈 대위(진) 해병대2사단 박쥐대대 바다 대신 땅 위에서 고무보트(IBS)를 둥둥 떠다니게 하면, 줄줄이 이어 가는 그 모습이 마치 청룡처럼 보인다. 우리 머리 위로 얹어진 고무보트를 보고 있자면 각자의 꿈을 싣...
    Date2022.10.07 Views3472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Next
/ 1
CLOSE

SEARCH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