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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고도 '사단급 훈련' 이라고? (조선일보, 2006.11.8)

‘병력 8000여 명 참가, 함정 10여 척, 헬기 등 항공기 40여 대, 수륙양용장갑차 70여 대 투입. 한국군 최초의 단독 사단급 상륙훈련.’

지난달 27일 합동참모본부와 해병대가 미군의 지원 없이 처음으로 한국군 단독 사단급 상륙훈련을 실시한다며 내세운 명세서다. 1개 사단에 육박하는 병력이 우리 해병대가 보유한 상륙함정과 수륙양용 장갑차, 헬기 등을 타고 해안에 상륙하는 훈련을 한 것처럼 돼 있다. 종전엔 대대~연대급 수준의 상륙훈련만 이뤄졌기 때문에 괄목할 만한 발전을 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실제 훈련 내용은 군에서 발표한 것보다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이날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KAAV) 등을 타고 해상으로 상륙한 병력은 1개 대대(500여 명) 규모. 헬기와 수송기를 타고 공중으로 침투한 병력은 총 2개 중대(240여 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병력은 대부분 육지로 미리 이동해 있었다. 8000여 명 중 10%가량만이 실감 나는 상륙훈련을 한 셈이다.

이는 헬기와 상륙함정, 수륙양용 장갑차 등 상륙 전력(戰力)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해병대가 독자적인 항공부대를 갖고 있지 않은 데 따른 항공전력 문제는 심각하다는 평가다. 27일 훈련에 투입된 40여 대의 헬기도 대부분 육군 소속으로 지원을 받은 것이다.

이번 훈련엔 아시아 최대의 상륙함으로 지난해 진수된 1만4000?급 대형 상륙함 독도함도 모습을 나타냈다. 그러나 독도함에도 정작 중요한 공격수단인 헬기가 없어 아직도 날개를 달지 못하고 있다. 과거 상륙작전은 해상으로만 이뤄졌으나 현대전에선 헬기 등을 통해 공중으로도 침투하는 입체적인 상륙작전이 중요해졌다.

그러면 군 당국은 왜 능력도 없으면서 사단급 상륙훈련을 강행한 것일까? 군 주변에선 전시 작전통제권(전작권) 단독행사 추진에 대해 “한국군에 과연 그럴 능력이 있는가?”라는 의문이 계속 제기되자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성격이 강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합참은 훈련이 끝난 뒤 홈페이지에 ‘한국군이 단독, 그것도 사단급으로 합동 상륙훈련을 시행한 것은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합의가 이뤄진 가운데 앞으로 우리 군이 독자적 역량을 가다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는 글을 올려 전작권 문제와 이번 훈련이 무관치 않음을 밝히고 있다. 군의 한 소식통도 “이번 훈련실시는 전작권 문제에 대한 군 수뇌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전했다.

2만7000여 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 해병대는 규모상 세계 4위다. 미국(17만5000명), 대만(3만명), 베트남(3만명)의 뒤를 이어 세계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전쟁이 났을 때 적에게 의미 있는 타격을 주고 목표지역을 탈취하기 위해선 상륙부대가 2개 연대~사단급 이상이 돼야 한다. 현재 우리 해병대는 최대 1개 연대(2000여 명) 정도의 상륙작전 능력밖에 없다. 더구나 군내에서 상대적으로 발언권이 약한 해병대의 전력은 최신 장비보다는 정신력에 크게 의존해왔다는 평가다.

만일 정부와 군 당국이 부풀려진 이벤트를 통해 전작권 단독행사 추진에 따른 국민들의 안보 불안을 없앨 수 있다고 본다면 오산(誤算)이다. 이미 인터넷을 통해 이번 훈련의 실상이 널리 알려지면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국민에게 우리 군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알리고 국민들의 지원을 받을 부분은 받는 것이 정도(正道)다. / 유용원 · 군사전문기자 bemi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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