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1포병여단 155㎜ K-9 자주포들이 비사격훈련 후 신속히 차후 진지 확보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국방일보 박흥배기자>
“비사격! 비사격! 비사격!”
육군1포병여단 관측대대의 대포병레이더 운용통제소 안. 1.5평 남짓한 어두운 공간에서 모니터를 지켜보던 이재경 상사가 ‘비사격’을 연속 3번 외쳤다. 적이 화력 도발을 해 오자 대포병 탐지 레이더 TPQ-37이 그 원점을 잡아 레이더 운용통제체계(ROCS) 모니터에 좌표와 탐지한 시간·표고 등 50여 가지 제원을 나타낸 것.
발전기 소음이 귀를 거슬리는 가운데 훈련상황임을 알리는 짧고 톤 높은 이 외침으로 통제소 안은 긴장감이 풍선처럼 부풀어올랐다. 이광섭 상병이 이 상사의 지시를 복명복창한 뒤 미리 설치된 핫라인으로 각 포대에 표적획득보고를 ‘또박또박’ 전파한다. “표적획득 보고! 브라보호텔(BH) 1234 5678, 예상탄착 지점 브라보골프(BG) 5678 1234!”
본래 대포병 탐지 레이더로 파악된 표적은 포병 사격지휘자동화체계(BTCS : Battalion Tactical Command System)로 실제 화포를 쏘는 각 포대와 표적을 분석해 사격명령을 주는 상급 부대로 즉시 전파된다. 하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 통신수단을 이중삼중으로 갖춰야 한다. 이 상병이 화력도발 원점을 포함한 제원을 유선 통신으로 전파하는 것은 이런 뜻에서다.
포병의 눈과 같은 역할을 하는 관측대대 이재경 상사는 “레이더가 포로 도발하는 적의 위치를 파악하면 아군 포병이 이를 즉각 응징할 수 있도록 각종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보유 장비에 대해 설명했다. 이 포대장은 여기서 “아군 화력이 빠르고 정확히 적을 타격할 수 있도록 우리 포대 역시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또 안정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시스템이 완벽히 가동하도록 평소 장비 관리 점검을 이중삼중으로 시행할 뿐만 아니라 상황전파 간에도 정확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이중삼중으로 체크한다”며 “기본 시스템이 100% 발휘되도록 이에 충실히 훈련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여단 예하의 155㎜ K-9 자주포 대대. 훈련 상황이 떨어졌다. 포상의 장병들은 물론 인근에서 교육훈련 중인 장병들이 일사불란하고 빠르게 움직였다. 부여된 임무에 따라 장비를 챙기고 ‘위치’로 향했다. 어느 틈에 K-9 자주포에 탑승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 사이, 여단에서는 가상 적 표적을 분석해 대대로 전파했다. 사격준비 끝! 이제 사격 명령이 하달되면 곧바로 화염을 뿜는다. 불과 몇 분이면 충분한 모습들이다.
227㎜ 대구경 다연장 로켓(MLRS:Multiple Launch Rocket System) 대대에도 비사격훈련이 발령됐다.
사격지휘소에서 훈련상황을 알림과 동시에 사격지휘통제체계에 ‘삐~’소리와 함께 빨간 불이 켜졌다. 위장막 속 MLRS 자체가 굉음을 내고 이동을 시작한다. 부근에서 교육훈련 중이던 장병이 신속히 차량에 올랐다. 이 로켓탄 한 발이면 적이 도발한 원점은 말 그대로 초토화가 된다. 이재훈 상병은 “훈련을 실전처럼”이라며 “항상 긴장감 속에 임전의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권영훈(대위) 포대장은 “24시간 언제라도 적 도발을 철저히 응징할 수 있도록 작전태세를 확립하고, 또 그에 부응하는 실전과 같은 교육훈련을 실시하고 있다”며 “현재 상황이 발생해도 적의 화력을 일거에 정확히 타격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특히 권 포대장은 “포대장인 저를 포함해 대적관 등 장병들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며 “최근의 상황, 특히 천안함 피격 1주년을 맞아 항재전장(恒在戰場)의 의미를 전 포대원이 확실히 알고, 이에 스스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항재전장! 24시간 전투 중!
육군1포병여단 K-9 자주포대대에서는 이 같은 장병들의 각오를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창문이다.
대대의 모든 창문 유리에 X자로 테이핑이 돼 있다. 이것은 적 포탄이 부대에 떨어질 때 창문의 유리가 깨져 파편이 튀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평시에서 전시’로 전환하는 단계가 없어졌음을 볼 수 있다. 오우철(중령) 대대장은 “24시간 전투형 야전부대를 확립했다는 의미로 봐 달라”고 설명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갖는 ‘정(情) 타임’도 이런 맥락이다. 늘 ‘유사시’에 대비, 확고한 준비태세를 갖추고 대대가 움직이다 보니 장병들의 피로도가 높기 마련. 전투 집중도를 높일 수 있는 무엇이 필요한데, ‘정(情) 타임’이 그것이다. 생활관이 아닌 전투현장, 즉 포상에서 병사들끼리 오순도순 모여앉아 초코파이와 음료를 나눠 먹으며 서로를 격려하고 전우애를 나눈다는 것.
오 대대장은 “실전보다 더 실전적인 훈련으로 24시간 자주포 내에서 대기하며,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가정한 워게임식으로 끊임없이 훈련한다”며 “화력전투의 최전방에 위치한 부대답게 유사시 부여된 임무를 완벽히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일보 김가령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