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장 '실태파악' 지시로 병사 내무생활 경험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신임장교 6명이 이등병으로 위장해 병사들과 함께 내무반에서 생활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21일 육군에 따르면 박종훈(25) 소위 등 신임장교 6명은 이등병 계급장을 달고 지난 15∼18일 양평에 있는 20사단 신병 교육대에서 훈련을 받았다.

이달 초 해병대 총기사건으로 내려진 김관진 국방장관의 부대진단 긴급지시 이후 내밀한 실태 파악을 원했던 사단장 나상웅 소장의 지시에 따른 조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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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이 직접 실상을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니 병사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신임장교를 투입해 알아보자는 의도였다.

이에 비교적 '동안(童顔)'인 6명의 장교가 선발, 투입됐고 이 사실은 사단장과 사단 사령부 인사참모 외에는 비밀에 부쳐졌다.

이들 6명은 나흘간 신병과 똑같은 보급품을 지급받고 전투복에 이름을 새긴 후 각 부대로 이동해 내무생활을 함께하며 병사들의 고충을 파악했다.

박 소위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실제 신분은 장교이지만 이등병 계급장을 달고 나니 이등병처럼 긴장감과 두려움, 설렘을 느꼈다"면서 "이전에는 간부가 되는 방법 등에 관한 교육만 받았는데 신병체험 후 병사들의 행동을 유심히 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군대가 서먹서먹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병사들은 세세한 것에 감동을 받는다"면서 "나보다 일주일 전 들어온 이등병이 먹을 것도 챙겨주면서 잘해줬는데 마지막까지 사실을 털어놓지 못해 미안했다"고 덧붙였다.

참가자들은 이러한 경험담을 모아 지난 20일 20사단 대대장 이상 지휘관 5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체험담을 발표했다.

이들이 전한 이야기 속에는 선임병이 흡연하면 후임병은 비흡연자일지라도 담배를 피우는 장소에 따라다녀야 하는 어려움, 선임병 앞에서 담배를 피울 때 왼손만 허용되는 등 생생한 이야기가 전해졌다. 오른손은 언제든지 선임병을 보면 경례를 하라는 뜻에서 담배를 잡지 못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또 내무반에서 과자 파티를 마치고 나면 남은 과자는 이등병이 먹어야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육군 관계자는 이번에 파악한 실상을 토대로 지휘관과 병사를 대상으로 한 교육을 확대하는 한편, 병영문화 혁신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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