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9508 추천 수 0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미디어오늘 기자칼럼 허완기자] 해병대 김 상병 개인의 ‘일탈’ 사건일 뿐일까?

해병대 2사단에서 발생한 총기사고의 중간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사고조사반에 따르면, 가해자 김 모 상병은 “구타, 왕따, 기수 열외는 없어져야 한다”고 진술했다. ‘기수열외’는 후임병이 선임병을 대접하지 않거나, 선임병이 후임병을 인정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군대 내의 억압적 위계 구조가 이번 사건의 원인이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언론은 이번 사건에 대해 제 나름의 분석을 내놓았다. 가장 먼저 해병대와 군 당국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해병부대는 나사가 풀려 있었다(동아일보)”거나 “‘동료 잡는’ 해병대로 전락했으니 이게 될 말인가(세계일보)”, “군의 기강해이와 형식적 대응이 낳은 일종의 ‘예고된 참사’(경향신문)”라는 식의 지탄이 이어졌다. 한겨레는 해병대의 강력한 전투력과 단결력 이면에 “일본 제국주의 군대 내무반을 방불케 하는 빗나간 조직문화가 도사리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썼다. 총기 관리가 허술했다는 사실과 김 상병이 ‘관심사병’이었음에도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비판의 대상이 됐다.

총기 관리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허술했다거나, 관심사병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다는 점이야 당연히 비판을 받아 마땅한 사안이다. 관계자에 대한 문책과 철저한 재발방지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사실에도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한 번 생각해보자. 과연 이번 사건이 ‘특이한 사건’인가? 사건이 발생한 해당 부대의 기강 해이와 가해자의 돌출행동으로만 이 사건을 설명할 수 있을까?   

96212_84368_2550.jpg
6일 오전,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이번 사고로 숨진 장병들의 영결식이 열렸다. ⓒ연합뉴스

 
군대 내 총기사고나 사병들 사이의 갈등, 가혹행위 등의 문제는 사실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군대라는 조직에 적응하지 못해 관심사병으로 간주되는 일군의 무리가 있다는 점도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해병대에만 이런 구조가, 해병대에만 관심사병이 있는 것도 아니다. 거의 모든 부대에는 군번에 따른 상명하복의 원리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움직이는 ‘군대 문화’가 있다.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부적응자도 거의 모든 부대에 있다.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군의 기강 해이 실태와 눈에 보이지 않는 관심사병의 존재는 군대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보도되는 것보다 문제가 훨씬 깊고 심각하다는 것도 우리는 다 알고 있다. 우리 모두가 알고는 있지만, 말하기 불편했던 문제들이 이번 사건에서 극단적으로 드러났을 뿐이라는 뜻이다.

단지 ‘드러났다’는 이유로 이번 사건이 특별한 주목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 마치 어딘가 동떨어진 곳에서, ‘특수한’ 한 사병이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른 것처럼 묘사하는 순간, 거의 모든 군부대 내에 존재하는 ‘비극의 씨앗’은 묻힌다. 기수 열외나 폭언, 구타 등 내무반에서 이뤄지는 가혹행위, 허술한 총기관리나 공공연한 근무지 이탈 등 군 문화 전반에 만연한 ‘적당주의’가 잊혀진다. 말하자면, 이번 사건에 놀라는‘척’ 하면서 호들갑을 떠는 언론과 우리는 모두 이 비극의 ‘공범’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의무적으로 군대에 몸을 담게 되는 대한민국 남성은 두 가지 선택을 강요받는다. 적응할 것인지, 반항할 것인지. 그러나 개인의 힘으로 군대의 조직문화에 반항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사실상 한 가지의 선택을 강요받는 셈이다. 그렇게 대한민국 남성들은 권위에 복종하고, 불의와 타협하는 법, 비합리적 상황에 맞서기 보다는 포기하는 법을 배운다.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적응하기를 거부하는 모두는 관심사병이 될 수밖에 없다. 가해자인 김 상병을 두둔하려는 게 아니라, 수많은 관심사병을 만들어내는 구조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냐는 물음이다.

잠시 군대 담장 너머로 시선을 돌려 보자. ‘군대에 다녀와야 사람이 된다’는 말을 누구나 들어봤을 것이다. 이 말은 곧 ‘군대에 다녀와야 복종과 포기를 내면화할 수 있다’는 말과 같다. 다시 이 말을 조금 순화하면 ‘군대에 다녀와야 ‘사회생활’ 잘 하는 사람이 된다’는 말이 된다. 엄격한 위계질서와 상명하복의 원리는 군대뿐만이 아니라 많은 조직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고집불통인 상사와 ‘내리갈굼’으로 표현되는 일방적 의사소통 구조, 비민주적인 의사 결정 관행과 강요되는 복종의 문제는 비단 군대 내의 문제만은 아니다.

또 어디 그 뿐인가. 좀 더 넓게 보면 ‘권력에 의한 폭력’은 도처에 널려 있다. 생존권을 짓밟힌 노동자와 서민, 이들의 요구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힘 있는 사람들, 명백한 불의와 부조리에도 불구하고 ‘원래 사회(군대)란 그런 곳’이라고 합리화하려 애쓰는 우리들. 수많은 ‘부적응자’들을 타자화 하고 그들을 향해 쉽게 비난을 퍼붇는 우리 사회의 (뜨겁게 달아오르곤 하는) 차가운 시선은 또 어떤가. 어쩌면 우리 모두는 ‘해병대 2사단’에서,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김 상병’들과 함께(또는 스스로가 김 상병이 되어)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하면 너무 지나친 표현일까?

“일본 제국주의 군대 내무반을 방불케 하는 빗나간 조직문화”는 한겨레의 표현처럼 놀라워 할 일이 아니라, 사실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군 당국과 해병대만 탓할 것이 아니라, 우리 군대 전반에 퍼져있는 ‘비극의 씨앗’들, 더 나아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전근대적 군사문화’를 탓해야 마땅한 일이다. 과연 관심사병을 ‘관리’하는 상담인력을 늘리고, 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서울신문)”한다고 문제가 해결 될까. 입소 시에 이뤄지는 인성검사를 강화해 사전에 부적응 위험자를 걸러낸다고 해결될 일일까. 총기관리를 강화하고 인성교육을 강화한다고 해서 정말 문제가 사라질까.

어쩌면 우리는 늘 그렇듯, 이번에도 그럴듯한 희생양을 찾아 그(들)에게 화살을 돌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뻔하디 뻔한 ‘대책 아닌 대책’들을 이야기하면서 남의 문제가 아닌 바로 ‘우리의 문제’를 애써 회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언론과 우리의 ‘호들갑’이 불편하고, 부끄럽다.


TAG •
?
  • profile
    슈퍼맨 2011.07.07 12:01

    저 역시 이곳에 관련기사들을 스크랩하며 접하는 많은 기사들을 보며 불편할때가 많습니다.

    말도 안되는 기사들, 기사내용과 차별되는 그저 자극적으로 뽑은 기사제목들, 기사거리도 안되는 것은 부풀려 억지로 만드는 가쉽성기사들 이게 말그데로 허완기자의 글처럼 언론의 호들갑들 인 것입니다.

    물론 일어나서는 안될 사고지만 어느 군부대나 이런 유형의 사고는 항상 발생의 여지가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을 하는것이 부대 지휘관과 지휘자들의 관리능력이라고 할수도 있겠지만 경험이 있는 우리끼리의 막말로 하자면 그거 정말 재수 아니겠습니까?

    요즘 부대의 간부들 사고의 위험때문에 항상 긴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기합 한번 제대로 주지도 못한다고 하고 그저 부대가 조용하기만을 바란다는 겁니다.

    이런 무사안일주의가 사고를 더 유발시키는 건 아닐까요?

    저도 군생활을 하며 이러한 사고가 발생가능한 상황을 몇번 경험해 보았습니다.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고는 발생하는 겁니다.

    군부대의 총기사고를 이번 사고에서 어떻게든 그 원인을 찾으려고 한다면 그건 잘못된 겁니다.

    어떤 대책이 마련될지는 모르지만 분명 이번 사고에 대해  너무 호들갑을 떨고 있다는 것에 동감합니다.

  • ?
    이창현 2011.07.17 14:29

    필승. 845기 이창현입니다.

     

    저도 언론에서 너무 호들갑떠는 것이 보기 좋지 않았습니다.

     

    전투를 위해 생활하고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모인 군대라는 집단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을 매도하는 듯한 가쉽거리로 만드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습니다.

    해병생활은 긍정적인 내무생활은 전혀 부각이 되지 않는 것도 그렇습니다...

    사고는 어디에서나 날 수 있고 사고를 낼 사람은 어느 집단에서도 사고를 냅니다.

     

    기본적으로 그런 나약한 사람들을 해병대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근본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 해병대 주둔지역 방과후학습 지원

    (서울=연합뉴스) 해병대 2사단의 이한별 상병이 주둔지 인근인 김포, 강화 지역 8개 학교에서 방과 후 학습을 도와주고 있다. 2010.8.24
    Date2010.08.24 By슈퍼맨 Views20260
    Read More
  2. 임혁필 방송출연 “해병대, 가보지 않고는 모른다”

    지난 4일 강화도 해병대 부대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으로 사촌동생을 잃은 개그맨 임혁필이 방송에 나와 심경을 밝혔다. 13일 MBN의 < mbn늘 > 에 출연한 임혁필은 해병대의 구타와 왕따문제를 부각시킨 기사가 ...
    Date2011.07.13 By운영자 Views20173
    Read More
  3. 정진립 해병준장 제주방어사령관에..

    정진립 준장이 오는 25일 제23대 해군제주방어사령관에 취임한다. 신임 정 사령관은 1984년 해사 38기로 임관해 해병대 1사단 제1포병연대장, 국방부 국방교육정책관실 교육훈련정책과장, 해병대 2사단 부사단장, 해...
    Date2011.04.27 By운영자 Views20152
    Read More
  4. `기수열외` 후폭풍, 36년 전통 깨진 해병대

    해병대가 매월 2개 기수의 신병을 선발하던 36년의 전통을 깨뜨렸다. 해병대사령부는 16일 "매월 2개 기수를 선발하던 신병 양성제도를 매월 1개 기수만 선발하는 것으로 변경했다"면서 "오 늘 신병훈련소에 입소한 ...
    Date2012.01.16 By배나온슈퍼맨 Views20135
    Read More
  5. No Image

    해병대 ‘기수열외’된 상급자에 불손한 하급자 강등 처분

    해병대는 ‘기수열외’와 관련, 하급자가 상급자에 대해 불손한 행위를 하는 것은 폭행이나 가혹행위를 한 것보다 오히려 더 심각한 군 기강 문란행위가 될 수 있는 만큼 강등 처분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병대 ...
    Date2011.07.17 By운영자 Views20083
    Read More
  6. 총기난사자 감싸고 해병대 죽이는 언론

    6일 오후 5시 30분~10시 30분 무렵 조선닷컴 편집 김대중-노무현 좌익정권 때부터 우리나라에는 폭도가 국가유공자로 둔갑되더니, 이제는 해병대에서 동료 군인들을 총기로 난사한 살인자가 해병대 문화의 희생양으로...
    Date2011.07.07 By운영자 Views20069
    Read More
  7. 총기 난사 불구 경쟁률 2.83대 1 ‘빨간 명찰’ 의미… 대한민국 해병은 무엇으로 사는가

    그들은 남들과 다르게 보이길 원한다. 머리 모양부터 다르다. 양옆을 모두 밀고 가운데만 조금 남기고는 자랑스러워한다. 이 스타일엔 이름도 있다. 상륙돌격형 머리. 여기에 팔각모를 쓰고, 군복엔 빨간 명찰 달고, ...
    Date2011.07.17 By운영자 Views19988
    Read More
  8. No Image

    공보실장님 !!

    역시 해병대 답습니다 ㅡ 화이팅 ~!! 혼자가 되드라도 약한모습 보이지 마세요 ?
    Date2011.08.08 By나가자253 Views19986
    Read More
  9. No Image

    GS25, 해군·해병대 'PX 운영사업권자' 선정

    【서울=뉴시스】박상권 기자 = 편의점 GS25는 지난 4일 해군·해병대 PX(군 매점) 운영사업권자로 선정됐다고 10일 밝혔다. 이로써 GS25는 7월부터 해군 PX 242개 점포를 GS25 편의점으로 5년동안 운영하게 된다. GS25...
    Date2010.05.12 By운영자 Views19962
    Read More
  10. 귀신잡는 해병대 병력 최대 2000명 증강

    군 당국이 서북도서 전력 보강을 위해 해병대 병력을 최소 1200명 이상 증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군은 최대 2000명까지도 늘릴 수 있다는 방침이어서 군의 정원 조정 문제가 수면 위로 급부상할 ...
    Date2011.02.08 By운영자 Views19937
    Read More
  11. No Image

    <'해병대 총기사건' 책임 어느선까지 묻나>

    연대장ㆍ대대장 해임..사령관 등 문책인사 여부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지난 4일 해병대에서 발생한 총기사건에 대한 지휘책임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주목된다. 이번 사건이 허술한 총기관리와 가혹행...
    Date2011.07.10 By슈퍼맨 Views19923
    Read More
  12. No Image

    해병대 장성이 서북해역사령관 맡는다

    해병대 최대 2000명 증강 상륙저지 방어개념서 공세적 대응으로 전환 군 당국이 백령도 등 서북 도서 전력 보강 및 북 특수부대 대응책의 하나로 해병대 병력을 1200~2000여명 증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Date2011.02.09 By운영자 Views19912
    Read More
  13. No Image

    이명박 대통령, 해병대 창설 62주년 축사

    해병대 창설 62주년을 온 국민과 더불어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호국충성 해병대 건설’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사령관 유낙준 중장을 비롯한 전 장병과 전우회 여러분의 노고를 치하합니다. 해병대는 창설 이후...
    Date2011.04.15 By운영자 Views19887
    Read More
  14. 연평도 전사자 영결식…유가족 오열 속에 '해병대장'으로 엄수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전사한 故서정우 하사와 故문광욱 일병의 영결식이 유가족이 오열하는 가운데 해병대장으로 엄수됐다. 27일 오전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 실내체육관에서 열...
    Date2010.11.27 By운영자 Views19878
    Read More
  15. 해병대군악연주회 관람신청폭주로 서버다운까지....

    서울수복 61주년과 해병대군악대 창설 60주년을 기념하는 제22회 해병대군악대 정기연주회 관람신청접수가 마감됐습니다. 선착순 접수 500명만 관람을 할 수 있는 연주회라 접수 당일 접수자 폭주로 인해 신청게시판 ...
    Date2011.09.24 By배나온슈퍼맨 Views1986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55 Next
/ 55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