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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례신문 정혁준기자> 군인·바리스타·주식시황 캐스터·삼성맨
여성·비정규직 차별…하나은행으로 이직
“군 얘기·서비스정신 등 이전 경험이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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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직 바리스타 박준학, 해병대 여군 장교 출신의 김상희, 전직 시황 캐스터 이정미, 삼성코닝 생산직 직원이었던 김성일(왼쪽부터)씨가 4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에서 새해의 각오를 다지는 뜻으로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여기 특이한 경력의 은행원들이 있다. 인생 2모작에 성공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해병대 여군 장교, 스타벅스 바리스타, 케이블 텔레비전 주식시황 캐스터, 삼성코닝 생산직 직원 등 화려한 전직을 자랑한다.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이들은 각기 다른 곳에서 일하다 하나은행에서 뭉쳤다. 김상희(33) 망원역지점 대리, 박준학(30) 가좌공단지점 대리, 김성일(44) 본부 여신관리부 과장, 이정미(28) 분당시범단지지점 행원. 이들이 4일 오전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에 모였다.

이들의 이직 사유는 우리 사회에서 일자리에 얽혀있는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동시에 갖가지 걸림돌을 극복하고, 전직의 경험을 살려 현직의 업무에 성공적으로 이어가고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 왜 첫 직장을 떠났나? 유리천장. 일 잘하고 똑똑해도 사회에서 여성이 높은 지위에 오르는 걸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일컫는 말이다. 해병대 여군 학사 장교였던 김상희 대리가 은행으로 이직한 이유였다.

해병대 간부후보생 89기인 김 대리는 군인이 되고 싶어 대학 2학년 때부터 방학 때마다 해병대 캠프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가했다. 포항 해병교육훈련단에 새겨진 ‘누구나 해병이 될 수 있다면 나는 결코 해병대를 택하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글귀를 보며 그는 해병대에 입대한 걸 결코 후회하지 않으리라고 여겼다. 지옥훈련으로 인간의 한계를 넘나들며 빨간 명찰을 달면서 2003년 소위로 임관했다. 거친 해병대원들을 지휘하며 5년을 보냈다. 그는 소령이 되고 장군도 되고 싶었지만 해병대에서 여군 소령이 되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결국 군복을 벗었다.

비정규직. 박준학 대리의 전직에 붙어있던 꼬리표다. 박 대리의 아버지는 장교 출신이었다. 엄격한 아버지 아래 자란 탓인지 내성적이었다. 2006년 스타벅스에 입사해 아르바이트로 일하다 계약직으로 1년 일하게 됐다. 커피숍에선 다양한 손님을 맞이해야 했다. “뉴욕에서 마시던 맛과 다르다.” “청담동에서 마시는 것 보다 쓰다.” “커피 한 잔에 5800원이나 받나?” 바리스타라는 멋진 이름을 얻었지만, 삶은 그렇지만도 않았다. 시급 3500원은 스타벅스 커피 한잔값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 역시 스타벅스 직원 유니폼을 벗었다.

이정미 행원의 꿈은 아나운서였다. 졸업을 앞둔 2007년 언론사 시험 준비반 선배와 함께 한 경제전문 케이블 티브이(TV)에 시황캐스터로 일하게 됐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황을 매시간 짧게 보도하는 일이었다. 그 또한 비정규직 일자리였다. 앞날은 불안했다. 안정적인 미래를 갖고 싶었다. 어느 날 함께 일하던 선배가 안정적인 직장을 찾겠다며 하나은행에 지원하러 가는데 같이 가자고 했다. 이정미 행원은 그 선배를 따라 하나은행 입사시험을 쳤다. 같이 간 선배는 떨어지고, 그는 붙었다.

불확실성. 김성일 과장은 학교를 졸업하고 1992년 삼성코닝에서 일하다 3년 뒤 회사를 그만뒀다. 주위 사람들은 삼성이라는 좋은 회사를 왜 그만두느냐며 말렸지만 그는 불안했다. 컨베이어벨트에서 끝없이 나오는 브라운관을 만드는 작업은 그를 지치게 만들었고, 앞으로 10년, 20년이 지나서 해야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 점이 선이 되듯 이어지는 삶 ‘나는 해병대다.’ 김상희 대리는 은행원 생활을 하며 힘들 때마다 마음속으로 이 말을 새긴다. 해병대 출신이어서 남자 고객들과도 자연스레 군대 얘기를 하며 고객과의 유대감을 넓히곤 한다. 해병대 장교를 상징하는 빨간 반지를 끼고 온 고객과 만날 때면 언제나 즐겁다. “해병대 선후배님들, 하나은행 망원역지점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물밀듯이 오셔서 은행계좌 터 주세요.”
박준학 대리는 바리스타와 은행원은 많이 닮았다고 말한다. 비싼 커피를 마시는 고객들이 높은 서비스를 기대하는 것처럼, 은행 고객들도 자신의 돈을 맡기면서 많은 서비스를 요구한다. 카페라떼처럼 향기로운 은행을 만들고 싶다는 박 대리는 “바리스타의 경험이 있었기에 고객의 눈높이를 잘 맞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게 됐죠.” 이정미 대리도 마찬가지다. 돈을 만지는 은행원들은 사회변화에 선도적으로 적응할 필요가 있는데, 시황 캐스터를 하면서 좋은 경험을 얻게 됐다는 것이다. 김성일 과장은 삼성코닝에서 배운 시스템적인 사고 방식이 은행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http://www.hani.co.kr/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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