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광주 상무대에서 만났던 해병대소위들에게 - 이준재

by 운영자 posted May 2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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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광주 상무대에서 만났던 해병대소위들에게 - 해병대CD中에서

 

어이 해병대 친구들! 나를 기억하겠나? 

나는 18년 전인 1983년 당시 상무대 전투병과학교에서 자네들 ROTC출신 해병대 신임소위들을 위탁교육을 하던 육군교관 이준재다! 정말 반갑다! 정말 오랫만에 자네들에게 연락을 하게 되는구만. 자네들과 헤어진지 벌써 18년이 흘렀네. 이제 자네들과 나도 이젠 서로 같이 늙어가는건가? 

하하..! 한 번 보고들 싶다.

 

자네들! 

옛날 신임소위 초군반시절 육군소위들과 내게 훈련을 받을 때 기억들이 나나?너희 해병대출신 소위들이 우리 교관들을 좀(?) 많이 괴롭혔던 것도..? 후후... 세월이 많이 지나고 나니 정말 재미있고 우습다.당시 구대장까지 팼던 고모 소위를 비롯해서... 육군훈련이 시시하다며 객기를 부리며 야간 훈련에 불참하던 일, 그리고 내무반에서 술마시다가 육군소위들과 트러블이 발생하여 결국은 상무대 전체를 마당으로 집단 패싸움으로 번졌고 불과 30여명 밖에 안되던 너희들에게 수백명이 밀려서 도망가던 기억들... 그래서 너희들 해병대동기 전원을 퇴교조치의 엄명이 내려졌던 일...사태가 번지자 당시 상무대로 파견되었던 해군헌병대의 해병소령이 직접 나서서 칼같은 불호령 한마디가 순간에 사건을 잠재웠지만... 

 

정말 그 때는 사건 사고가 많았었지? 하여간 말이지. 너희 해병대는 몇명이 안되는데도 모두가 하나로 똘똘 뭉치고 특이했어.그 때가 1983년 3월이었지? 너희 해병대 소위들 가운데 한명이 우리 구대장 한명을 식당에서 두들겨 패는 어처구니 없는 하극상사건 때문에 괜한 우리 교관들까지 완전군장하여 연병장을 밤새도록 뛰었던 일... 

 

그리고  그에 대한 보답(?)으로 당신 동기생들 가운데 육군소위들만이 대신하여 밤새도록 뺑뺑이 돌고 얼차려를 당했던 일들.그 때 그 사건의 주범(?)이었던 고소위는 다음날 목포에 있는 해역사 해군헌병대로 넘겨졌다는데...그러나 정상적으로 제대를 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지금 모 은행에서 부지점장으로 근무한다는 소식도 언젠가 만났던 당신들 동기생으로부터 들었어... 하지만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 때 그 일들이 잊혀지지가 않아. 내가 직접 지휘하던 구대에 있던 2명의 소위들도 정말 나를 피곤하게 했었지..인상이 험악하고 술을 잘 마셨던 현소위는 워낙 성격이 터프한 운동선수(유도)라서 상대하기가 싫었고...또 한명의 곱상하던 김소위는 내 기억으로는 술은 전혀 안마셨고 몸집이 작은 데도 화려한 태권도 발차기 솜씨가 환상적이어서 출중하여 우리 교관들까지 기를 완전히 꺾어버렸던 기억들...하지만 그 당시 너흰 터프하고 애물단지인 것은 분명했지만 그래도 하나같이 정말 사나이 다웠던 것 같아. 정말 우리 교관들 애는 많이 먹였었지만 그래도 정말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더군. 그래서 솔직히 너희들 해병대가 부러운 적도 있었어.자네들이 16주 위탁교육을 마치고 해병대로 돌아가는 날...그 곳 상무대를 떠나면서. 나를 찾아와 악수하면서 마지막으로 눈물을 지었었지..? 

 

그래서 나도 따라서 눈물을 흘렸어...그 때 자네들이 보였던 눈물의 의미가 무엇인지 짐작은 할 수 있었지만 나중에 만나거든 그 이유를 한번 얘기 해줄 수들 있겠나. 

 

16주 동안 사건 사고를 워낙 많이 저지르며 나를 힘들게 만들었던 해병대소위들이 나에게 마지막 날 눈물을 보이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야.

 

나 이준재, 

이 곳 홈페이지에 방문하여 당시 우리 구대원들에게 흔적을 남긴다. 나는 얼마 전까지 현역에 남아서 155마일 최전방에서 조국을 지키다가 이젠 사회인으로 돌아왔다. 반갑다, 

그리운 친구같은 후배들이여...!

이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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