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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 일어난 해병대이야기 

글 : 이민권 아시아나항공 객실장

 

 

이글을 읽으면 휴가나오며 바지 구부려질까 걱정했던 그때 기억들이 생생할겁니다.

 

기사중에서 전재신병 교육을 마치고 첫 휴가를 나온 해병대 용사 3명이 보무도 당당하게 기내에 올라왔다.

이륙을 눈앞에 두고 객실 전체의 최종적인 안전 점검을 위해 한바퀴 돌아보고 있을때, 멀리 이들 해병대 용사 3명이 자리에서 일어선 채 여승무원과 무어라고 입씨름을 하는듯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부리나케 그쪽으로 가본 즉, 다름아니라 해병대 용사들이 좌석에 앉기를 거부하는 것이었습니다.

바지에 주름이 지기 때문에 앉을 수가 없습니다.예,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안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좌석에 앉아 벨트를 매셔야만 합니다.

주름이 구겨지면 해병대의 멋이 구겨지고, 그것은 곧 해병대의 자존심이 구겨지는 것과 같습니다.

저희들은 서서 가겠습니다. 저희들은 서서 가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비행기는 이륙할 때와 착륙할 때가 가장 위험합니다.

그때만이라도 제발 좌석에 앉아 벨트를 매주시기 바랍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저희 몸은 저희가 지킬테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죄송합니다.

벨트를 매는 건 승객인 이상 예외없이 지켜야 할 규정입니다. 앉아 주십시오. 거듭 부탁드립니다.

서서 가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들의 서릿발같은 군기에 일견 존경심마저 들었으나, 승무원 입장에서는 정녕 막막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만 되풀이 하며 양손으로 얖좌석을 꽉 잡고 서서 꼼짝도 않는 이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그런데 그날따라 한명 더 비행기에 타고 있던 남승무원이 바로 해병대 출신이었다.

입사한지 몇개월밖에 안된 이 친구가 소식을 듣고 뒤에서 달려왔다.

그리고는 이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해병대 몇 기(期)십니까?7XX기 입니다.

그래?

 

나 해병대 6XX기다. 모두 자리에 앉아!

그러자 놀라운(?)광경이 펼쳐졌다.

그토록 뻣뻣하던 해병대 용사 3명이 일제히 그러십니까? 하더니, 그중 한 사람의 구령에 맞춰 필 승! 우렁차게 거수경례를 붙인 뒤 군말없이 자리에 앉았던 것이다.이를 지켜보던 승객들은 모두 웃으며 박수를 보냈다.

나도 승객이었다면 틀림없이 박수를 보냈을 것이다. 그만큼 멋드러진 광경이었다. 실로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말의 진가가 뼈저리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해병대 출신의 후배 승무원은 그 비행중 내내 어깨를 연신 으쓱대며 객실을 왔다갔다 했다. 그 등 뒤로는 나의 부러운 눈길도 쉴새없이 쫓아다녔다.

 

서부캐나다 해병전우회 회보 '도솔산' 1995년 9월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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