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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은 고대부터 서양과 동양을 연결하는 중요한 곳이었다. 실크로드의 핵심기지와 루트 중 하나였다. 바닷길이 열린 후에는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요충지로 변했다. 1830년대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아프가니스탄은 모하메드가 왕 노릇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많은 지방은 호족들이 모하메드의 지배를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했다. 영국은 러시아의 남쪽으로의 진출을 경계하고 있었다. 페르시아와 동맹을 맺고 있는 러시아가 아프가니스탄과도 동맹을 맺는다면 큰일이었다. 그렇게 되면 영국은 서쪽 육로를 통한 러시아의 인도 침공에 그대로 노출되는 셈이었다.

20519.jpg
아프가니스탄의 겨울 전경.
20520.jpg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명령한 빅토리아 여왕.
아프가니스탄 지도.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은 아프가니스탄의 통치자 모하메드를 축출하고 허수아비 왕으로 샤 수자를 세우기로 했다. 25년 전에 축출된 수자 국왕이 영국의 힘을 빌려 왕좌에 복귀한다면, 그는 영국에 충성하게 될 것이었다.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는 병력으로는 샤 수자의 병사 6000명과 5600명으로 구성된 봄베이 부대, 9600명의 벵갈군으로 구성됐다. 인도인 하인 3만6000명, 3만 마리의 낙타, 16창기병부대의 폭스하운드가 부대들과 동행했다.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영국의 침공은 성공적이었다. 저항조차 받지 않고 1839년 8월 카불에 입성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때 러시아군이 아프가니스탄으로 진격해 왔다. 10만 명에 이르는 러시아 황제 군대는 오렌부르크를 출발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침공은 실패로 돌아갔다. 페트로브스키 장군이 이끄는 러시아군을 강력한 겨울 폭풍이 강타했다. 5000명이 넘는 병사와 거의 모든 말과 낙타가 죽어버렸다. 러시아군은 총 한 번 쏘지 못하고 퇴각하고 말았다. 이제 아프가니스탄은 영국의 손아귀에 완전하게 장악됐다.

 영국군은 카불을 점령한 후 왕으로 샤 수자를 세웠다. 그는 탐욕에 가득 차 있었다. 세리들을 지방으로 보내 무자비하게 세금을 거둬들였다. 세리를 지켜주기 위해 따라다니는 영국군들은 분노의 대상이 됐다. 남쪽 지역에서도 영국 군대가 식량을 약탈하고, 토지를 빼앗아 족장들의 분노를 사고 있었다. 많은 부족이 왕과 영국군에 대항하기 시작했다. 영국군은 날로 악화되는 저항사태에 병력을 파견했다. 아프간 부족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출동한 영국군은 적의 포격보다 일사병으로 더 많이 죽어 갔다.

 사태를 더 악화시킨 것은 영국 정부의 판단 착오에서 나왔다. 이들은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가는 돈을 줄이라고 독촉했다. 영국군은 비용을 줄이는 방법으로 그때까지 아프가니스탄과 인도의 통로에 자리 잡은 길자이족에게 주는 통행료를 절반으로 줄였다. 이것은 큰 실수였다. 길자이족은 수 세기 동안 인도로 가는 통로를 제공하는 대가로 돈을 받아 살아왔다. 그들은 영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할 때 우호적이었다. 그러나 이젠 사정이 달라졌다. 자기들의 호의를 배신으로 갚은 영국군을 그들은 용서할 수 없었다. 길자이 부족이 인근 부족과 힘을 합쳐 반란에 나서자 당장 인도에서 아프가니스탄으로 들어오는 통로가 막히고 보급부대는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 1841년 11월 2일 새벽 아프간 반군들이 카불의 영국인 거주지를 포위하고 공격했다. 5시간 만에 거주지를 쓸어버렸다. 이때부터 영국군은 아프간 반군에게 포위돼 전투를 치르게 됐다. 11월 23일 벌어진 전투에서 영국군은 대참사를 기록했다. 아프간 족장들은 멕네이턴 장군에게 무조건 항복을 통고했다.

 “포위된 상태에서 3주 정도 진지를 지켜온 이 시점에서 식량과 사료의 부족, 기아와 추위로 인한 병사 수의 감소, 교통 차단, 불투명한 구원 전망, 그리고 다가오는 혹한의 날씨에 더 이상 저항할 수가 없다. 벌써 병사들은 추위와 동상으로 쓰러져 가고 있다.” 당시 영국군 장군이었던 엘핀스톤의 기록이다.

 항복 결정이 내려지고 1842년 1월 6일 퇴각이 시작됐다. 4500명의 전투 병력, 1만2000명의 인도인 시종이 전부였다. 영국군은 19세기의 가장 잔인한 겨울바람을 맞으며 인도로 퇴각하고 있었다. 아프간인들은 떠나는 영국군에게 음식물과 물품 공급을 약속했으나 지키지 않았다. 힘으로 철군을 강요하지 않았다면 언제까지고 자기들을 약탈했을 영국인들에 대한 증오심 때문이었다. “기아, 피로, 살을 에는 추위가 모든 사지를 고문했다. 모든 장병은 추위로 마비됐고, 소총을 잡거나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군인가족이었던 세일 부인의 기록이다. 병사들은 혹독한 추위와 눈보라 속에서 급격히 쓰러져 가기 시작했다. 후퇴하던 영국군은 도처에서 아프간 병사들에게 공격을 당한다. 영국은 항복을 거부하고 최후의 1인까지 항전을 거듭하며 후퇴했다.

 1842년 1월 13일 잘랄라바드 요새를 향해 말 한 마리가 힘겹게 다가오고 있었다. 말 위에는 반쯤 죽어가는 윌리엄 브라이든이 타고 있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고 생환한 유일한 영국 병사로 역사에 기록됐다. 후퇴를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1만6500명이 기아와 추위로 죽어 간 전쟁사에서 보기 힘든 비극이었다.

[TIP]아프가니스탄은 차라리 희망이다-그곳엔 고통을 견뎌내며 일어서고자 하는 용기가 있다

“아침을 열쇠로 바꿔서 우물에 던져요/천천히 가요, 내 사랑하는 달님, 천천히 가요/아침 해에게 동쪽에서 뜨는 걸 잊게 해줘요/천천히 가요, 내 사랑하는 달님, 천천히 가요.”

 ‘연을 쫓는 아이’라는 아프가니스탄 소설에 나오는 노래다. 아침이 오는 열쇠를 우물에 던져 영원한 밤을 꿈꾸는 모습, 해가 동에서 떠오르는 걸 잊게 하자는 표현이 전쟁에 지친 사람들의 노래 같지 않고 참 아름답다. 아마 그들이 꿈꾸는 평화에 대한 깊은 갈망이 노래로 불리는 것은 아닐까?

 기원전 4세기부터 알렉산더군, 몽골군, 소련군, 영국군이 침공해 왔다. 21세기에는 미국 등 국제안보지원군이 대테러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가난과 억압, 공포와 슬픔으로 대변되는 단어가 아프가니스탄이다. 그러나 그곳에도 사람이 있고, 삶이 있고 아픔과 고통을 견뎌내면서 끝끝내 일어서고자 하는 용기가 있다.

가끔 `저렇게 찢어지고 핍박당하고 땅에서 쫓겨나는 아프가니스탄에 과연 희망이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그러나 ‘연을 쫓는 아이’의 노래처럼 그들이 꿈꾸는 평화는 반드시 찾아오리라 믿는다. 역사는 굴종당하기를 거부하는 용기 있는 자의 것이기 때문이다.

<국방일보 반기성 연세대 지구환경연구소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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