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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바다를 통한 스웨덴 침공로.
나폴레옹.
스웨덴의 구스타브 4세 초상화.

 
 무척 추운 겨울이었던 1808년에서 1809년 겨울, 러시아군은 얼음으로 꽁꽁 얼어버린 보스니아 만을 핀란드에서부터 스웨덴까지 가로질러 공격해 갔다.

스웨덴이 나폴레옹에게 대항해 영국의 편을 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때 부대 지휘관이었던 폰 베르크(von Berg) 소장은 얼어붙은 바다를 가로질러 진격하는 동안 기온 측정을 포함한 기상관측을 시도했고, 그 기록을 남겼다. 이때 전투에 활용하기 위한 기온 측정은 야전부대에서 역사상 최초로 시도한 일이었다.

 나폴레옹이 유럽을 석권하면서 영국을 견제하던 때인 1807년 7월 7일 틸지트에서 체결된 동맹에서 나폴레옹과 러시아의 알렉산더 1세는 스웨덴이 영국 편에 서는 것을 막는 데 필요하다면, 스웨덴을 공격하자는 비밀동맹을 체결했다. 프랑스와 러시아의 경고에도 스웨덴의 구스타브 4세는 영국의 편을 들지 말라는 요구를 거절했다. 이에 1808년 2월 러시아는 스웨덴이 점령하고 있던 핀란드를 침공한다. 스웨덴에 일격을 가하기는 했으나 스웨덴의 주력군은 보스니아 만 바다 건너편인 스웨덴 본토에 있었다. 따라서 확실하게 영국 동맹군을 와해시킬 필요가 있었던 나폴레옹은 러시아 황제에게 바다를 건너 스웨덴을 공격하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해군력은 바다를 건너 스웨덴을 공격할 전력이 되지 않았다. 따라서 스웨덴을 공격한다면 바다가 얼어 얼음 위로 병력을 이동해 공격하는 방법이 최상이었다.

 1808년 11월의 끝 무렵, 러시아의 폰 크노링 장군은 황제로부터 보스니아 만을 건너 스웨덴을 공격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스웨덴을 공격하는 부대는 3부대로 편성됐다. 가장 북쪽을 담당한 부대는 핀란드의 최북단인 토르니오를 통과해 스웨덴의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와 공격하고, 가장 남쪽을 담당한 부대는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발틱 해 위로 알랑 섬을 경유해 횡단해 공격한다. 마지막으로 중앙 부대는 얼음으로 덮일 것으로 예상되는 보스니아 만의 ‘허리’라 할 수 있는 크바르켄(Kvarken)을 횡단해 스웨덴을 공격할 계획이었다. 이때 온도계로 기온을 측정하면서 공격했던 부대가 바로 중앙부대다.

 아무리 가까운 곳이라고 해도 핀란드 해안에서 스웨덴 해안까지 100㎞가 넘었다. 설령 얼음이 완벽하게 얼어 병력과 대포·물자가 건넌다 해도 그 이후에 얼음이 곧 깨지고 함정에 빠져 스웨덴 군대에 전멸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지휘관들과 부대가 스웨덴 육지에 닿을 동안 바다를 덮은 얼음이 길을 열어 줄 것이라는 설득을 통해 두려워하는 전장의 지휘관들의 불안감을 가라앉히기 위해 기상관측을 전쟁에서 최초로 실시했다.

 1808년과 1809년의 겨울은 무척 추웠다. 기상관측 기록에 따르면 히틀러가 러시아를 침공했던 1941년과 1942년의 혹독한 겨울과 비견될 정도로 기온이 많이 내려갔다. 특히 유럽의 북서부 지역에서 기온이 더 많이 내려가는 특성을 보였던 해다.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는 1756년부터, 러시아의 레닌그라드는 1743년부터 기상관측을 시작했는데, 이 기록에 의하면 바로 1808년과 1809년이 기상관측 사상 가장 추웠던 해다. 이 당시는 기후적으로 소빙하기였기도 했지만 국지적으로 강한 북극 한기가 내려오면서 기록적인 한파가 유럽을 강타했다.

 역사상 가장 추웠던 1809년 1월 보스니아만의 크바르켄 해협은 완벽하게 얼어붙었다. 그러나 러시아 장군들은 여전히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2월이 되면서 러시아 황제는 바다를 건너 공격할 것을 명령하면서 무자비하기로 소문났던 국방장관 아라크체프 백작을 전쟁터로 보냈다. 머뭇거리던 러시아 장군들은 할 수 없이 바다를 건너 공격할 준비를 마친 후 3월 19일 바다를 건너 스웨덴을 공격했다. 이 당시 기상을 관측하고 자료를 기록했던 폰 베르크 장군은 원래 핀란드에 주둔한 러시아 침공군의 병참부대장이었으나, 바다(크바르켄)를 횡단할 때에는 3700명의 병력과 6개의 대포로 무장한 부대를 지휘했다. 그는 모든 날에 대해 날씨와 함께 예기치 않았던 일들, 그리고 정확한 기온을 기록했다. 러시아가 얼어붙은 보스니아 만을 건너 스웨덴을 공격한 날은 3월 19~21일이었고, 무기력한 스웨덴군에 일대 타격을 가하고 다시 바다를 건너 돌아온 것은 3월 27부터 29일이었다.

스웨덴이 받은 정신적 충격은 엄청 컸다. 러시아는 얼음바다를 건너는 모험을 감행함으로써 전략적인 승리를 획득한 것이다.

 핀란드를 빼앗기고 본토마저 공격당한 스웨덴은 1809년 구스타브 4세를 강제 퇴위시켰다. 그리고 나폴레옹 휘하의 프랑스 육군 원수 장 바티스트 베르나도트가 스웨덴의 계승자로 임명돼 카를 요한이라는 칭호로 왕위에 오르게 된다.

[TIP]  추위에 바닷물도 언다-극지방 해수 평균 영하 1도… 당시 100년만의 폭설로 꽁꽁
세계에서 바닷물 온도가 가장 높은 지역은 아라비아 해다. 평균수온은 영상 32도이며, 얕은 곳은 36도까지 올라간다. 그러나 극지방의 평균해수온도는 평균 영하 1도이다. 아무리 추워도 영하 2도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는다. 바닷물은 영하 1.91도면 얼어버리기 때문이다. 바닷물은 염분이 함유되어 물보다 빙점이 낮고, 파도가 일어 잘 얼지 않는다.

그러나 혹한이 닥치면 얼 수밖에 없다. 이 당시 유럽 대륙은 12월에 접어들면서 강한 한파가 휩쓸고 있었다. 12월 15일이 채 되지 않았을 때 이미 유럽 대륙의 큰 강들은 얼어붙었다. 또한, 12월에 ‘100년간 12월에는 눈이 오지 않았다’는 스페인의 플로렌스 지방 등 여러 지역에서 폭설이 내렸다. 12월 말께에는 이탈리아의 나폴리 온도가 -9℃까지 떨어졌고 단치히(Danzig)에서는 12월에 -23℃까지 떨어졌다. 리투아니아(Lithuania)에서는 1월 1일 수은주가 -28℃까지 내려갔고 레닌그라드에서는 -33℃를 기록했다. 이런 강추위로 북쪽 바다인 크바르켄 해협이 꽁꽁 얼어붙어 버린 것이다.

 

출처 : 국방일보 전쟁과 기상중에서 <반기성 연세대 지구환경연구소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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