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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매거진 esc] 카메라 히스토리아

헌책방 책꽂이 구석에 숨어 있던 데이비드 더글러스 덩컨의 사진집 <포토 노마드>(2003년 미국·영국·프랑스·일본에서 동시 발간됐다)를 발견한 순간 가슴이 벌렁거렸다. 사진집 가격은 단돈 1만5000원. 비싼 사진집은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헌책방 순례를 한다. 자주 찾는 곳은 신촌에 자리잡고 있는 ‘숨어 있는 책방’, ‘공씨책방’, ‘온고당’ 등이다. 데이비드 앨런 하비의 <쿠바> 같은 책을 발견했을 때의 기분은 산삼밭에 굴러떨어진 심마니의 심정이다.

<포토 노마드> 이야기를 하다 옆으로 샜다. 덩컨은 한국전쟁 당시 종군사진가였다. 2차 세계대전 중에도 미국 해병1276086946_7000483082_20100610.jpg대 소속 종군사진가로 활동하면서 피지와 오키나와 상륙작전을 사진에 담았다. 덩컨이 한국에 발을 디딘 것은 한국전쟁이 터진 3일째 되던 날. 중부전선에서 밀려 낙동강에서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압록강까지 전진하는 6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덩컨은 최전방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 사진들은 <라이프>에 주요 기사로 다뤄졌다.

<포토 노마드>의 앞쪽 페이지에는 그의 부모님 얼굴 사진과 함께 한 대의 카메라가 눈에 띈다. 이것은 그와 전장을 함께 누빈 분신 같은 카메라 ‘라이카 에프(F)’였다. ‘라이카 에프’는 가죽 끈 대신 초라한 흰 끈이 묶여 있다. 외모는 초라하지만 튼튼함은 견줄 데가 없다. 8월 장맛비가 쏟아지는 낙동강 공방전에서도, 영하 30~40도까지 내려가 총마저 얼어붙게 만들었던 장진호 전투에서도 고장 나지 않았다. 어떤 최신형 디에스엘아르 카메라라도 덩컨이 경험했던 참혹한 전투 현장에선 하루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덩컨이 사용했던 ‘라이카 에프’는 라이카 Ⅲ 시리즈 가운데 가장 고참 격이다.(라이카 Ⅲ로 불리기도 한다) 1933년 출시되어 1939년까지 생산됐다. 그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라이프>에 입사해서 일본에 머물고 있었다. 그는 한국전쟁이 터지자 가장 손에 익은 카메라, ‘라이카 에프’를 들고 한국전쟁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라이카 에프’는 한국전쟁이 터지던 해인 1950년에 나왔던 라이카 Ⅲf와는 차이가 있다. ‘라이카 에프’는 레인지 파인더 카메라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수많은 종군사진가들이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베트남전에서 라이카 Ⅲ 시리즈를 사용했다. 이전에 나왔던 다른 카메라들보다 가볍고 튼튼하며 렌즈까지 교환할 수 있었던 라이카 Ⅲ 시리즈는 목숨을 담보로 사진을 찍는 종군사진가들에겐 안성맞춤이었다. 라이카 Ⅲ의 성공은 니콘, 캐논, 콘탁스 등 다른 회사들이 성능 좋은 레인지 파인더 카메라와 렌즈를 개발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 <포토 노마드>의 서문에는 그가 고른 7장의 사진이 실려 있다. 그 가운데는 1950년 12월9일 한국전쟁 당시 장진호 전투에서 살아남은 젊은 해병대원의 얼굴도 있다. 추위에 떨며 허공에 시선을 둔 그의 표정에서는 전쟁에서 살아남았다는 기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사진 옆에 덩컨이 그와 나눈 대화가 실려 있다. 덩컨이 다가올 크리스마스에 무엇을 원하는지 물었다. 해병대원의 대답은 짧았다. “단지 ‘내일’이 오기만 바랄 뿐이에요.”

글 조경국 월간 <포토넷> 기자·사진출처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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