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감상]松都(송도)
黃眞伊(황진이, 조선)
雪中前朝色(설중전조색)
흩날리는 눈 속에 고려의 한이 서리고
寒鐘故國聲(한종고국성)
차가운 종소리는 옛 나라 때 그대로네
南樓愁獨立(남루수독립)
남쪽 망루에 수심 겨워 홀로 섰노라니
殘廓暮烟香(잔곽모연향)
허물어진 성터에는 저녁연기 모락모락
망국의 한이 서린 고려의 도읍지요, 분단의 비극인 휴전선 바로 위에서 통일의 염원으로 이어온 고도(古都)인 개성의 옛 이름은 개경이며 조선시대에는 송도라 불리었다. 고려가 망한 뒤 백년의 세월이 지난 후 송도에서 황진이가 태어났다. 살아서는 만인의 연인으로, 죽어서도 만고에 매력여인으로 전해오는 그녀는 이미 생전에 송도삼절로 이름을 날렸다. 차가운 겨울 해질녘에 흩날리는 눈발에 실려 누각에 홀로 오른 기생 명월이는 이미 망해 없어진 나라를 생각하며 자신의 처지를 그 고려와 동일시한다. 그러나 인간 황진이는 저녁 짓는 연기 냄새를 맡으며 곧바로 마음을 추스린다. ‘그래 쓸쓸하고 서러워도 씩씩하게 살아야 한다.’ *前朝(전조) ; 앞의 왕조, 즉 고려 *故國(고국) ; 옛 나라, 즉 고려.
<한시연구가 이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