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메뉴보기 검색열기
조회 수 4549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山晝(산주) 산 속의 한낮
韓龍雲(한용운, 1879~1944)

群峰蝟集到窓中(군봉위집도창중)
창 너머엔 뭇 봉우리 번잡하고


風雪凄然去歲同(풍설처연거세동)
눈보라 처량하기 지난 세월 같구나


人景寥寥晝氣冷(인경요요주기냉)
사람 자취 없어 한낮에도 썰렁한데


梅花落處三生空(매화낙처삼생공)
매화 지니 저승 이승 전생이 다 헛것

설악산 백담사는 겨울이면 인적이 끊겨 한낮에도 조용하기가 밤중과 다를 게 없다. 선방(禪房)의 봉창을 열고 산을 쳐다보니 군봉(群峰)이 창가로 모여드는 듯하다. 소리 없이 내리는 눈이 참으로 속절없다. 만해 한용운이 참선 도중 잠시 감회에 젖는다. 열여덟 나이에 어지러운 세상을 피해 처음으로 백담사에 들어왔을 때를 회상한다. ‘그때도 오늘처럼 처량하게 눈만 내렸었지’ 어언 10여 년이 지났고, 그동안 깨달음을 얻었고 스님이 됐다. 떨어진 매화꽃 같이 덧없는 인생이요, 쌓였다가 녹는 눈처럼 속절없는 세월이다. 과거, 현재, 미래란 무엇인가? 전생과 이승, 저승은 또한 무엇인가? 헛되고 헛되도다. 인생이여. *蝟集(위집) ; 고슴도치 털처럼 많이 모임, 번잡함 *凄然(처연) ; 쓸쓸하고 가여운 모양 =凄凄 *寥寥(요요) ; 쓸쓸하고 고요함, 공허함.
<한시연구가 이은영>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이은영의 한시산책을 연재합니다. file 운영자 2011.02.20 53800
32 對酒(대주) - 백거이 이은영 2011.03.26 5828
31 山行(산행) - 두목 이은영 2011.03.26 6268
30 入宋船上(입송선상) 송나라 가는 배에서 - 최사제 운영자 2012.11.11 6480
29 農夫(농부) - 차좌일 운영자 2012.11.11 6564
28 憤怨(분원)분하고 원통하니 - 거인 운영자 2012.11.11 6591
27 杯山(배산) 술잔 같은 산 - 전겸익 운영자 2012.11.11 6633
26 擣衣詞(도의사), 다듬이질 - 김삼의당 운영자 2012.11.11 6693
25 칠석 - 김정희 배나온슈퍼맨 2012.11.12 6785
24 甘露寺(감로사) - 김부식 운영자 2012.11.11 6867
23 (도자)기와장이 - 매요신 배나온슈퍼맨 2012.11.12 6892
22 秋思(추사) 가을날 님 그리워 - 매창 운영자 2012.11.11 6966
21 樂道吟(낙도음)도 닦는 즐거움 - 이자현 배나온슈퍼맨 2012.11.12 7281
20 종족(대나무를 심었더니) - 박지화 배나온슈퍼맨 2012.11.12 44057
19 山響齋(산향재) - 강세황 배나온슈퍼맨 2012.11.13 44288
18 除夜有懷(제야유회) 제야의 회포 운영자 2013.01.03 44423
17 過古戰場(과고전장) 옛 전장을 지나며 - 서산대사 운영자 2013.01.03 44434
16 李倉曹宅夜飮(이창조댁야음) 술 마시며 - 왕창령 운영자 2013.01.03 44480
15 간화(꽃을 보며) - 이색 배나온슈퍼맨 2012.11.12 44495
14 笑又笑(소우소)웃고 또 웃고 - 유의손 배나온슈퍼맨 2012.11.13 44563
13 途中避雨有感도중피우유감길 - 가다 비를 피하며 배나온슈퍼맨 2012.11.13 44726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Next
/ 4
CLOSE

SEARCH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