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11 17:48
杯山(배산) 술잔 같은 산 - 전겸익
조회 수 6632
[한시감상]杯山(배산)술잔 같은 산
錢謙益(전겸익, 1582~1664)
山如一酒杯(산여일주배)
산의 모습이 술잔처럼 생겼다
湖水嘗灌注(호수상관주)
호수는 이미 찰랑찰랑 채워졌는데
我愛杯中物(아애배중물)
나는 잔속에 담긴 것을 좋아하노니
還乘此杯渡(환승차배도)
이 잔을 타고서 건너려하네
산은 술잔이고 또한 배가 된다. 호수는 그 술잔 속에 담긴 술이고 또한 그 잔을 띄우는 물이 된다. 잔속에 담긴 술이 어떻게 그 잔을 띄울 수 있을까? 삼차원의 세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우주가 꼭 삼차원의 세계일까? 지구는 둥글다. 앞만 보고 반듯이 가다보면 도로 그 자리에 다다른다. 현대물리학에 따르면 빛이 무한대로 뻗어가다 보면 도로 그 자리로 온단다. 앞만 쳐다보는데 내 뒤통수가 보이는 꼴이다. 어느 한 부분의 모양이 전체의 모양과 같으면서 그 모양이 무한히 반복하는 ‘프렉탈‘과도 같은 시다. 술을 통해 피안(彼岸)의 세계로 들어가면 ’프렉탈’같은 우주가 보인다. *嘗(상) ; 맛보다, 시험하다, 일찍, 이미 *灌注(관주) ; 물을 채움, 물이 흘러 들어감. <한시연구가 이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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