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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러닝 콘텐츠 매너저

 

이젠제법 쌀쌀해져 함박눈이 한바탕 쏟아질 기세의 하늘이다. 이럴 때면 나는 뽀송뽀송한 목도리를 작은 목에 칭칭 감고, 빨갛게 얼어버린 양쪽 귀에 이어폰을 끼고 조용하면서도 애틋한 음악을 들으며 총총 걸음으로 누군가를 애타게 찾아 헤매며 걸었던 기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4년 전 이맘 때인 것 같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포항 오천에서‘스타클럽’이라는 작은 사진관을 운영하던 시절이었다. 우리집은 해병대 정문 옆에 위치한 무지개타운이라는 빌라였는데 별 관심 없던 그 사실이 나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게 한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날도 역시 너무 추워 옷이란 옷은 겹겹이 껴입고 북실한 목도리를 칭칭 동여매고 빼꼼이 눈만 겨우 내밀고 사진관으로 출근을 하고 있었다. 온 세상을 동화처럼 만들어 버린 눈덕에 차들은 거북이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이좋게 빙판을 기어가고 있었고, 나 또한 미끄러지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종종 걸음을 하고 있을 때였다. 어김없이 내 단짝인 이어폰을 끼고 궁시렁 궁시렁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말이다. 그때였다. 내 귓가엔 겨울만 되면 MP3에 꼭 들어있던 영화‘러브레터’의 주제곡‘A Winter Story'란 곡이 흐르고 그 잔잔한 감동에 취해 걷고 있을 때 내 눈에 가득히 차던 그! 해병대 정문 앞을 지키고 있던 그가 음악 때문인지 새하얀 눈 때문인지 내 눈에 가득히 차버려 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180센티는 넘음직한 훤칠한 키에 정확히 볼 수조차 없었던 매섭도록 강한 인상의 눈빛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잘 알지도 잘 보이지도 않던 그에게서 어떻게 그런 감정이 생겼는지 의문이지만, 정말 나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리게 되었다. 그게 시초가 되어 난 해병대 정문 앞을 지날 때면 나도 모르게 조신한 걸음걸이가 되고 괜히 의식이 된 나머지 물건을 떨어뜨리거나, 발을 헛딛는 등 혼자 창피한 짓(?)은 온갖 다 하고 다녔다. 해병대 정문을 지날 때마다 당당히 쳐다보지도 못하고 곁눈질로 슬쩍 쳐다보며 얼굴만 겨우 아는 그를 찾게 되고, 그러다 가끔 마주칠 때면 혼자 다리가 쭈뼛쭈뼛, 어색한 발걸음이 어쩌질 못하고 빠르게 걷곤 하였다. 이 정도까지의 내용이라면 그 뒤가 분명히 있어야 더 영화 같고 더 드라마틱한 소설이 되겠지만 아쉽게도 여기까지가 현실이었다. 휴~~~
숫기 많은 나는 해병대의 강인한 포스에 눌려 말한마디 못하고 그렇게 시작도 못하고, 아니 처음이 반이라고 한다면 딱 반반한 나만의 러브스토리에 그치고 말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말이라도 걸어볼걸, 눈 딱 감고 음료수 하나라도 건네볼걸 하고 후회막심 하지만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되고, 나의 삶에 해병대에 대한 이미지를 강렬하게 심어 주었다. 그 때문에 내가 일하는 사진관에 해병대원들이 오면 늘 사진 값은 절반 값으로 할인되었고, 해병대가 있는 오천에서 사진관을 했기 때문인지, 해병대원들에게 아낌없이 퍼주는 나의 배려 때문이지 사진관은 늘 북새통이였고, 수많은 해병대원들이 우리 사진관에 걸린 한장 한장의 사진이 되어 영원한 추억속에 간직되었다.
어느덧 몇 년이 흘러 나는 사진관 운영을 하면서 쌓은 실력을 기초로‘E-러닝’콘텐츠 제작 관련 일을 하게 되었다. 사진사에서 인터넷 학습 관련 분야인‘E-러닝’콘텐츠 제작에 뛰어든 것은 군복무중인 장병들에게 자기개발의 기회를 제공하고, 학점을 취득할 수 있는 보람 있는 일이였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해병대 정문에서 느꼈던 설레임을 그대로 느끼고 있고, 사진속에 남겨진 해병대원들의 해맑은 미소는 영원한 추억으로 생생히 남아 있다.
내가 만드는‘E-러닝’학습프로그램을 이용해 그때 그 사람은 아닐지 모르지만 남다른 애국심으로 ‘인간개조의 용광로’라 불릴 만큼 힘든 해병대를 선택해 자원입대하는 해병대원들의 자기개발에 조금이라도 힘이 되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으로 나는 오늘도 동그란 두 눈을 깜빡깜빡거리며 컴퓨터와 씨름을 한다.
해병대는 마약처럼 강력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어린 시절에는 빨간 모자를 쓰고 교통정리를 하고 있는 해병대 전우회 아저씨들을 보면 어떻게 먹고 사나 싶어 한편으로는 걱정스럽고, 한편으로는 한심해 보였는데……. 해병대 정문에서의 추억을 시작으로 하여 해병대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일하고 있는 내가 참 오늘은 신기하게만 느껴진다. 창밖은 하루 종일 내린 눈으로 온통 새하얗고 어디선가 그때 그가 내 두눈에 가득히 차 버릴 것 같다. 김서린 창문에 손가락 글씨를 써본다. 내 사랑! 해병대……. [2008 해병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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