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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는 활ㆍ칼ㆍ창ㆍ조총ㆍ총통 등 다양한 무기들이 사용됐다. 이들 전통무기들은 흔히 냉병기와 화약무기로 나눈다. 화약무기는 화약을 사용하는 조총·총통 등을 지칭하는 것이고, 냉병기는 화약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칼ㆍ창ㆍ활 등을 의미한다. 여기에 갑옷이나 방패 등 방호구가 추가된다.

 냉병기와 화약무기, 방호구를 망라해서 이처럼 다양한 조선시대 전통무기를 종합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책은 군기도설과 융원필비(戎垣必備·사진) 두 종류뿐이다. 이 중 군기도설은 국조오례의서례 내용 중 군례 편의 일부 항목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에 한 권의 책이라고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융원필비는 조선시대 전통 화약무기와 냉병기, 방호구를 종합적으로 소개하는 유일한 책이라고 간주할 수 있는 셈이다.

 조선시대 무기 관련 서적 중 신기비결이나 화기도감의궤ㆍ화포식언해 같은 책들은 화약무기의 사용법이나 제조방법 등을 설명하고 있을 뿐 냉병기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훈국신조군기도설과 기계도설 같은 책에는 갑옷ㆍ활 등 상당수 냉병기와 방호구가 빠져 있어 조선시대 전통무기를 전반적으로 다룬 책이라고 말하긴 힘들다.
이에 비해 ‘융원필비’는 갑옷에서부터 칼·창·화약무기 등 조선 후기의 무기를 총망라해 조선시대 무기 종합백과사전이라고 할 만하다. ‘융원필비’에서 설명하는 무기와 장비는 천자총통과 조총 등 화약무기와 관련 장비 28종, 환도와 마병창 등 봉인류 14종, 활과 관련 장비 4종, 편곤 같은 타격무기 1종, 장패 같은 방패류 1종, 두정갑 같은 갑옷류 1종 등 모두 50여 종에 달한다.

 이처럼 수많은 전통무기를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지만 각 무기마다 그림을 첨부하고 있다는 점은 융원필비의 가치를 더욱 높여준다. 융원필비에 실린 무기 그림에는 크기와 무게 등 제원도 명시하고 있다. 구조가 복잡할 경우 전체 완성품의 그림과 함께 주요 부품을 분해한 상태의 분해도도 수록하고 있다.

 ‘병기도설’에도 그림이 첨부돼 있지만 조선 초기에 치우쳐 있다. 화약무기 전문 서적인 화포식언해에는 그림이 없고 화포에서 발사하는 발사체의 구체적인 규격이 누락돼 있다. 하지만 융원필비에 그림이 첨부되고 발사체의 규격도 상세히 묘사돼 자료적 가치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다.
특히 임진왜란 당시 개발된 혁신적인 신무기인 비진천뢰의 상세한 개념도 등은 융원필비에 처음으로 실렸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융원필비는 군사사 측면에서 우리나라 전통 무기를 연구하고 복원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매우 귀중하고 희귀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한국 과학발달사를 연구한 원로 학자인 전상운 박사가 융원필비에 대해 “조선시대 화약무기 등 군사 기술의 내용을 그림과 글로 잘 설명하고 있는 보기 드문 책”이라고 강조한 것도 그 때문이다. “과학사 연구에도 귀중한 자료일 뿐만 아니라 게재된 그림의 정확성은 기술 서적으로서 높은 가치를 보여 준다”는 것이 전 박사의 평가다.

 한국과학사학회와 성신여대 출판부가 1986년 한국의 전통 과학문헌 중 고전으로서의 가치가 높은 책을 수집해 영인본을 펴내면서 융원필비를 포함시킨 것도 전통과학사에서 차지하는 융원필비의 중요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요성을 지닌 융원필비는 육군사관학교 육군박물관의 강신엽 박사가 2004년 처음으로 우리말로 번역했다.

 융원필비는 국왕 순조의 외삼촌이자 정조ㆍ순조대 주요 요직을 역임한 관료였던 박종경(1765~1817)이 1812년 무렵 편찬했다. 박종경이 융원필비를 집필한 것은 1811년 발발한 홍경래의 난이 계기가 됐다.

 1812년 4월 19일 조선군은 홍경래군을 진압하는 데 성공했지만 나라를 뒤흔든 대규모 반란이 반년 가까이 지속될 정도로 조선군의 군비 태세가 허약하다는 사실은 고민거리였다. 군의 훈련태세, 무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다는 자괴감이 박종경을 괴롭혔다.

 군비 강화의 필요성을 절감한 박종경은 조정에 건의, 무기 제조를 위한 임시 부서인 감조도감(監造都監)을 설치했다. 총통·완구·비진천뢰·조총·비몽포 등 수많은 무기를 새롭게 제조하고 수리했다. 그때의 경험이 바탕이 돼 당시 제조하고 수리한 무기들을 설명한 책이 바로 융원필비다. 

<국방일보 김병륜 기자   lyuen@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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