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군 탐지견 훈련 전문가인 육군1군견훈련소 김병부 교관이 탐지견 `아모스'에게 차량에 설치된 폭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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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공(犬公)에게도 역지사지(易地思之)가 통할까.
육군1야전군사령부 예하 1군견훈련소 김병부(47 · 7급군무원) 교관에게는 그렇다. 그는 군견의 입장에서 모든 상황을 고려한다. 강제로 견인줄을 이용한 복종식 훈련이 아닌 마음속 울림으로 소통(?)한다.
김 교관은 “최대한 개의 입장에서 생각하죠. 사람의 의지대로 끌고 가지 않고 개의 수준에서 좀 더 쉬운 방법이 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견과 교관은 일심동체
바로 군견 스스로 훈련에 임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만들 때 최대한 에너지를 쏟고, 군견병과 함께 즐기면서 훈련한다는 것.군견은 크게 정찰·추적·폭발물탐지견으로 나뉜다. 최근 테러가 전 세계적으로 빈발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탐지견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런 가운데 김 교관은 국내 유일한 군 탐지견 전문가다. 그는 이미 관세청 근무시절 탐지견 대회에서 우승의 영광을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 1999년 군견훈련소 교관으로 임용된 후 주한미군 탐지견 경진대회(2005년)에서 한국 군견사상 처음으로 3위에 입상했으며, 여세를 몰아 2009년 열린 ‘관세청장배 폭발물 탐지견 경연대회’에서는 미 군견을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정부와 민간 기관이 함께 출전한 이 대회는 민간의 경우 10년 넘는 경력의 베테랑들이 참여한 것에 비해 불과 2년 미만의 군견병들과 함께 참여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각종 메스컴을 뜨겁게 달궜던 폭발물 관련 보도마다 그가 있었다. 1998년 고(故) 황장엽 비서 테러 정보를 받고 2호선 지하철 역사와 미국 로스앤젤레스 행 항공기 폭발물 검색에 참여했으며, G20 서울정상회의 등 각종 VIP 경호작전에 동참했다. 특히 1999년 여행객이 밀반입한 무연화약 10㎏ 발견은 국내 폭발물 탐지견 운용상 전무후무(前無後無)한 쾌거다.
현재 김 교관이 훈련시키는 군견은 16두. 셰퍼드와 리트리버 종이 절반씩 차지한다. 오늘 훈련에 나선 탐지견은 3살짜리 아모스(리트리버). 반짝이는 검은 윤기가 매력적인 아모스의 첫 번째 임무는 길다란 나무상자에 10여 개 구멍이 뚫려 있는 목적지 조건화 기구(일명 인지틀)에서 컴포지션(C4) 폭약을 찾는 것.
탐지견, 사람 경계 않는 `사회성'이 관건
꾸준한 훈련에 숙달된 아모스는 각 구멍마다 냄새를 맡은 후 폭약이 감춰진 곳에서 앉아 자세로 보고동작을 취한다. 다음 단계는 똑같은 모양의 종이상자 수십 개에서 폭약을 찾는 것. 소포 등을 가장한 폭발물을 발견하기 위한 과정이다.
이 과정을 통과하면 소량의 폭약이 숨겨진 정밀탐지 기구(일명 피라미드)와 건물 공중에 설치된 폭발물을 발견하는 고난도의 ‘부유취(浮遊臭)’ 추적이 실시된다.
김 교관은 “군견은 20여 개의 폭약 냄새를 맡을 수 있지만 효율성 차원에서 9가지 종류에 대해 주로 훈련을 한다”며 “경계견이나 추적견과 달리 탐지견은 대중밀집시설 등 낯선 환경에 주로 출동하기 때문에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 사회성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군견과 일심동체를 선언한 김 교관은 어린 시절 ‘보비’란 이름의 셰퍼드를 키우면서 개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현재 교관으로 재직 중인 춘천 군견훈련소에서 군견병 생활을 했고, 제대 후에는 대학도 휴학한 채 민간 애견훈련소와 관세청 탐지견센터에 근무하며 실무를 익혔다.
김 교관은 “우연히 성묘를 다녀오다 애견훈련소를 지나쳤는데 무척 흥미를 느꼈어요. 사람처럼 성격이나 행동이 천차만별인 개들에게 푹 빠졌죠. 우연찮게 군견병으로 군대생활을 했고, 지금은 같은 곳에서 교관을 하고 있다(웃음)”고 말했다.
김 교관은 틈틈이 짬을 내 책자를 발간하고 강의도 하는 학구파다. ‘개 훈련의 원리와 적용’ ‘IPO훈련의 이론과 실제’는 5개 대학 애견학과에서 교재로 사용한다. 또 1966년 군견훈련소 설립과 함께 출간했던 군견교범을 대폭 개편해 올해 초 새롭게 출간할 계획이다.
그에겐 몇 가지 꿈이 있다. 격년으로 열리는 관세청 주최 탐지견 대회에서 2회 연속 우승하는 것이다. 올해는 미국과 프랑스, 일본 등도 참가할 예정이라 국제적으로 우리 군견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와 함께 한국 토종인 진돗개를 탐지견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한편 그가 근무하는 교관 건물 한쪽에는 탐지견 경진대회에 나가 군견으론 처음 3위에 오른 프리어(13·셰퍼드)가 관절염 때문에 다리를 절룩이며 노구를 이끌고 있었다. 김 교관이 임용 후 강아지 때부터 키운 프리어는 군견훈련소에서 가장 연장자다. 사람 나이로 치면 65세 정도. 고령인 데다 혹한에 떨고 있는 프리어를 돌보기 위해 거처를 옮긴 것이다.
김 교관과 끊임 없이 교감하며, 맹활약을 펼쳤던 프리어는 노년에도 따뜻한 겨울나기를 하고 있었다.
→육군1군견훈련소
육군1군견훈련소는 1966년 창설, 육군과 해군·해병 부대에 군견을 지원하고 있다. 2007년 효율적인 부대 관리를 위해 해군과 육군3군견훈련소를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우수한 품종의 군견을 생산·교육훈련·진료 등 생애 전 과정을 진행하며 엄격한 기준에 따라 30% 정도만 견번(犬番)을 받을 수 있다. 현재 군견은 셰퍼드가 다수를 차지하고 벨기에 마리노이즈, 라브라도, 리트리버 등 3종이 있다.
군견은 임무에 따라 적 침투를 감시하고 수색하는 정찰견과 적의 흔적을 색출하는 추적견, 테러작전과 주요 인사들을 경호하는 폭발물탐지견으로 운용하고 있다.<국방일보 이형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