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軍 의료체계] 조선일보 |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 입력 2011.06.14 03:13 | 수정 2011.06.14 07:28
논산훈련소 - 군의관, 인턴 갓 마친 초심자… 심각한 질병 놓치기 십상
일반 軍부대 - 대대·연대에 군의관 한 명뿐… 민간병원과 협력도 부실
민간전문가들 진단 - 軍의료 전투하듯 하면 곤란… 장비개선 보다 인식 전환돼야

 

경기도 부천 순천향대병원 중환자실에 사지마비 상태로 누워 있는 오모(22)군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강원도 지역 사단에 근무한 현역 장병이었다. 오군은 지난해 여름, 메스꺼움과 식욕감소 증세로 사단의무대 진료를 받았다. 군의료진은 우울증으로 판단하고 약물치료를 했다. 뒤늦게 뇌 안쪽 뇌척수액이 고이는 공간이 부풀어 오르는 뇌질환의 일종인 뇌수종으로 밝혀져 민간 대학병원으로 이송돼 뇌 수술을 받았으나 현재 뇌기능 상실로 말을 전혀 못하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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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군의료의 오진과 늑장 대응으로 뇌수막염 환자가 잇따라 사망한 가운데, 군의료가 환자 발생 시 초동 대처를 부실하게 해 화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본지가 국방부 산하 '군의료체계 보강 추진위원회'에 소속된 민간분야 위원 6명을 모두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현재의 군의료 핵심 문제는 하드웨어(시설과 장비 등) 문제도 있지만 군의료에 대한 인식 부족, 1~3차 효율적인 의료 시스템 미비 등 소프트웨어의 부실이 더 심각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구멍 난 1차 군의료 시스템

1만7000명의 훈련병을 수용하는 논산 훈련소의 경우 폐렴·감기·골절·인대손상 등의 환자가 속출하고 있으나, 이를 처리하는 의료인력은 군의관 7명과 의무병 6명뿐이다. 7개 연대별로 하루 평균 150~200명의 환자가 훈련이 끝난 저녁 6시부터 10시 사이 의무대를 찾지만, 주로 병원에서 인턴을 마치고 군의관이 된 중위 1명이 이들을 치료하고, 군의관 7명이 돌아가며 야간 근무를 한다.

이들은 입원실 환자 관리, 응급 환자 대기 등으로 종종 밤샘 당직근무도 선다. 의무병들도 환자 진료기록 입력과 체온 체크, 주사 및 소독 등을 하느라 눈코 뜰 새 없다. 이렇다 보니 심각한 질병을 안은 환자들을 놓치기 십상이다.

지난해 5월 경기도 동북부 지역 사단에 근무하던 장병이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졌다. 사단의무대로 이송된 이 환자는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이 의심됐다. 통상적인 군의료체계 절차라면 인근 군 병원이나 국군수도병원으로 후송되어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사단의무대는 환자의 상태가 촌각을 다투며 군병원으로 이송돼도 고난도 치료가 필요해 역부족이라며, 환자를 가장 가까운 대학병원으로 응급 이송했다. 이로써 환자는 극적으로 회생했다. 만약 기존의 군의료체계 후송 방식대로 했다면, 환자의 운명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이 부대 의료진은 전했다.

현재 군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대대→연대→사단→병원'으로 다단계 후송 체계가 고착화돼 있다. 하지만 대대와 연대에는 군의관이 한 명 있을 뿐이다.

군 의료인식·예산은 아직 1980년대

전체 국방비 중 의료 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 10여년간 국방비에 군 의료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0.2~ 0.7% 수준을 맴돌고 있다. 지난 2005년까지는 0.29% 수준이었으나 2005년 말 군에서 얻은 위암으로 제대 후 사망한 노충국 사건이 발생하면서 2006년 이후 다소 증액됐지만 0.5~0.6% 수준이었다.

연간 무기 등 구입비용으로 10조원의 예산을 쓰면서 정작 이 장비를 운용할 장병의 건강에 쓰는 돈은 2200억여원에 불과하다.

'군 의료체계 보강 추진위원' 강대희(서울대 의대) 교수는 "군의료를 전투하듯이 명령체계로만 다뤄서는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군의료 선진화를 위한 획기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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