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탈북자 인터넷 매체 뉴포커스(www.newfocus.co.kr)가 19일 ‘연평해전 10년’을 앞두고 당시 해전에 참전했던 북한 해병의 증언을 소개했다. 장진성 뉴포커스 대표가 2002년 6월 29일 해전 직후 취재했던 내용을 옮긴 것이다. 평양음대와 김일성종합대학을 나온 장 대표는 2004년 탈북할 때까지 5년 넘게 북한 통일전선부 간부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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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연평해전 10주기를 보름 앞둔 지난 14일 해군이 서해상에서 ‘윤영하함’ 등 전사자들의 이름으로 명명된 유도탄 고속함 해상기동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해군 제공 
 

2002년 교전 보도가 나온 후 직장에 출근했는데 당비서가 나 외 3명을 급히 찾았다. 그는 이제 곧 조선인민군11호병원으로 가야 한다면서 서약서를 내밀었다. 취재 대상들의 발언을 외부로 절대 발설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평양시 대동강구역 문수동에 위치한 조선인민군 11호 병원에 도착하니 외과병동 중 건물 하나를 해군사령부 8전대 부상병들을 위한 특별 병동으로 봉쇄하고 무력부 보위사령부 군인들이 지키고 있었다.

그 이유는 아군의 승리만을 선전하는 북한에서 처참한 상처를 가진 부상병들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단 교전 참전자들을 회의실에 모두 모이게 했다. 12명 정도였는데 18세~19세 군인들이 그 중 5명이나 되었다. 함께 갔던 국장이 통전부에서 나왔고 교전 경험을 위에 보고하기 위해서라고 간단히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웅담을 듣기 위해 나온 것이 아니니 교전 소감을 솔직하게 말하라고 덧붙였다. 이 때 문이 열리며 온 몸에 붕대를 감은 한 해병이 휠체어에 실려 왔다. 그러자 그를 가리키며 모두가 합창하듯 말했다.

“저 애는 온 몸에 맞은 파편이 230개예요”

“???”

경악하는 우리에게 군의관이 뢴트겐 필름을 한 장 보여줬다. 파편 흔적으로 보이는 점들이 가득했다. 교전 참전자들 중 군관이 말했다.

“파열탄에 맞았습니다. 위에서 터지는데 파편 수백 개가 우박 떨어지듯 합니다.”

가장 나이 어린 해병이 끼어들었다.

“정말 솔직하게 말해도 됩니까?”

“그래 그래 그냥 너희들 생각을 편하게 말하면 돼.”

“사실 다 무섭지 않은데 그 파열탄이 제일 무섭습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한 마디씩 했다.

“놈들은 ‘전투 준비!’하면 모두 갑판 밑으로 사라지는데 우리는 ‘전투 준비!’하면 모두 갑판 위로 올라가요. 그런 상황에서 저 파열탄만 터지면 전투 능력이 우선 1차적으로 상실돼요.”

“영화에서 보면 전투 중 이름들을 서로 부르는데 당해보니깐 그건 완전한 거짓말이예요. 일단 포소리만 한번 울리면 귀에서 ‘쨍’하는 울림밖에 더 없어요. 그래서 우린 서로 찾을 때 포탄깍지로 철갑모를 때리며 소통했어요.”

자기를 상사로 소개한 해병이 말했다.

“한 가지 제기해도 좋습니까? 놈들 배는 부럽지 않은데 제일 부러운 게 방탄 조끼입니다. 방탄 조끼는 비싸니깐 우리에게 목화 솜옷이라도 주면 파편이 덜 들어가겠는데….”

내 옆에 서있던 국장은 그의 말을 특별히 줄까지 쳐가며 메모했다. 전투 전반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해보라는 국장의 말에 군관이 입을 열었다.

“그 날 함장이 평양에 갔다 온 날이어서 우리는 느슨하게 출항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함장이 그날 따라 배에 기름을 가득 채우라고 지시하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물었다.

“평일엔 기름을 가득 안 채웁니까?”

“사실 채울 기름이 없습니다. 그나마 기름이 정상적으로 보장되는 함선이란 것이 구축함뿐입니다. 현재 우리 해군에 소련 50년대 구축함이 두 대 있는데 한 대는 동해에, 한 대는 서해에 있습니다. 그런데 기름이 없어서 순찰을 못하고 작전 지역에 진입하면 정박한 채 레이더 감시만 하다 돌아오곤 합니다. 우리 경비함 같은 경우엔 기름 공급이 더 부족한 형편입니다. 순찰이 아니라 근처에 나갔다 오는 정도입니다. 그리고 항에 도착하면 남은 기름을 군관들이 몰래 빼서 난방용으로 집에 가져가기 때문에 처음부터 연유부에서 절반씩 밖에 안 준지 오래됐습니다.”

상사 해병이 불만조로 보탰다.

“우린 도색감도 받아본지 오래됐습니다.”

“그건 뭔데요?”

“배는 물 위에 항상 떠 있기 때문에 선체에 골뱅이와 같은 해류들이 가득 달라붙습니다. 그럼 속도가 느려지죠. 도색감을 정기적으로 발라주어야 해류 방지도 되고 속도에도 제한이 없겠는데 그것도 없다니깐요.”

그 말이 끝나기를 기다리던 군관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날 함장이 기름뿐 아니라 포탄과 탄약들도 만장탄하라고 지시하였습니다. 그리고 배 앞에 붙인 레루(레일)도 확인하더니 다시 더 단단하게 용접하라고 하였습니다.”

“배 앞에 웬 레루요?”

“전번 1차 때 충돌 싸움부터 시작했었는데 그 애들 철갑이 굉장히 단단해서 우리 배가 찢어지더라구요. 그래서 고심하던 함장이 창안한 겁니다. 레루를 붙이면 승산 있을거라면서요.”

“그럼 그 철의 강도 문제는 전번 1차 때 제기 안했었습니까?”

“했죠. 장군님께도 보고돼서 장군님께서 세상에서 가장 강한 철갑으로 무장해주라고 지시하여 연형묵 자강도당책임비서를 비롯해서 자강도 군수공장 기술자들이 몇 번이나 우리 배에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해결 안됐는가요?”

“장갑을 두텁게 하면 함선이 기울기 때문에 대신 탱크포를 내려야 하는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사실 우리 함선의 위력은 탱크포입니다. 아무리 파도가 심해도 정조준을 유지할 수 있고 또 포탄의 위력이 쎄서 놈들 함선에 구멍이 펑펑 납니다. 그런데 그런 위력을 없애면 속도도 상대적으로 느린데 싸움이 됩니까? 그래서 고심 끝에 철의 강도대신 화력을 더 보강하는 쪽으로 채택됐습니다. 놈들 자동포는 분당 3000발씩 나오는데 우리는 600발 정도거든요. 그래서 1차 교전 후 소련 4구경 발칸포를 올려놨습니다. 그거면 우리도 분당 1500발을 쏠 수 있거든요.”

이 때 나이 어린 해병이 재잘거렸다.

“그것도요, 우린 다 갑판 위로 올라가서 쏘는데 그 놈들은 어디서 쏘는지 보이지도 않아요. 그 놈들 함선 무섭게 발전했어요.”

“조용 못해 이 xx야!”

상사가 침대에 있던 베개를 집어던졌다.

“야, 너도 찍소리 마!”

군관이 상사의 과격한 행동에 이렇게 일침을 가하고 나서 다시 이어갔다.

“기름과 탄약들을 가득 채우고 쉬고 있는데 이상하게 배를 꼼꼼히 점검하던 함장이 이번엔 격분해서 기관장을 소리치며 불렀습니다. 보조 조타가 고장났는데 당장 수리하라면서요, 보조 조타란 기본 조타가 고장 났을 때 수동적으로 배를 움직일 수 있는 장치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만약 함장이 그 보조 조타 수리를 지시하지 않았으면 우린 살아오지 못했을 겁니다.” 


 “왜요? 그 보조 조타 덕이란 게 무엇인데?”

“놈들 폭탄에 기관실이 맞았는데 기본 조타가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 함선은 한동안 한 자리에서 빙빙 돌기만 했습니다. 아마 놈들도 이상하게 생각했을 겁니다.”

막내 해병은 이번에도 못 참고 끼어들었다.

“그때 봤어요,? 놈들이 갑판에 나와 쭉 서서 구경하더라구. 아, 그 때 쏴야 하는건데....”

그러나 나이 든 해병들만은 침통한 얼굴이었다.

“전투상황을 좀 설명해보게”

국장의 질문에 군관이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린 놈들 배에 접근해서 충돌을 시도했어요. 함장이 지시해서 발포도 우리가 먼저 시작했구요, 근데 놈들 첫 포탄에 함장이 먼저 죽었어요. 우리 함선 규정엔 싸움을 시작할 땐 함보위 지도원의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함보위 지도원이 정치 지도원을 겸하거든요. 그래서 함장 대신 그 때부터 보위 지도원이 지휘했습니다. 그날은 우리가 작심하고 나갔으니 놈들 배가 손실이 컸습니다. 작전이 더 길어지면 화력 우세나 함선 우세에서 우리가 밀리기 때문에 손실은 불가피했습니다. 마침 전대 사령부와 실시간으로 통신하던 조타수가 달려와 전대의 철수명령을 전했고 우린 보조 조타로 조종하며 돌아왔습니다. 이상한 것은 함장 딸이 세 명이거든요, 근데 죽은 함장 몸에서 세 개의 파편이 나왔습니다.”

국장이 의미심장하게 물었다.

“이제 다시 싸우라면 싸울 용기가 있어? 어때? 할 수 있지?”

해병들은 군인식으로 일제히 “예!”하고 합창했다.

그러나 그 날 해병들의 용기에서 나는 다른 점도 엿볼 수 있었다. 나이 어린 해병들은 영웅 심리에 들떠 있었지만 나이 든 해병들일수록 한국군의 선진화에 당황하고 겁을 먹은 눈치였다.

 
우리가 나올 때 군관은 따라 나오면서까지 애원하다시피 말했다.

“정말 방탄 조끼는 아니라도 좋으니 목화 솜옷을 좀 해결해주십시오. 그것만 입어도 애들 저렇게까지 심하게 부상당하지 않습니다.”

2차 교전 결과를 보고받은 김정일은 ‘1차 교전은 진 전투였다면 2차는 이긴 전쟁’이었다며 8전대 해병들에게 감사와 선물을 보냈다. 함장은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았고 보위 지도원은 국기 훈장 1급을 수여받았다. 다른 해병들에게도 국기 훈장 2~3급과 함께 김정일 이름이 박힌 컬러 TV가 선물로 하달됐다. 그 후 함장은 세 딸에게 아버지가 남긴 복수의 유산이란 내용을 담은 연극 ‘세 파편’의 주인공으로 부활했다.

<서울신문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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