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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2006년 08월 10일 - 08시 49분
“필승! 신고합니다!” 얼마 전 해병대 유격 훈련을 받기 위해 해병대2사단에서 신고식을 치렀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를 마음속으로 되뇌었지만 신고식에 뒤이어 시작된 PT체조에서부터 그 굳센 다짐은 파도의 포말처럼 부서지고 말았다.

해병대2사단 유격대에 도착했을 때 해병 특유의 머리 스타일을 한 조교들과 작열하는 태양이 우리를 반겼다. 10여 년 만에 다시 하는 내무실 생활의 향수에도 젖어 보고 오랜만에 먹어보는 짬밥도 음미하며 재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웬지 모를 걱정과 설렘으로 밤잠을 설친 후 첫날 훈련을 시작하면서 PT체조에 뒤이어 기초 유격장에서 헬기·타워 레펠, 외줄타기 등 조교들의 멋진 시범을 볼 수 있었다.‘정말 대단하다’는 경탄도 잠깐, 드디어 차례가 돼 30m 외줄타기를 수차례 반복하자 육체적으로 힘이 들었다. 유격훈련이 결코 녹록지 않음을 체감했으나 정보요원으로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 하나로 버텨냈다.둘째날, 레펠장에서는 조교들의 시범을 보며 쉽게 할 것만 같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할 수 있다’는 자신감를 되뇌이고 벽면에 90도로 서서 허리를 굽히고 “174번 하강 준비 끝!” 보고에 뒤이어 천천히 제동을 풀면서 벽면을 타고 내려와 하강을 완료했다. “174번 하강 완료!” 신념의 힘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제는 헬기·타워 레펠을 수차례 하는 동안 두려움은 없어졌다. 나를 포함한 동기들은 그날 자신감이라는 커다란 선물을 얻었다. 유격훈련은 날이 갈수록 강도를 더했다. 한바탕 소나기라도 내릴 듯 하늘이 잔뜩 찌푸린 얼굴로 낮게 드리워져 있는 가운데 도착한 새로운 교장에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두 가닥의 로프가 내려 와 있었다.

바로 그곳은 암벽 레펠장. 흐르는 계곡 위로 목을 완전히 뒤로 젖혀야 보이는 높이에 밧줄로 엮은 다리가 보였다.잠시 후 장대비가 쏟아졌다. 암벽은 미끄러웠고 계곡 한가운데 50m 상공의 헬기레펠 지점으로 이동하기 위한 고공다리는 비바람 속에 출렁거렸다.이렇듯 악조건은 나와 우리 동기들에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미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었기 때문이다. 절벽을 뛰어내리고 50m 높이에서 허공을 가르며 성공적으로 훈련을 마치고 야간 IBS 훈련을 맞았다.

하루 종일 젖은 채 빗속을 뛰어다니던 우리 동기들. 악과 깡으로 뭉친 함성 사이로 내리는 비를 모두 마셔 버릴 듯했다. 해병대 수색대에서 준비한 IBS를 6명이 머리에 이고 두 시간여를 연병장으로 산으로 뛰어다녔다.목은 부러질 듯이 아팠고 허리는 휘어질 듯했지만 무심한 비는 무게를 가중시켜 더욱 협동심이 필요했다. 빗속에 셋째 날이 가면서 우리는 자신감을 재확인했고, 협동과 단결의 힘을 체험했다. 빗속의 레펠과 PT·IBS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문수산 산악행군을 끝으로 드디어 유격훈련이 막을 내렸다. 퇴소식 때 경례 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밝고 크게 느껴졌다. 훈련을 마친 나를 비롯한 동기들은 명예 해병대원으로 임명됐다. 평생 잊을 수 없는 해병대 유격훈련, 자신감·동기애·인내심·체력 등등 얻은 것을 나열하기엔 지면이 모자랄 정도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 피할 수 없을 땐 즐길 줄 아는 유연함과 긍정적 태도, 유격훈련에서 얻은 많은 성과는 성공적인 일상생활의 견인차 역할을 해 줄 것이다.

훈련이 힘들었던 만큼 평생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한 주간의 유격훈련에 대한 기억은 분명 내가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에도 큰 힘이 돼 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오늘도 임지에서 이름 없이 오로지 사명감 하나로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유격대원들과 해병대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임상현 국가정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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