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빈둥전투 영웅’ 신원배 (예)해병대소장 / 국방일보 2012.02.16

 

“죽음이 두렵지 않은 사람이 있겠는가? 바로 해병대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충성·명예·도전 해병대 정신을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다.”

 베트남전쟁 ‘짜빈둥전투의 영웅’ 신원배(69·해사20기·재향군인회 사무총장·사진) 예비역 해병대소장은 아직도 눈빛이 매섭고 빛났다. 그 당시 소위였던 신 장군은 1개 중대 병력으로 적 정규군 1개 연대를 박살냈다. 필사즉생의 정신이 가져온 기적이며 신화였다. 신 장군은 정경진 중대장과 함께 태극무공훈장을 받았다. 전투에 참가한 중대원 모두는 훈장을 받고 1계급씩 특진했다.

 짜빈둥전투 전승을 기리는 45주년 기념식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렸다. 소위로 전투를 치렀던 신 장군을 만나 생생한 전투 상황과 후배 장병들에게 전하는 교훈을 들어봤다. 신 장군은 짜빈둥전투의 신 ‘소위’처럼 귀신잡는 해병대의 기풍이 물씬 묻어났다.

수류탄 터뜨려 적과 함께 자폭한 이학현 상병 지금도 잊을 수 없어 첨단 장비 무기 해병대 우선 배치 참전용사 최고 예우 강국 원동력
37043.jpg
 

 -전투 당시 월맹군이 어떻게 몰려왔나?

 “15일 새벽 4시쯤 월맹군이 본격적으로 공격해 왔다. 조명탄 불빛 아래로 보니 정말 땅이 새까맣었다. 말 그대로 파상공격이었다. 호수에 돌을 던지면 파장이 생기듯이 1파가 우리 진지 쪽을 향해 들어오다 넘어지면 2파가 들어오고, 2파가 넘어지면, 3파가 오는 식이었다. 월맹군 1개 연대 규모가 쳐들어왔다. 우리보다 수가 10배쯤 됐다. 우리 진지는 둘레 800m 정도의 타원형 모양이었다. 월맹군에 완전히 포위됐다. 3소대 쪽이 뚫리는 바람에 월맹군이 우리 진지 3분의 1을 점령했다. 소대마저 뚫리면 11중대 전체가 위태로워지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수많은 적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상황에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우리는 철저히 전투준비를 해 놓았다. 그래도 전투가 시작되니까 고향에 계신 부모님의 다정다감한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눈시울이 붉어지고 가족들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채명신 주월 한국군사령관은 당시 ‘한국군 1개 중대가 전멸한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우리 중대장인 정경진 대위가 ‘최후의 순간에는 우리 머리 위로 포를 쏴 달라’고 후방 여단에 포격요청을 했다고 한다. 소위 ‘진내사격’인데 피아 구분없이 포를 쏘면 다 죽지다. 하지만 어쨌든 진지는 지킬 수 있으니까.”

 -실제 적과 싸운 전투 상황은 어땠나?

 “우리 교통호에서 70m쯤 전방에 가로 8m, 높이 1.2m 정도 되는 큰 바위가 있었다. 적들은 그 뒤에다 57㎜ 직사화기와 75㎜ 무반동총을 걸쳐 놓고 우리 소대를 향해 계속 사격했다. 그러니 3소대 쪽으로 도저히 지원을 갈 수가 없었다. 우리가 직사화기로 공격하니 바위만 맞고 총알이 튀었다. 즉석에서 김용길 중사, 이진 병장, 조용화 상병, 소대장인 나 이렇게 넷이서 특공대를 조직하고 철조망을 넘어 바위 앞 15m까지 포복으로 접근했다. 하나 둘 셋을 세고난 후 각자 수류탄 두 발씩을 던졌다. 그렇게 바위 뒤의 진지를 파괴하고 적의 대전차포 3문을 뺏어 왔다. 그 뒤 3소대로 가 역습해 전세를 회복했다.”

 -당시 가장 기억에 남는 병사가 있다면?

 “이학현 상병이 늘 생각난다. 가까스로 소대 정면의 적을 격퇴하고 나니 ‘적이 돌파한 3소대 지역을 회복하라’는 중대장 명령이 떨어졌다. 1개 분대를 이끌고 들어가 치열한 육박전을 치렀다. 적은 겁에 질려 물러갔다. 전투가 끝나고 인원 점검을 해 보니 한 명이 부족했다. 교통호에 수북이 쌓인 적의 시체를 뒤적이며 한참을 찾다가 시체 밑에 깔려 전사한 이 상병을 발견했다.(눈시울을 붉히며 목이 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상병은 온몸에 8발의 총상을 입고 있었다. 수류탄을 터뜨려 적과 함께 자폭한 것이다.”

 -귀신잡는 해병대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그 정신은 뭔가?

 “해병대 정신은 충성·명예·도전 세 가지다. 현역 때는 물론 전역한 이후 지금까지도 이 정신을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다. 현역 때는 조국과 국민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해병대, 싸우면 반드시 승리하는 자랑스러운 전통을 계승하는 해병대, 강인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미래를 지향하는 해병대를 길러내는 데 온힘을 다 쏟았다. 짜빈둥전투 때도 부하들을 보니 전투복이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다. 하지만 눈초리만은 두려울 정도로 매서웠다. 해병대 전통이라는 게 무섭다.(웃음) 죽음이 두렵지 않은 사람이 있겠는가? 바로 해병대가 죽음을 두려워하는 건 못 봤다.”

 -지금의 해병대는 어떻게 생각하나?

 “세계 최강, 귀신잡는 해병대의 신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확신한다. 북한의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에도 조금도 겁내지 않고 너도나도 해병대로 몰려들었다. 그 젊은이들이 지금 우리 해병대 빨간 명찰을 달고 있지 않는가? 폭우처럼 쏟아지는 적 포탄 속에서도 포신을 작동해 즉각 대응 발사하는 것은 고도로 훈련된 해병대만이 할 수 있다.”

 -해병대 발전을 위한 정책적 조언을 한다면?

 “국가 전략기동군 해병대에 최고의 장비와 무기가 우선적으로 주어져야 한다. 지금은 맨 주먹으로 싸우는 시대가 아니다. 최첨단 무기가 등장하는 현대전에서 정신력만으로 적을 제압하는 것은 이제 어렵다. 이 땅에 살아남은 베트남 참전용사들, 그분들에게 응분의 명예와 예우가 주어져야 한다. 유사시 젊은이들이 너도나도 전쟁터로 뛰어들게 하는 힘은 어디서 나오나? 바로 목숨 걸고 싸운 참전용사들이 최고의 예우를 받는 풍토에서 나온다. 모름지기 선진국들은 이게 잘돼 있다. 그래서 강대국이 됐다. 우리는 아직도 아쉬운 점이 많다. 목숨 바쳐 싸운 참전수당이 고작 12만 원이지 않는가?”

 

<국방일보 글=김종원·사진=정의훈 기자 >



  1. 평생 해병대에 사랑 베푼 대청도 '해병 할머니' 세상 뜨다

    평생 해병대에 사랑 베푼 대청도 '해병 할머니' 세상 뜨다 / 뉴시스 2012-11-27 10:21:47 이선비 할머니 최근 작고…장병들 직접 상여 매고 마지막길 배웅 【서울=뉴시스】오종택 기자 = 한 평생 해병대에 사랑을 베풀며 '해병 할머니'라는 별명까지 얻은 한 할머니가 최근 세상을 떠나 해병대 장병들에게 큰 슬픔을 안겼다. ...
    Date2012.12.02 By배나온슈퍼맨 Views3825
    Read More
  2. No Image

    대청도 해병 할머니와 해병들의 사랑 이야기

    - 평생을 해병대 장병들의 어미니와 할머니로 살아온 이선비 할머니 - 해병대가 대청도에 위치하기 시작한 1951년부터 지금까지 60여 년 동안 대청도 해병들과 끊임없이 사랑을 주고받으며 ‘해병 할머니’라는 별명과 함께 한 평생을 보낸 이가 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이선비(향년 87세, ’12. 11. 22.(목) 별세) 할머니로, ...
    Date2012.11.30 By배나온슈퍼맨 Views2923
    Read More
  3. 故서정우 하사의 어머니… 2년간 '아들을 위한 일기'

    故서정우 하사의 어머니… 2년간 '아들을 위한 일기' [연평도 포격 2년] "사람들이 잊어도, 정치인들이 뭐라해도 포화 속 뛰어든 내 아들이 자랑스럽다" / 조선일보 2012.11.19 [1] 마르지 않는 눈물 故서정우 하사의 어머니… 2년간 '아들을 위한 일기' 설움과 눈물로 쓴 200쪽 김정일 조문 주장한 黨에 분해서 전화… "연평도...
    Date2012.11.21 By운영자 Views6042
    Read More
  4. 청룡부대 해병대전우들, 베트남 다시 찾다

    청룡부대 해병대전우들, 베트남 다시 찾다 / 월드코리안뉴스 www.worldkorean.net 양국 불행한 과거역사의 상처를 보듬기 위해 장학재단 설립 해방이후 6.25를 겪었던 우리 현대사와도 너무나도 흡사하게도 프랑스 식민지배에서 벗어나자마자 참혹한 전쟁을 겪어야만 했던 베트남. 그 전쟁의 비극을 온몸으로 체험한 주인공...
    Date2012.11.13 By김종영 Views4830
    Read More
  5. 11월 23일,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조국 수호를 위한 뜨거운 염원을 가슴에 품은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젊은 영웅들이여. 그대들의 숭고한 희생으로 인하여 우리가 이곳에 편히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조국은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니, 부디 저 하늘에서 평화의 수호신이 되어 우리를 굽어보며 편히 쉬소서.” - 연평도 평화공원 故서정우 하사, 故문광욱 일병 위령...
    Date2012.11.13 By운영자 Views3950
    Read More
  6. 어느 해병의 묘비에 붙여진 앵카

    지난 5월 25일 북한지역에서 발굴된 6·25전쟁 국군전사자 유해가 휴전 이후 62년 만에 조국의 품으로 돌아와 신원이 확인된 10구에 대한 김상기 육군참모총장 주관의 합동안장식이 있었습니다. 합동안장식 취재를 마치고 대전 국립현충원을 몇군데 촬영키위해 돌아보다가 어느 해병의 묘비를 보게 됐습니다. 묘비위에 고인의...
    Date2012.11.09 By운영자 Views5596
    Read More
  7. 해병대 신병 1165기에 친형제 두 쌍 문영빈·영덕, 최종윤·종근 내일 수료

    해병대 신병 1165기에 친형제 두 쌍 문영빈·영덕, 최종윤·종근 내일 수료 / 국방일보 2012.11.07 해병대 신병 1165기로 입대한 문영빈·영덕, 최종윤·종근 형제(왼쪽부터) 훈련병이 6일 위풍당당한 해병대원이 될 것을 다 짐하는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부대제공 수료식을 앞두고 막바지 훈련에 열중하고 있는 해병대 신병 11...
    Date2012.11.06 By운영자 Views7769
    Read More
  8. 해병대 항공단 재창설, 해병대 1호 조종사

    해병대 항공단 재창설, 해병대 1호 조종사 나는 대한민국 해병대 조종사다! 해병 대위 박순혁 가장 먼저, 가장 깊숙하게 날아 오르겠습니다. 우리는 준비되어 있습니다. 나는 해병대 조종사입니다. 35년 만에 재탄생한 해병대 1호 조종사! 사람들은 저를 1호 조종사로 불러 주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닙니다. 과거 해병대에...
    Date2012.11.03 By배나온슈퍼맨 Views4934
    Read More
  9. 결혼식날 대통령 축하 화환 받은 해병대2사단 이선정 대위

    결혼식날 대통령 축하 화환 받은 해병대2사단 이선정 대위 / 국방일보 2012.10.29 결혼식 날 대통령으로부터 축하 화환을 받아 화제가 된 해병대2사단 이선정(왼쪽) 대위와 해병대1사단 신봉수 대위의 웨딩 촬영 모습.부대제공 모름지기 동서양을 막론하고 결혼식에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아리따운 신부다. 그런데 ...
    Date2012.10.29 By운영자 Views7652
    Read More
  10. 해병대 중앙청소대를 아십니까

    김종화 중위(진) 해병대2사단 빗발치는 적의 총탄에도 불구하고 전우들의 허리띠를 밧줄 삼아 녹슨 사다리를 타고 올랐다. 그의 품에는 낡고 허름한 태극기가 있었다. 노심초사하며 엄호를 하던 해병대원들에게 사다리를 오르는 전우의 모습은 한없이 느리기만 했다. 마침내 태극기가 게양됐고, 여기저기서 환호가 들려왔다....
    Date2012.10.26 By운영자 Views3986
    Read More
  11. 그림으로 본 해병대 전투복 변천과정

    해병대지 42호에 실린 '군복 그것이 궁금하다'에 삽입된 해병대 전투복의 병쳔과정을 그린 그림
    Date2012.10.22 By운영자 Views362339
    Read More
  12. 로드FC 이용재, 승리 원동력은 '해병대 정신?'

    <mfight | 고준일 기자 >지난 15일 열렸던 '로드FC 9-BEAT DOWN'이 열렸던 원주 치악체육관. 코너에서 경기 흐름을 정확하게 짚고 선수에게 최적의 지시를 내리기로 유명한 팀파시 이재선 감독이 갑자기 기술적인 지시를 멈추고 "해병대! 해병대 정신!"이라며 케이지에서 싸우던 소속팀 선수를 향해 목청을 높였다. 경기를 ...
    Date2012.09.25 By배나온슈퍼맨 Views40146
    Read More
  13. 해병대 출신 미용사, 그의 변신이 주목받는 이유

    김광훈 에코바이크 사무국장 / 오마이뉴스 변방의 게릴라 ③ 기사출처 : 오마이뉴스 이주빈기자 http://www.ohmynews.com 지역이나 비주류 공간에서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켜 나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변방의 게릴라' 기획을 통해 이들의 활동과 꿈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여러분께 소개하...
    Date2012.09.18 By운영자 Views8577
    Read More
  14. 강인호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회장

    [일요서울 인물 초대석] 강인호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회장 “육영수 여사, 월남출병 때 눈물배웅 잊을 수 없다” [일요서울 | 서원호 취재국장] “월남 전에 출정할 때 육영수 여사님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손을 흔들고 눈물을 훔치며 배 웅해 주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나는 그때 어머니가 전장터로 향하는 아들을 배웅...
    Date2012.09.06 By운영자 Views6697
    Read More
  15. 김기덕 “방위 판정 불량품 취급받는것 같아 해병대 지원”

    [뉴스엔 황유영 기자] 김기덕이 해병대 지원 이유를 밝혔다. 김기덕 감독은 최근 진행된 KBS 2TV '이야기쇼 두드림' 녹화에서 "처음에 방위 판정을 받았지만 스스로를 불량품으로 보는 것 같았다. 건강한 대한민국 남자라는걸 보여주고 싶어 해병대에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김기덕 감독은 "당시 검사에서 ‘빗소리가 음악소...
    Date2012.09.01 By운영자 Views5025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22 Next
/ 22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