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해병대사령부 병장 이정희(이정)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해병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강한 군대 사랑하는 해병대여

 

2008년 10월 19일 입대를 하루 앞둔 나는 가족들과 지인 몇 명과 함께 포항으로 출발하며 “아~! 내가 정말 해병대를 가는구나. 이정_01.jpg이제..” 실감을 하게 되었다. “남자는 군대를 갔다 와야지! 이왕 갈 거면 해병대 가라! 잘 생각했어!”라고 하시며 입대전 무척이나 담담한 모습으로 말씀하시며 격려하시던 어머니, 그렇게 쿨한 모습으로 아들의 마음을 다독여주셨던 어머니께서는 막상 입소식이 끝나고 헤어지려하니 무표정한 어머니의 붉어진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교육훈련단 상승관 앞에서 400여 명의 동기들 틈에서 함께 부모님께 큰절을 올리고 눈물을 훔치고 계시는 어머니를 바라볼 수 없어, 어머니를 남겨두고 도저히 발이 떨어질 거 같지가 않아 최대한 빨리 등을 돌리며 동기들 손을 붙잡았다. 신병 제2교육대로 발을 돌리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2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나 병장 계급장이 퍽 어울리는, 남은 군 생활보다 전역 후의 내 미래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즈음이다. 만감이 교차한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인가?
입대 전 가수로서 창작가로서 배우로서 방송인으로서 여러 방면으로 활동을 해오던 “이정”이라는 이름으로 10년 가까이 살아온 나는 대한민국 남자라면 당연한 군 입대를 떠들썩하게 언론에 알리고 싶지 않았다. 정말 조용히 입대를 하고 싶었다. 심지어 같이 입대한 동기들 중에도 “우와.. 이정이랑 진짜 똑같이 생겼다..”라며 내가 바로 그들이 얘기하는 진짜 ‘이정’이라는 생각도 못한 동기들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데뷔할 때부터 어머니와 누나를 책임지고 보살펴야 할 집안 사정으로 인해 군 입대가 많이 늦어졌지만 군입대를 더 이상 연기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고 나는 많은 고민을 해야만 했다.


수많은 연예계 선배들의 군 생활을 봐왔던 나는 ‘연예병사’라는 말 자체도 싫었고 내 개인적인 생각엔 그런 연예병사로서의 생활들은 무척이나 무료하고 무의미하게 다가왔다. 물론 내가 직접 생활을 안해 봤기에 단정 지을 수는 없었겠지만 그때 당시엔 그랬다. 그래서 나는 군대를 가면 다른 대원들과 함께 훈련도 받고 생활관 생활도 함께 하고 진정한 해병대로 거듭나고 싶었다. 내 특기를 발휘하지 못하는 시간이 조금은 불안하기도 했던 건 사실이지만 군 생활을 통해서 분명 배울게 있다고 생각했고 삼군 중에 유일하게 연예병사 제도가 없는 해병대를 택하게 되었다.


민간인에서 군인으로 또 해병으로 만들어지는 신병 교육 훈련 기간 중에도 연예인이라는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많게는 10년 차이가 나는 동기들과 생활하면서 누구보다 모든 훈련과 과업에 성실히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였고 결국엔 내 진심이 보여질 수 있었고 빨간 명찰을 처음 가슴에 맞이할 때에도, 수료 후 부대배치를 받고 도열을 할 때에도 그 누구보다 가슴 벅찬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


부대 배치 후 나에게 주어진 해병대사령부 인사처 모병홍보병이란 직책으로 낯선 곳에 처음 와서 선·후임간의 예의도 배워야 했고 간부와 병 사이의 예의도 그리고 새로운 환경과의 모든 질서와 군인으로서의 마음가짐과 “가수 이정”이 아닌 “해병 이정희”로 생활을 해야 하는 방법을 배우고 찾아가며 차츰 해병으로서 담금질이 시작되었다.
입대 직후 개인적인 안 좋은 일들도 많았지만 그럴 때마다 유격, 사격, 수류탄 투척 훈련 등 훈련을 받으며 흘리는 땀으로 잊
이정_02.jpg

어버릴 수 있었다. 특히 해병공수 166차 교육의 기회를 어렵게 얻게 되어 하늘을 날아오르면서 낙하산 하나에만 의지한 채 그동안 쌓였던 모든 설움과 힘들었던 일들도 어느 정도 떨쳐버릴 수 있었다.


또한 모병홍보병 직책으로 각 지방 병무청 및 각 대학 등을 다니면서 군 입대자에게 해병대를 홍보하고 모집하는 업무를 지원하면서 해병대로서의 자부심을 느꼈었고, 조직과 나에 대해서 돌아 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이렇듯 나는 해병대가 아니었다면 느낄 수 없었을 이 많은 가르침에 다시 한 번 감사함을 느끼고 내 자신을 돌아보고 단단하게 단련되고 성숙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해병대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나는 이 가슴 벅차는 감동을 어찌 느낄 수 있었을까?


이제 전역 후에도 군 복무를 하면서 수많은 일들을 겪고 그 속에서 나에게 왔던 모든 가르침들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해병대 출신으로서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역할을 다할 것이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며, ‘해병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마지막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서북도서 및 전·후방에서 교육훈련과 경계근무에 최선을 다하는 해병대 장병 및 국군 장병들의 노고에 감사함을 느끼며 작지만 강한 군대인 내가 사랑하는 해병대의 건승을 기원한다. <해병대지33호>

 


TAG •

  1. 연평도전투수기 - 우리는 대한민국 국가대표다

    해병대지47호 - 연평도포격도발 특집 전투수기 연평부대 제7포병중대장 대위 김정수 해병대 연평부대 포 7중대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포병중대’다. 전군 최초로 대한민국이 개발한 세계적인 명품 K-9 자주포가 배치됐다는 것을 알고 서북도서에서의 군복무로 자부심을 갖도록 내가 붙인 애칭이다. 2010년 11월 23일 여느 때...
    Date2011.01.03 By운영자 Views5449
    Read More
  2. 포화속의 어린이를 살려라!

    해병대지 37호 영웅들의 이야기 - 속의 어린이를 살려라! 글 대위 이기원 사진 편집팀 무자비한 북한군의 포격 속 나의 안위보다 타인의 목숨을 생각한 이 시대의 군인들 무자비한 북한군의 포격 속에서도 연평도 해병대원들은 자신의 안위보다는 타인의 목숨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연평부대 인사과장 남정일 소령과 군숙...
    Date2011.01.03 By운영자 Views6544
    Read More
  3. 해병대정신은 화염보다 뜨거웠다 - 영웅들의 이야기

    영웅들의 이야기 / 해병대지 37호 - 연평도포격도발 특집 글-중위 김창완 / 사진-대위 이성홍 등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故 서정우 하사와 故 문광욱 일병. 꽃다운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북한의 공격이 있은지 어느덧 한 달이 넘어간다. 아픔은 시간의 물결에 씻겨 나간다고 하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청...
    Date2011.01.03 By운영자 Views5958
    Read More
  4. 해병정신 김정식씨, ‘남돕는 일은 이미 일상’

    “어머니를 위해 기도하며 살아갑니다.” 해병대 제대 후 칼과 도장나무를 들고 오로지 생활고(生活苦)를 해결하기 위해 연평도, 백령도 등지로 이곳저곳 다녔던 기억은 이제 아련한 옛 추억이 되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당시의 일이 시련으로 남아 있다. ◇ 김정식씨가 평생모은 수석 전시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
    Date2010.12.30 By운영자 Views4778
    Read More
  5. 해병대복무한 이재연 모델라인 대표

    軍이 준 만남·지혜·추억 `철부지 모델→모범생 모델' 변신 <국방일보 / 2010.12.23> 모델라인 본관이 자리 잡고 있는 강남구 신사동 도산공원 뒤편은 모델, 에이전시 직원, 연예인들로 넘쳐난다. 이재연 대표를 인터뷰하던 날, 거리에서 수많은 패션 피플들을 만났다. 그래서일까? 왠지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녹차보다는 아...
    Date2010.12.29 By운영자 Views9101
    Read More
  6. 연평도 포격도발 부상한 병사 첫 전역자, 김용섭해병

    [조선일보] 2010년 12월 28일(화) 오전 03:0 27일 오후 경남 함양군 함양읍 교산리 한 집에서 예비역 병장 김용섭(22)씨가 해병대 연평부대 전우들과 찍은 사진첩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김씨는 지난달 23일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부상한 병사 가운데 첫 전역자다. 민간인으로 돌아온 김씨는 "부모님을 뵈어서 기쁘지만, 아...
    Date2010.12.28 By운영자 Views6764
    Read More
  7. 전우회와 독립추진위의 두 신문광고

    해병대전우회의 조선일보광고와 해병대독립추진위의 동아일보 광고 캡춰사진입니다. 사진을 클릭하시면 원본이미지를 보실수 있습니다.
    Date2010.12.27 By운영자 Views7600
    Read More
  8. 해병대의 두 장군

    해병대의 두 장군 나는 1997년 가을 해병대 사령부와 해병 제1사단 및 제2사단의 위관장교들을 대상으로 "공격 시 소총중대"라는 제목으로 90분 간씩 순회교육으로 강의한 일이 있다. 이 강의는 나의 제언으로 당시의 해병대 사령관(전도봉 장군)의 요청으로 순회교육 일정에 의거 실시되었다. 이 강의는 1958년 2월 미 제1...
    Date2010.12.22 By운영자 Views11113
    Read More
  9. 울지마라 해병이여 - 짐홀(533기)님의 연필화

    그림 크기 : 47 * 39 울지마라 해병이여..... 그대의 눈물은....... 오래전 그저 그런 해병이었던 이 못난 선배 가슴을 찢어 놓는구나........ 아무것도 그대들에게 해줄수 없는 못난 선배는..... 그저 목메이는 슬픔과 가슴속 깊이 터져나오는 증오만 가득할 뿐이네...... 고 서 정우 하사 고 문 광욱 일병 우리는 기어코 ...
    Date2010.12.20 By운영자 Views8527
    Read More
  10. 해병대 - 강원일보 언중언

    군이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 중 하나라는 것은 국방의 중요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명예와 충성심으로 상징되는 군은 군기와 사기를 먹고사는 집단이다. 전장에서 병사의 일탈과 실수에 일벌백계의 처단을 내리고 흩어지는 기세를 결집했던 극단의 처방은 모두 군기와 사기였다. ▼춘추전국시대 무패신화의 장군, 오기...
    Date2010.12.20 By운영자 Views4385
    Read More
  11. No Image

    자랑스런 대한의 아들, 믿음직한 아들

    연평도 해병대 포7중대(중대장 김정수 대위)가 있는한 대한민국 안보는 이상없습니다. 북한의 기습 폭격에도 불구하고 차분하고 신속하게 중대원들을 지휘 큰피해 없이 대응 사격을 할수 있었는것은 불굴의 해병대 정신과 중대원들과 혼연일체가 되지 않으면 있을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봅니다 정말 가슴 뿌듯하고 ,자랑스런 ...
    Date2010.12.14 By지킴이 Views4275
    Read More
  12. No Image

    연평도포격 현장수기 - 사수 병장 정병문

    ▶제7포병중대 3포 사수 병장 정병문훈련이 끝나서 한결 수월한 기분으로 포 정리를 하고 있었다. 기준 3포로서 아쉽게 늦게 쏜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수입을 하던 도중 타 중대 사격소리인가 하는 포성소리가 들렸다. 우린 정리를 하며 서로 격려의 말을 주고받으며 4포가 불발탄 처리절차를 잘 해야 할 텐데 하며 아쉬...
    Date2010.12.14 By관리자 Views5620
    Read More
  13. No Image

    연평도포격 현장수기 - 조종병 상병 박태민

    ▶제7포병중대 자주포 조종병 상병 박태민11월 23일. 이 날은 휴가를 나가는 날이었다. 모든 걸 마치고 배터에 가서 표를 끊기 위해 매표소 앞에서 기다리는데 배가 보이기 시작하는 동시에 마을 쪽에 포탄이 한두 개 떨어지더니, 소나기가 오듯 수십 발의 포탄이 마을을 뒤엎었다. 순식간에 건물들이 날라 다니고 이곳저곳에...
    Date2010.12.14 By관리자 Views7528
    Read More
  14. No Image

    연평도포격 현장수기 - 인사병 병장 백종협

    ▶ 본부중대 인사병 병장 백종협2010년 11월 23일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6시30분 총기상과 동시에 조별과업 정렬을 떠났다. 간단한 인원 파악 및 국군도수체조, 조별과업을 부여받고 해산을 한 뒤 근무표를 확인했는데, 근무표를 보니 13시~16시까지 주간 3직 근무였다. 오늘 14시에 대 해상사격훈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
    Date2010.12.14 By관리자 Views3568
    Read More
  15. 연평도포격 현장수기 - 의무병 이병 윤성문,강병욱

    ▶의무실 의무병 이병 윤성문 윤성문 이병 2010년 11월 23일 포 훈련을 하고 있던 중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오고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것도 훈련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연기가 피어오르고 동기가 파편에 맞는 것을 보고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여기저기에서 포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와 공포는 물 밀...
    Date2010.12.14 By관리자 Views488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22 Next
/ 22


CLOSE